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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벅스 Nov 30. 2021

린다의 풍경화

린다 시리즈 풍경화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른 아침 전시실에 들어서자 그림들과 나뿐이다. 벽에 걸린 풍경화들이 반기는 듯하다. 그림 속 풍경은 여행에서 혹은 관심 있게 보았던 곳을 그렸을 것이다. 멋진 그림 속 장소 어디일까. 낯선 풍경은 새롭고 때로는 뜻박의 사실을 알게 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전시실을 밝히는 불빛이 번지듯 그림마다 이야기들이 스며 나온 듯하다. 지인이 그린 그림 앞에 섰다. 그녀가 그린 시골집 풍경은 어린 시절 살던 집이라 했다.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그림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그녀는 지금도 못다 그린 오래된 집을 드나들며 봄이면 꽃도 심고 며칠씩 지내다 온다.            

 

 먹의 농담으로 그린 설경 앞에서 숨소리조차 눈에 젖는 듯하다. 화가 박대성의 화폭에 담긴 ‘불국 설경’에는 이야기가 있다. 눈이 잘 내리지 않는 불국사 설경은 1996년 ‘기적’처럼 그리게 됐다고 한다. “하늘이 돕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그 해 겨울은 눈이 좀처럼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마침 눈이 내리자 한걸음에 달려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매일 하늘을 보며 눈을 기다리는 작가와 눈이 오자마자 그림 도구를 챙겨 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사찰의 설경은 고요와 눈의 무게를 가늠하기 힘들다. 눈의 무게를 견디는 나뭇가지와 지붕 위에 쌓인 눈에는 이곳을 드나들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처럼 쌓여있는 듯하다. 우리가 견디며 살아가는 삶의 무게처럼 말이다. 그림에는 제각각 이야기가 있다.      

  

 화가들은 들쭉날쭉한 바위 같은 삶의 날들을 선을 긋고 색을 칠해 말한다. 거친 파도와 잔잔한 물결을 그린 그림에도 오만가지 감정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꽃 그림이라고 다 같을까. 들판의 야생화와 온실 속 화초가 다르지 않겠나. 산 정상을 푸른빛과 검은색이 엉히듯 칠한 그림을 보면서 우리가 가졌던 커다란 꿈의 시간이 보였다. 먹으로 그려낸 그림은 어떤가. 들춰내고 싶지 않은 깊은 속내를 그려낸 듯하다. 인내과 절제가 내 앞에 있다.      

 

 처음 붓을 들었던 그들도 지금처럼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고치고 다시 그리고를 셀 수 없이 했을 것이고 붓 끝에 수없이 물감을 묻혔고 먹물을 적셨을 것이다. 붓에 색이 스며들 듯 붓을 든 손톱 밑으로 파고든 색은 삶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그림마다 지나간 삶의 이야기가 진하게 녹아 있는 듯하다.          


 그림에만 이야기가 있을까. 누구나 지나온 세월만큼 가지고 있는 삶의 풍경들이 있다. 우리가 삶의 그림을 그린다면 수많은 색이 필요할 것이다. 어찌 몇 가지 색으로 삶을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그리고 싶은 풍경화는 무엇인지. 화가들이 수많은 그림을 그리며 더 좋은 작품을 내듯이 우리가 그릴  삶의 풍경화도 점점 나아져야 한다. 언제까지 초보처럼 지낼 수 없지 않은가.  색 바랜 삶의 풍경화는 하나의 덩어리처럼 뭉쳐져 있는 듯하다. 희미해진 풍경들이 모두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려질 풍경도 꼭 예쁜 그림을 그릴 거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처음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나.           


 멋진 풍경화를 남기고 싶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치든 새로 그려야 하지 않을까. 각자 멋진 풍경화를 그려보길 바란다. 삶을 소설이나 운동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풍경화를 보니 나도 몇 번의 풍경화를 그려낸 삶의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풍경화는 있다. 단지 내걸고 싶거나 그렇지 않은 풍경화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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