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초에 내가 올빼미 유형, 즉 새벽형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근 30년을 살아왔었다. 늘 새벽 2, 3시까지 눈이 말똥말똥했고 밤을 새는 일도 잦았다. 애초에 그냥 새벽형 인간인가 보다 하고 살았어도 됐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동안 끊임없이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 도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해 왔다. 새벽 3시에 자고 아침 10시에 일어나도 본인 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괜찮지만, 문제는 그렇게 잤을 때 아무리 자도 내 몸은 늘 기운이 없고 피곤했기 때문.
한 번에 5시에 일어나려고 애써보기도 하고, 8시, 7시, 6시 순차적으로 도전해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썼다. 미라클 모닝도 따라 해 보고 이것저것 동기부여되는 말들을 읽으며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어느 포럼에서 누군가 나에게 "'나는 ㅇㅇ다.'라고 마음 편하게 정의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했을 때 나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잠'이다."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밥보다 잠이 더 좋은 타입.
그래서 아침 일찍 기상하기 프로젝트는 매해 새해 다짐과 함께 시작해 봐도 작심삼일, 길어야 1주면 도로아미타불이 되고는 했다. 그러고 나면 부작용이 있을 때도 있었다. 그동안 맺힌 한을 풀기라도 하듯 새벽 2시, 3시, 4시까지 일탈을 즐기다가 오히려 다시 밤낮이 뒤 바뀌어 버리는 상황도 종종 있었다. 꼭 아침형 인간이 될 필요 있나, 연예인들은 새벽형 인간으로 산다는데, 나도 그냥 그렇게 살까, 싶다가도 밤낮이 바뀌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 어김없이 몸이 어딘가 아팠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슬금슬금 몸에서 신호를 보낸다.
건강 문제뿐만이 아니다. 그 수많은 도전 속에서 또 그 새벽 시간 혼자 깨어있는 고요함과 아침의 상쾌함이 주는 매력에 빠져서, 아침 일찍 일어나고 싶다는 욕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똑같이 하루 일과를 시작해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시작하는 것과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시작하는 하루는 '집중력'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일찍 일어난 하루는 여유로운 적이 더 많았고, 늦게 일어난 하루는 쫓기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백수라서 가능한 여러 가지 실험도 해봤다. 한동안은 알람 없이 내 몸이 눈이 떠지는 대로 일어나는 것을 실험해 본 적이 있는데, 의외로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나를 발견했다. 그것도 좋았지만, 이미 그 시간은 모두가 깨어있는 시간. 특히나 독일은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회사가 많아서 그 시간에는 밖에 차도 많이 다니고 이미 모두가 깨어서 움직이는 그 분위기가 느껴져 버려 고요함을 즐기려던 흥이 깨지고 만다.
스스로 습관 만들기 체크 리스트를 작성해서 실패한 날의 수만큼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방법도 써봤다. 하지만 역시 혼자 하는 것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 한 습관 어플을 추천받았다. 그동안 다른 습관 만들기 어플을 사용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기존에 쓰던 어플도 프리미엄을 유료로 구매해서 쓰고 있어서 처음에는 그저 별생각 없이 훑어봤다. 그런데 잘 살펴보니 이 어플은 조금 달랐다. 각 습관 만들기에 도전할 때마다 보증금을 걸고 달성률에 따라 보증금을 환급받고 100% 달성한 경우에는 소소하지만 상금도 받을 수 있었다. 인증을 할 때는 매번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 하는데 인증 기준 및 확인도 꽤 꼼꼼하게 진행하고 있어서 동기부여도 더 확실히 되어주었다.
그리고 보통 습관 만들기는 100일을 많이 목표로 잡는데 그 기간이 너무 길어서 아무래도 나랑은 맞지 않았다. 초보로서 어떤 일에 100일 도전을 하다 보면 성취감을 느끼게 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서 오히려 지치고 포기하게 되고, 게다가 '역시 난 안돼'라는 건강하지 못한 확신까지 얻으면서 오히려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는 2주 단위로 챌린지 기간을 끊어서 성취감을 주고, 그 기분을 가지고 다시 재도전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짧게 짧게 동기부여를 리프레쉬해줘서 나에게 더 딱 맞는 기분!
그렇게 4월 13일부터 2주간 6시 일어나기 프로젝트를 100% 달성하고, 다시 2주간 5시 30분 일어나기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5시 기상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벌써 한 달을 해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이제는 주위에 여기저기 추천을 하기 시작했다. 기상 프로젝트뿐만이 아니라, 주말 아침 운동, 하루 3가지 계획 짜고 완료하기, 매일 스쿼트 하기, 주 3일 요가하기 등등 다른 프로젝트들까지 함께 병행하게 되었는데 이게 정말 혼자서 코치 없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셀프 트레이닝 툴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지금까지 정말 200% 만족하면서 쓰는 중.
만약 6개월을 쓰고도 정말 계속 계속 효과가 있다면, 정말 상세 리뷰까지 써볼 예정이다. 오늘은 맛보기 정도? 하지만 이미 벌써 인생 어플을 만난 기분이라 브런치에 적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독일어 공부에 집중하느라 자제하고 있느라 많이 못하고 있지만 (자제를 했음에도 4월에 11개, 5월에 7개 프로젝트를 했다), 6월 시험만 끝나면 하고 싶은 프로젝트 다- 해보고 싶다.
ps.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분들은 '챌린저스'라는 어플을 검색해 보시길. (광고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