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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아 봅니다.
달빛 아래 은행나무 밑에서
조그마한 나를 세워 두고
노란 은행나무를 흔들어 대던
노오란 잎들이 우수수 날려
내 몸에 흩뿌려지는 것을 보며
나보다 더 좋아하던
소년 같은 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런 그를 보며 마냥 행복해하는
내 모습도 선명히 떠올라
지금 내 눈엔 활칵 눈물이 차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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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가까이 다가섰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를 향한 마음이 진정이라 믿었었는데
나에게 분명 어떤 확신을 준거라 생각했었는데
그의 사랑한단 말과
그의 찡한 포옹과
그의 사랑스런 눈빛으로
이 모든 생각들이
사실이라 믿었는데
진심이라 생각했는데
애틋하게 느꼈는데
오늘도 그는
그의 여자와 나 사이에서
맴돌고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