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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Jun 06. 2020

하지만 기차를 타야했다.

독일 코로나 속 걱정쟁이가 기차를 탔던 어느 수요일


독일어 시험 중에는 테스트 다프라는 시험이 있다.  시험은 예약이 아주 빨리 끝나서 조금만 때를 못맞춰도  이상 자리가 없어서 시험을 보러 다른 도시로 가야하거나 아니면 다음 시험을 신청해야 한다. 문제는 시험이 자주 있지 않아서 다음 시험을  경우 본인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시험 결과가 나오기까지 6주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시기까지 계산한다면 기차를 타고서라도 다른 도시에 가서 시험을 보는   나은 편이다.



지난   간은 운이 좋았던 건지 1번째, 2번째 시험은 모두 함부르크에 있는 시험장으로 예약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험을 예약할 때는 함부르크에는  이상 빈자리가 없어 다른 도시로 가야했다. 기왕 이렇게   안가봤던 도시를 골라서 여행 기분이나 내보자 하는 생각으로 기차로 4-5시간 정도 걸리는 라이프치히로 시험장을 예약했었다. 독일에 살고 있다고는 하나 백수로서 느끼는 재정적 부담과 집순이 성향이 시너지를 발휘하여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않는 편이었기 때문에, 시험을 핑계로라도 다른 도시를 방문하면 일석이조가   같았다. 그리고 코로나가  하고 터졌고, 4월에 치뤄졌어야  시험이 6 초로 대폭 미뤄졌다.  시험을 예약할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상황. 그렇게   미뤄진 시험이  앞에 다가와도 코로나 상황은 완화되긴 하였으나 종식되지는 않았고, 그래서 시험일 보름 , 라이프치히의 호텔과 기차표를 예약하면서도  시험을 보러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굉장히 고민이 많이 되었었지만 앞으로 독일 체류 여부가 걸린 중요한 시험이었다.



당일치기로 가볼까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시험은  부지런하게도 아침 8시부터 시작이다. 함부르크에서 라이프치히로 아침 8시까지 가는 일정은 무리였다. 코로나 락다운이 심했을 때에는 숙박업도 모두 영업 정지 상태였던지라  곳도 없는게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5  즈음부터 숙박업이 다시 문을 열었다. 원래 같았으면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나 에어비앤비에 묵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공용룸은 당연히 배제하고 간혹 이름은 호텔이라고 해놨는데 저렴한 방들 중에 욕실, 화장실이 공용인 경우가 있는데 이런 방도 완전히 제외했다. 책임감있게 위생을 신경쓸만한 , 그리고 전용 욕실이 포함된 방이면서도 가격이 적정한 곳을 찾아 한참을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마침내 찾아낸 곳은 1박에 65유로( 8 8천원). 중앙역과도 시험장과도 도보 10 이내의 거리라 위치도 좋은 최고의 조건이었다.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고 있다. 독일 현지인들도 평소 대비 대중교통 이용 승객이 많게는 80-90% 정도 감소했다.)




기차 최대한 저렴한 시간대의 표로 왕복으로 예약을 했다. 가격이 저렴해서 언젠가 제대로 이용해 보고 싶었던 플릭스 버스나 플릭스 트레인은 요즘 같이 모든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용하기에는 미덥지가 않아서 조금 비싸도 일반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기차는 왕복 75.80유로( 10만원).  일찍 예약했다면  저렴했을지도 모르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무리 독일에 오래 게 되더라도 기차 미리 예약하는  적응이 안될  같다. .




시험 전날, 수요일 오전 9 30. 기차 출발  30 .
함부르크 중앙역은 꽤나 한산했다. 평일 오전이라고는 하지만, 평소보다 확실히 눈에 띄게 승객이 줄어든 모습인 것은 분명했다. 우리나라에는 함부르크가 유럽 관광지로는 비교적  알려져 있지만, 유럽 사람들에게 함부르크는 꽤나 인기있는 관광 도시이다. 그래서 중앙역은 정말 늦은 , 이른 새벽이 아니고서는  북적북적거렸다. 이렇게 조용한 중앙역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생각해보니 그럴만도 했다. 그동안은 함부르크를 포함한 대부분의 도시들이 숙박 시설을 닫았으니 행여나 코로나 따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 여행을 온다고 치더라도 기껏 방문해 봤자  곳이 없다.  곳도 없다. 지인이나 가족이 있어서  집에 신세를 진다하더라도 1차적으로 그들에게 민폐이고, 규정상으로 사실상 다른 사람집을 방문하는 것조차 금지가 되어있던 상황이다. 그러던 것이 호텔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한지 일주일 남짓 되었고, 다행히도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여행을 다시 시작한  아닌  했다. (함부르크 중앙역에 한정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승객들도 대부분 혼자  사람들이었다.




독일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생각했을  독일 기차는 시간을 아주  같이  지킬  같지만 사실은  반대다. 작년에 다녔던 어학원 친구들이 스위스 사람이 많았는데, 시계 장인으로 유명한 스위스는  이름 만큼이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오히려 독일보다   같이 운행한다고 했다. 독일에 와서 가장 크게 실망한(?) 것이 기차 운행 시간이라고 하는 친구들이 많았었다.  경우에는 조금 늦어지긴 해도 대부분 크게 지연되거나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크게 당한 뒤로는 무조건 여유있게 계산을 하고 움직인다. 플랫폼 등이 변경되는 경우도 자주 있어서 항상  체크해야 한다. 이번에도 안전하게 플랫폼에 일찍 나가 기차가 도착하자마자 탑승을 했다. 승객은 많지 않았으나 가능한 간격을 띄우면서 앉고 싶어서 두어칸을 넘어서 계속 걸었다.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가운데 테이블이 놓인 4인용 자리에 혼자 앉았다. 당연히 아무도 남은  3자리에 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웬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했다. ( 부분은 코로나의 장점일지도 모르겠다.)




기차가 출발하길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리의 반대편 창가 자리에는 작은 털뭉치 친구가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 옆에 앉아있었다. 처음에는 작은 가방에 들어있어 몰랐는데 잠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사이 할머니가 가방 문을 활짝 열어젖힌 모양이다. 혀를 반쯤 밖으로 메롱 내밀고는  들어가지 않는지 그대로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 아주 귀여운 작은 개였다. 독일의 대부분의 개들이  교육을 받기도 하지만 유난히 조용하고 차분한 개였다. 내가 강아지를 빤히 쳐다보는  느꼈는지  쪽을 바라본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빙긋 눈웃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앞앞칸에는 지적 장애인이   앉아있었다. 무언가 신기한 것이 있는  계속 창밖을 가리키며 아버지에게 뭔가 열심히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러길 얼마 지나지 않아 털뭉치 친구의 뒷자리에 40 후반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혼자 앉더니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앞에 소개한 친구의 조금 신난 외침에 잠깐 앞을 쳐다보기는 했으나 이내  다시 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강아지와 함께 샌드위치를 먹는 할머니 손님과 마음껏 이야기하는 지적 장애인과 그를 그저 조용히 바라보는 아버지, 책을 읽는 중년의 아저씨, 그리고 머리를 짧게 깎은 동양인 여자인 . 묘한 조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누구도 누구를 과하게 쳐다보지 않았고 위화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신기했다. 그게  특별하냐고  수도 있지만, 한국이었다면 쉽게 겪지 못했을 일상의  풍경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중에는 길가는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는, 멀쩡하지만 수상한 독일인 중년 여성도 만나긴 했지만 이렇게 모두가 하나하나 아주 기본적으로 남을 배려하고 있는  분위기를 느낄  있을  나는 작게 감동하고는 한다. 기차에 강아지가 타있는 것이, 조용한 기차 안에서 지적 장애인의 대화가 일반인들보다는 다소 크게 들려서 시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 당연히 모든 이에게 괜찮은 일은 아닐  있지만, 적어도 여기서는 자신이 불편하다고 해서 타인에게 들으라는 듯이 핀잔을 주는 사람을 보는  아주 드물다.  그런  있지 않은가. 직접 말하진 않지만 들릴 것이 뻔한 거리에서 “ 누가 기차에서 강아지를 꺼내 놓는 거야~”라던가 “ 조용히  가지 기차 혼자 쓰나라는 식의 누군가를 향해 있는게 뻔해 보이지만 아닌  던지는 핀잔들 말이다.




함부르크에서 라이프치히까지 가는 길에는 기차를 두번 갈아타야 했다. 언제 내릴지 계속 신경써야하니 귀찮고 다음 기차를 행여나 놓치지는 않을까 불안했지만  편이 가장 저렴했다. 독일 기차는 우리나라의 KTX 같은 ICE 기차를 타지 않는 이상은 인터넷이 거의 안된다고 보면 된다. 와이파이는 있지만 역을 떠나면 계속 끊겨서 오래 사용하기는 힘들고 스마트폰의 데이터는 아주아주 느려지거나 신호가 안잡히기도 한다. 그럴까봐 미리 넷플릭스에서 다운받아  빨강머리 . 앤이 사용하는 언어가 너무나 범위가 넓고 말도 빨라서 독일어 듣기용으로는 잘못 고른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앤은 언제 봐도 죽어가는  마음을 다시 설레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앤이 기차역을 떠나면서 벚꽃나무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모습이 마음에  하고 와닿는가 싶더니 이제는 자꾸만  보다는 기차 창문 바깥 풍경에 시선을 사로잡혀서  이상 앤에게 집중할 수가 없었다.




  동안 , 마트,   공원만 다람쥐 쳇바퀴   오갔기 때문일까 유독 오늘의 풍경이  아름다워 보였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도 하늘은  눈에  담을  없을 만큼 크고 넓었다. 산이 없어 그저 끝없이 펼쳐진 들판과  끝의 지평선을 바라보면서 가끔씩 지나가는 풀을 뜯는 소떼 라던가 말을 보면 아이처럼 눈동자가 휘둥그레지고, 너무나 빨리 지나가서  형체는 알아볼  없음에도 알록달록하고 강렬한 색과 아름다움을 뽐내는  여기저기 꽃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원래 계획이었다면 라이프치히로 가는 기차안에서 조금이라도  새로운 단어를 배우고 싶었기에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다가도 다시금 창문으로 고개를 돌리기를 반복하다 나는 결국 모니터를 닫았다.




그래, 하루 종일 잠자는 시간 빼고 거의 모니터만 보면서 살고 있는데 오늘 하루 쯤은  눈도 쉬게 해주자.’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편해졌다. 모르는 사이에 약간 멀미 기운도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터넷이 되지 않아도 드라마나 영화를 보지 않아도 비슷해보여도 어느 하나 똑같은  없는 바깥 풍경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카메라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풍경들을 담아내느라 바빴다. 특히 어쩌다 만났던 그림 같은 꽃밭은 정말 예술이었다.




그러다가도 기차에 새로운 손님이  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전 거리를 지켜달라는 안내 방송이 계속해서 나올 때마다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집에만 있고 마트에 나갈 때만 마스크를 쓰다가 오랜 시간 쓰고 있으려니 귀가 아파오고 두통까지 오는  같았다. 티켓 검사는 조금 새로웠다. 어떤 기차에서는 아주 클래식하게 표와 신분증까지 검사를  반면, 어떤 기차에서는 비행기처럼 앱으로 미리 체크인을   있어서 번거로운 티켓 확인 과정을 생략할 수도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컨택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개발되던 기능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이유로 나온 것이든  편리했다.




혹시나 환승해야  기차역을 놓치진 않을까 알람을 맞추고 전광판을  번씩 확인해 가며 2번의 환승을 무사히 마쳤다. 이미 함부르크에서도 많이 봤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다행이지만,  풍경이 여전히 적응이 되질 않았다. 환승하는 시간이 짧은 작은 역에서는 다들 안전 거리는 지킬  없었지만, 대체적으로 서로 안전 거리를 두고 마스크 착용도  지키고 있었다. 비록, 본인을 마중나온 지인과 마스크를 벗고 아직도 덥석 덥석 끌어안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주 보이긴 했지만, 그동안 얼마나 서로가 그리웠을지  마음은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보다 사건 사고 없이 편안하게 라이프치히로의 기차 여행을 마쳤다. 차를 타는 것도 비행기를 타는 것도 좋지만 기차 여행 특유의 매력에 편하게 빠질  있었던  기억에 남는다. 특히  보던    풍경이 말이다. 가까운 것들을 보려면 너무 빠르게 지나가   없고, 멀리 봐야 전체적인 아름다움이 보이는  시간이 어쩌면  인생을 바라보는 방법  가장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현재에 집중하면서도 너무 코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고 한발짝 물러나 멀리 내다볼  있는 마음으로, 느렸다가 빨랐다가 하는  인생도 그렇게 여행이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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