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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벅스 Oct 24. 2021

린다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

린다 시리즈 탄생이 쇼이듯


 태어나는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다. 예정된 날짜는 있지만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다. 말 그대로 예정일뿐이다. 인생에서 확실한 것이 몇 개나 되겠는가. 있기나 한 것인지 물을 뿐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단단히 준비를 시키는 듯하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태어나서는 무작정 울어야 한다. 우는 것이 처음 만나는 인사인데 울지 않으면 예의 없다고 태어나면서부터 맞고 시작한다. 그러니 시작부터 손찌검을 당하지 말고 불빛이 느껴지면 소리 내어 눈물을 흘려야 한다. 병실 바깥까지 들리게 앙칼지게 울면 기다리던 사람들이 손뼉 치며 좋아한다. 늘 처음은 긴장되는 순간이겠지만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어리바리 주위를 살피다 우는 순간을 놓치면 벌써 엉덩이가 후끈할 것이다. 차차 알게 되겠지만 인생은 처음인 것들이 켭켭이 쌓이는 것이다.     


 눈을 떠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처음 해보는 자세로 들어 올려 이것 저곳을 살핀다. 벌거벗긴 몸을 많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보아 창피해서 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나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데 이 사람들이 진짜 나를 기다린 사람들이다. 인생은 기다림으로 시작한다. 10개월이 아니라 이제부터 인생은 더 긴 기다림을 해야 하는 일도 수두룩 하다.     

 

 삶은 재방송 없는 생방송이다. 탄생이 리얼 버라이어티쇼인데 살아가는 인생은 이 보다 더 리얼한 일들이 차고 넘칠 것이다. 맞고 울던 맞지 않고 울던 우리의 시작은 울음으로 시작한다. 처음부터 인생이 서글퍼서 울었겠는가. 많은 사람들 앞에 벗겨진 몸을 보여야 하니 창피하니 울었겠지. 창피해서 울던 기억들은 까맣게 잊은 듯하다. 그러니 살면서 울지도 않고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들을 하고 살겠지. 많은 현자들은 마음을 비우라, 내려놓아라, 자비 사랑을 베풀라고 말한다. 열심히 사는데 부끄럼 없이 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신문을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은 이와 반대로 사니 세상이 요동치는 게 아닌가 한다. 울음을 잊어도 너무 까맣게 있어서 말이다.      


 우리에게는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하나 더 남아있다. 이게 더 중요하다. 끝일 좋아야 한다고 하지 않나. 만남도 좋아야 하지만 헤어짐은 더 좋아야 한다. 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탄생이 있다면 죽음도 있다. 시작이 쇼이듯 끝도 쇼로 끝난다.     


 인생의 처음 쇼는 자신이 만들 수 없지만 마지막 쇼는 스스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 인생 마지막 쇼 앞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울고 시작했지만 마지막 쇼는 울지 않고 웃으며 인사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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