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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벅스 Oct 16. 2023

린다의 죽지 않고서야

린다 시리즈 그래도 최선의 답을 찾아서 살아가기

 사람은 저마다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이 다르다. 다른 사람에게 도와 달라 말하며 누군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여 속풀이를 하고  누군가는 꼭꼭 숨어 혼자 아픔을 이겨내려 한다. 어느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은 할 수 없다. 살아온 시간에서 얻은 알량한 경험과 주위에서 보고 들은 것들은 종합해 보면 그래도 밖으로 풀어내는 방법이 더 좋은 듯하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치유의 반이라 하지 않던가.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 몇 달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몸가짐도 단정하고 음식도 잘했다. 집은 언제 가도 먼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 집 창가에는 늘 꽃이 피고 진다. 한겨울 아파트 베란다에 가득 핀 꽃은 추위도 잊게 한다. 봄이면 나의 시골집에도 직접 싹을 틔운 꽃이며 채소들을 가져와 심어 주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몇몇의 지인들은 전화를 걸어보고 휴대전화에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다고 했다. 주위사람들은 별별 상상을 하기 시작했고 나도 커다란 일이 생겼을 거란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행동이며 살림에 빈틈이 없는 그녀는 통 자신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야무진 성격이라 탓이라 생각했다. 오래 만났다고 상대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마음 아니겠는가. 먼 나라 이야기도 옆동네 일처럼 아는 세상이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 마음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지구에서 달까지 빠르면 삼사일이면  갈 수 있는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우주의 어느 별보다 먼 듯하다. 


 성격은 드러나 보이기 일쑤지만 속마음은 얼마든지 감출 수 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몇 번은 슬쩍슬쩍 힘든 것을 비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도 힘든 것이 있구나 정도였다.  성격이 온순하여 주변에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은 많아도 마음을 터 놓고 지내는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아니면 터 놓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호떡 뒤집기만큼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혹시나 저런 상심에는 자식일 아닐까. 맞았다.  속마음은 알지 못해도 사이좋게 지낸 오랜 세월을 믿어보았다. 답장을 받지 못한다고 서운일도 아니니 퇴짜 맞을 마음으로 핸드폰에 문자를 보내 보았다. 이런 걱정조차도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며칠 고심했다. 한데 답장이 왔다. 글을 읽고 칼로 스쳐 벤 듯 가슴이 에렸다. 감당할 수없을 만큼 힘들어 여전히 집의 문이든 마음의 빗장이든 열 힘이 없는듯하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처에 연고를 바른다는 것은 덧나지 않도록 하며 스스로 치유할 수 있게 하지 않나. 치유의 반은 스스로 하고 나머지 반은 위로의 말로 하면 어떨까 한다. 수술대에 오르는 병이 아니라 마음의 아픔을 이겨내야 하니 위로의 약이 플라세보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 괜찮다고 여겨지고 결국 그렇게 되지 않겠나. 좀 더 냉정히 말하면 죽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답이라는 것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다시 몇 달이 지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부를 물었다. 답장이 왔다. 여전히 아픔의 무게에 눌려 있는 듯했다. 계절은 돌고 다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은 길 위에 나부낀다. 힘들어도 치유의 반이라는 길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나무에서 새순이 돋듯이 돌아오는 봄에는 예전처럼 그녀가 틔운 새싹을 들고 와서 시골 텃밭에 심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면 시골 마당에 겨울을 이겨낸 봄나물을 캐서 기운 나는 밥상을 차려낼 것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이것저것 선택하기 힘들 때는 많은 사람들이 정답에 가깝다고 하는 곳으로 가보는 것이 최선의 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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