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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벅스 Mar 23. 2022

린다의 소싸움과 로데오

린다 시리즈 개간과 개척 사이

  따뜻한 봄날 꽃놀이가 아니라 소싸움을 보았다. 그것도 미국에서 tv에서만 보았던 ‘로데오’. 이곳은 2년 전 일상을 되찾은 듯하다. 2022년 3월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내가 유난스러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눈치가 보일 정도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운이 좋게 휴스턴 로데오 축제 기간에 머물게 되었다. 어린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에 호기심을 보이듯 나와 다른 외모의 사람들 틈에서 처음 보는 낯선 경기에 신이 났다. 엉덩이와 뒷발을 번쩍 쳐들어 날뛰는 말과 태풍에 뽑힐 듯 흔들리는 나무처럼 온몸을 격렬히 흔드는 소에 올라탄 사람들을 보고 혹시나 다칠까 염려되었지만 이내 경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실내 체육관을 가득 채운 관람객과 흥겨운 음악, 전장의 북소리처럼 마이크에서는 마음을 들썩이게 하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려 소를 제압하여 쓰러뜨리고 뒷 발질을 하며 날뛰는 말과 뿔 달린 소등에 올라타 줄을 잡고 버티는 경기에 열광하는 사람들.      


 경기를 보며 우리의 소싸움 대회가 생각났다. 같은 소싸움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 경기 방식이 다르다. 우리는 소와 소의 결투를 보는 것이고 로데오는 소와 사람, 말과 사람과의 싸움이다. 또 다른 점은 대결에서 자신이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없는 가다. 참가할 수 없는 경기를 바라보는 입장과 나의 이웃 혹은 가족이 대결하는 것을 지켜보거나 혹은 자신도 대결에 참가할 수도 있는 경기를 보는 것이다. 성난 소들의 싸움을 멀리서 바라보는 입장과 싸움을 제압하려는 사람. 큰일에 끼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해결하려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개간과 개척이 떠올랐다. 내친김에 단어를 찾아보았다. 두 단어가 ‘거친 땅을 일구어 논밭을 만듦’이라는 공통된 뜻이 있다. 한자어도 찾아보았다. 개(開)는 연다는 의미이다. 간(墾)은 개간한다는 뜻이고, 척(拓)은 넓힌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국토가 좁은 나라이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집 둘레의 작은 땅을 개간하여 살아왔다. 땅이 넓은 미국은 서부 개척 시대를 말하듯 발이 아닌 말로 달려간 곳까지 일구며 살아왔다. 개간과 개척은 너무나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우리에게도 개간이 아니라 개척하며 살 수 있다. 게다가 말로 달리며 개척하던 시대가 아닌 비행기로 넘나드는 세상이 되었다. 여전히 주인 없는 거친 땅이 남아있을 것이고 일구어 넓힐 땅은 많을 것이다. 젊은이들은 개척의 정신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가수 bts가 우리만의 가수이던가. 서부 개척 시대에 주인 없는 땅에 깃발을 꽂아 삶을 넓히듯 bts는 개간이 아니라 세상을 개척해 세계 곳곳에 그들의 노래 깃발을 꽂았다. 글로벌이라고 외치지만 말고 진정한 글로벌 정신으로 세상을 향해 도전했으면 한다. 우리의 소싸움처럼 지켜보는 싸움 말고 스스로 참여하는 대결로 세상과 부딪혀 보았으면 한다.     


 세계는 펄떡이는 말과 소 같다. 그 등에 올라타 멋진 경기를 하듯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쳐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으면 한다. 이국땅에서 소싸움을 보며 우리 젊은이들의 깃발이 세계 곳곳에서 펄럭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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