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그에게선 늘 그의 차 냄새가 납니다.
그의 머리에도
그의 손에도
그의 옷에서도
그의 입술에서도
진하지 않은 그윽한 향기가 흩날립니다.
그가 친구였을 땐
그에게서 나는 냄새는
분명 차 냄새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이제 그의 차에서는 그의 냄새가 납니다.
내 가슴속 깊이 배어 버린 그의 향기 말입니다.
8
그와 나의 변하지 않는 친구
삶이 날 힘들게 할 때
내가 삶을 힘들게 할 때
아무 말 없이 달래주던 착한 친구
그 친구를 가운데 두고
우정을, 사랑을, 삶을, 세상을
그와 나는 함께 읊조렸습니다.
이런 우리를 늘 조용히
바라보고만 있던 우주 같은 친구를
오늘은 나혼자 쓰게 들이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