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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벅스 Dec 10. 2020

린다의 예감 맞추기

린다 시리즈 좋은 예감에 공짜는 없다.

 연못에서 긴 머리에 소복 입은 시체를 힘들게 끌어올리고 있었다. 꿈을 꾸었다. 놀라 잠이 깼다. 몸을 움찔거리다 눈을 떴지만 마음이 콩닥거렸다. 무서움에 정신은 몽롱하고 눈을 빠르게 깜박거렸다. 이불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꿈풀이를 찾아보았다. 좋은 소식을 알리는 것이란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마침 아들이 얼마 전 시험을 쳤고 오늘이 발표 날이었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꿈 덕택인지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이후 어느 날 또 좋은 꿈을 꾸고 이번에는 아들에게 5만 원을 받고 꿈을 팔았다. 좋은 일은 없었다. 꿈을 파는 것은 한 번으로 끝났다.     


 사람들은 감이 좋다 촉 이온 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만나고 감이 좋다거나 느낌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이다. 예감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본능적이다. 배우지 않아도 어떤 일의 진행이나 사람에 대한 정보 없이 느끼는 것이다. 감이 좋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호감을 갖고 일에는 기대를 한다. 혹시나 예감이 맞았다면 느낌이 좋았다고 말한다.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다. 텃밭 농사를 짓다 보니 떡잎이 튼튼하면 대부분 잘 자라는 것은 맞다. 시골 마당에 작은 씨앗을 심고 떡잎이 나오면 무릎을 접고 앉아 자세히 본다. 아직은 예쁠 것도 없는 야무진 떡잎을 볼 때 기분이 좋아진다. 작은 떡잎에 좋은 감이 들기 때문이다.      

 

 떡잎을 보고도 알 수 있는데 사람의 만남에 왜 그런 감이 없겠는가.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이 사람은 오래 만날 수 있다는, 나와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물론 예감이 늘 적중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느낌이 그대로 일 때가 많다. 첫 만남에서 5초가 중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5초 동안 감이 우리의 머릿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 것일까. 번개 불에 콩 볶는 만큼 빠르게 작동한다면 맞을까. 또 중요한 것은 느낌의 생각이 바뀌려면 40번의 만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5초만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한다면 어떤 예감이 드는가. 아마도 5초의 예감이 스스로 만족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는 늘 미래를 생각하고 그려본다. 아름다운 인생의 그림을 그리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은 허다하다. 내 인생의 그림을 잘 그리고 있는지 지금까지 잘 그려졌는지 계속 그릴 수 있는지 늘 불안하고 초조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려진 그림은 마음에 드는지. 더 잘 그릴 수 있다는 느낌이 오는지. 어느 연구 결과에서 50대의 결혼생활이 80대의 결혼생활을 결정짓는다고 한다. 50대의 부부가 사이좋게 산다면 대부분 80대까지 좋은 관계로 지속된다고 한다. 지금 잘 그려진 그림이 앞으로 그릴 그림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아는 사람은 없다. 알 수 없는 앞날을 걱정만 하지 말고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 필요하지 않을까. 좋은 예감을 얻기 위해 자신에게 얼마의 시간을 쓰고 있는지. 나에 대한 투자야 말로 나를 예감할 수 있는 일이다. 세상일이 아무 대가 없이 오지 않는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다. 내가 노력한 만큼 만족할 만한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촉을 기대하기 전에 불꽃 튀는 노력과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채워진 시간의 결과를 기다릴 때 예감이 작동한다. ‘나에 대한 투자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나의 시간과 열정이 얼마만큼 녹아있느냐는 것이다. 꽃집을 한다면 많은 꽃을 공부하고 정육점을 한다면 고기에 대한 최대한 모든 정보를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의 시간을 고기에 넣어야 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세상의 힘든 일이 나를 피해가지는 않는다. 나를 감싼 두꺼운 시간은 힘든 일에 다리가 풀려 털썩 주저앉기보다 매몰차게 대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뿐이다.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스스로 그리는 인생의 좋은 예감이 맞을 확률이 높아지는 않을까 한다. 


 집 뒤에 산을 오르고 왔더니 건강해질 것 같은 감이 온다. 좋은 감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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