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시리즈 어두운 터널은 나와야지
너무 긴 터널을 지날 때는 무섭기도 하다. 지난가을 10km나 되는 인제 양양 터널은 지나갔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다.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정신 차리라고 번쩍이는 불빛이며 중간중간 요란한 소리도 들린다. 이상하게도 터널 끝에 보이는 빛에 숨통이 트인 듯하다. 아마도 위험한 곳을 드디어 빠져나간다는 마음이 들어서 일 것이다.
30년도 훨씬 전에 허리 디스크 수술을 했다. 너무 심한 상태였다.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허리수술 잘못하면 앉은뱅이가 되어 평생 불구로 살수 도 있다는 말도 들었던 터라 울면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빠져나올 수 없는 어두운 터널을 들어가는 듯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어 살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생명이 순간에 서 있는 환자들을 보이고 나의 어두운 터널은 길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니 힘들고 지칠 때 반짝이는 멋진 불빛보다 고개를 내려 조금 어려운 곳을 보는 것도 자신의 힘을 얻을지도 모른다.
수술 후 엉덩이 위쪽 허리에 가느다란 호스를 꽂고 있어 움직이지 못하다가 호스를 빼고 걸어 다니니 얼마나 좋던지. 두 발고 걷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고 있다. 수술 후 가스가 나와야 먹을 수 있듯이 잘 먹고 잘 배설하는 가장 기초적인 것에도 말할 필요도 없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나의 어두운 터널은 빨리 지나갔다.
유난히 우울하지는 않지만 높은 습도로 축축한 날처럼 기분이 그런 날 15초짜리 공익광고를 보면서 하루를 감사하게 여긴 날도 있었다. 아주 짧은 터널처럼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짧은 15초다. 바싹 말라 눈이 유난히 큰 아프리카 어린아이를 본 날 대한민국에 태어남을 감사하고 끔찍한 사건 사고를 접하는 뉴스를 본 날 어제와 같은 오늘도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하던지. 어두웠던 터널에서 나온 기분이다.
불만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세상에 있기나 할까. 세상에 대한 불만 말고 자신을 보며 불만을 가져 본 적은 있는지. 홀로 있을 때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사람이 소크라테스라고 한다. 가끔은 그의 흉내라도 내면서 사는 것은 어떨까. 세상을 불만스럽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졌던 불만을 바라보며 내 안의 다른 나와 말해본 적은 언제쯤이었는지. 세상과 자신에 대한 불만으로 어두운 터널에 갇힌 적은 없었는지. 세상에 대한 불만은 해결하기 어렵지만 자신의 불만스러운 모습을 해소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얼마든지 자신에 대한 불만은 작게 만들 수 있다.
누구나 살다 보면 삶의 어두운 터널은 지난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온다. 터널은 늘 밝은 빛이 기다린다. 어두운 터널의 길이가 다르듯 힘든 시간을 받아들이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지만 터널의 끝은 있다. 출구 없는 터널은 없다. 단지 지나는 과정이 다를 뿐이다.
그러니 절대로 터널에서는 멈추면 안 된다. 우선 어두운 터널을 나와 밝은 곳으로 가야 한다. 터널은 쉬는 곳도 아니고 머물 곳도 아니다. 소그라테스처럼 자신과의 대화에서 어두운 터널에 있다고 여겨지면 어느 여행사의 광고처럼 자신을 불러 내야 한다. 빛이 있는 ‘여기 어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