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이의 유럽일기 Sep 08. 2020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처음으로 보는 풍경

내 방구석 100일 표류기 2/100





내 방구석 여행하기 2일 차



이 풍경은  내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가장 처음 보는 풍경이다. 침대에서 일어나 몸을 일으키면 정면에는 이 창문이 있다. 사진처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의 창문 구조는 굉장히 특이하다. 그래서 예뻤고, 더 이 곳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19살부터 자취를 하며 살아온 자취 인생 중에 지금까지 혼자 살았던 집 중 여기가 가장 많이 애착이 가는 집인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독특한 창문 구조 때문이다. 더 좋은 점은 우리 집 위에 한 층이 더 있지만, 우리 집 층수까지만 창문이 저렇게 되어있다. 즉, 저렇게 뾰족하게 튀어나온 창문을 가진 집은 우리 집이 제일 위층인데, 그래서 창문 윗 공간이 윗집과 연결되어 있지 않고 마치 작은 지붕처럼 평면 공간이 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위로 토독 토독 떨어지는 빗소리들이 더 또렷하게 들린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차분해진다. 그렇게 예전엔 그저그랬던 비 오는 날도 이 곳에 와서는 좋아하게 되었다.


사진에서는 어둡게 나왔지만, 창밖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그 나무를 바라보면서 가끔 속으로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며 일어나기도 한다. 타지에서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는 이 나무와 함께 해왔다. 이 나무가 초록으로 무성할 때, 또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서 파르르 떨고 있을 때 어떤 때건 이 창밖의 풍경은 하루의 시작에서 나와 바깥을 연결해주는 첫 연결고리였다. 일부러 밖이 전혀 보이지 않는 밤에 사진을 찍었다. 그래야 나중에 돌아봤을 때 봄의 모습도, 여름의 모습도, 가을의 모습도, 겨울의 모습도 모두 자유롭게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사를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 저 창가에 앉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모닝 페이지를 쓰기도 했다. (미드 뱀파이어 다이어리에서 여주인공이 늘 커다란 창가 틀에 앉아 일기를 쓰는 모습이 나에게 로망이었다.) 그마저도 우리 집 창가는 오르내리기가 좀 불편하여 그만두었지만, 언제든지 그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흐트러진 내 이불과 이것저것 물건이 늘어져있는 다소 지저분한 내 침대도 저 창가를 배경으로 찍으면 예뻐 보이는 것도 좋다. 이렇게 소중한 창문인데, 청소는 깨끗하게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창문을 한번 더 닦아주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구매한 책은 꼭 다 읽어야만 하는 것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