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동안 안하던 페이스북을 다시 자주 들락날락 거리고 있다. 몇 개 없는 알람 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8년 전 오늘 사진이었다. 당시 일하던 회사의 전시회장 부스에서의 모습이었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속에 테이블에 앉아 맥북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 나의 모습과 그 옆에서 지친 몸을 쉬며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동기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 뒤에는 회사 로고도 슬쩍 함께 찍혀있고, 당시에는 안면이 없었지만 나중에 같이 일했던 파트너사 이사님도 찍혀 있었다. 내 얼굴은 아예 나오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의 얼굴도 제대로 찍히지 않았을 정도로 누구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찍힌 장면이라 특별할 것이라고는 없는 평범한 사진 중 하나였다.
생각해보니 일할 때 사진은 별로 없다. 당시에 사진을 찍을 분위기도 아니었지만 소셜미디어에 올릴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난 사진 관리를 전혀 못하는 사람이라 행여 있다고 해도 어딨는지 기억을 못한다.
요즘 단순한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을 돌아보는 공부를 하고 있어서인지 특별한 순간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순간에 눈이 많이 간다. 사진은 누군가 포즈를 잡기 마련이지만 이 사진은 정말 아무도 카메라를 의식하고 있지 않아 오히려 좋다. 그런 사진은 많겠지만, 또 그 풍경이 남의 일상이 아닌 나의 일상이 담긴 사진이라 또 좋다.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영상 속 오래된 맥북(지금도 여전히 잘 돌아가는 중)과 저런 머리를 했었나 기억도 안나는 나의 헤어스타일, 지금은 전혀 입지 않는 옷과 스타킹과 구두. 집중하느라 살짝 숙인 등. 함께여서 버틸 수 있었던 동기이자 친구 K양, 그리고 이 사진을 찍어주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역시나 든든한 동기였던 P양. 뒤에 우연히 찍힌 당시 파트너사의 이사님. 준비하느라 고생했던 회사 B2B 부스. B2B 부스 만드는 일에 힘빼지 말라고 조언도 받았었지. 그 말이 맞는 줄을 알면서도 내게 주어진 일엔 늘 열의를 다 해야 성이 풀렸던 어렸던 나. 선택과 집중을 못해서 늘 집중만 하다 번아웃이 됐었는데 이제서야 내려놓을 건 내려놓는 스킬에 걸음마를 떼고 있는 8년 후의 나.
8년이 지나자 이런 평범한 사진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회사 다닐 때 사진 많이 찍어놓을 걸, 아쉬움이 든다. 코로나가 심해진 이후로 특히나 사진찍는 일이 줄어들었다. 비록 집에만 있어도 집에서 공부하는 모습, 밥먹는 모습, 뒹굴거리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 삶을 추억하기 위해서 말이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지저분한 내 책상의 모습도 미래의 나 정도는 봐도 괜찮을 것 같다. 8년 후에는 전혀 다른 집에 살거나 다른 모습인 내가 이 순간을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