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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Jun 24. 2021

독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을 맞고 왔습니다

오늘 백신 콜? ㅇㅇ? ㅇㅇ;


해외 백신 접종자가 자가격리가 면제된다는 기사를 보고부터 백신을 맞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백신 예약을 잡기가 힘들기도 하고, 어차피 비대면 수업이라 필요성을 못 느껴서 적극적으로 예약을 잡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나보다 급한 사람에게 양보하는 마음이랄까. 하지만 점점 주위에 백신을 맞는 사람이 늘고, 카페 안 테이블에라도 앉을라치면 매번 코로나 신속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도 생각보다 귀찮고, 무엇보다 한국이 너무 가고 싶었다.


독일은 지금 주별로 백신 접종 여력이 다르다. 예를 들어, 경상남도는 백신이 여유롭고, 경상북도는 예약 잡기가 힘들고 그런 상황. 어떤 주는 유연하게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도 주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와서 맞을 수 있도록 권장하고, 어떤 주는 그런 수고를 하지 않는다.


한국처럼 노쇼 백신 연락을 주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물론 그것도 잡기 매우 힘들다고 들었다.) 여기서는 대부분 온라인 예약이 가능한 병원 홈페이지 또는 병원 관련 홈페이지에 들어가 매일매일 빈자리를 확인하거나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야 한다. (물론 한 번에 받지 않음)

온라인으로는 45 이상이나 60 이상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자리는 종종 비어있으나, 45 이하 백신 자리를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되는 사람도 있긴 있다) 우선순위 제한도  없앤 마당에  이렇게 구분지어서 진행하는지 이해할  없다. (독일인이 생각하는 효율성과 한국인이 생각하는 효율성이 다르다고 하는 글을 얼마 전에 읽었는데  차이인가 싶다.)



아무튼 전화 연결은 잘 되지 않고, 전화기 붙잡고 기다리는 건 도무지 내 성격에 안 맞아서 전화는 아침에 두어 번 하고 안 받으면 며칠 동안  홈페이지를 연신 들락거렸다. 워낙 예약 잡기가 힘들다고들 하니 지레 겁을 먹고 열심히 하지 않은 탓도 있었다. 이게 왜 더 힘든고 하니, 독일 병원의 독특한 운영 때문이다. 백신은 크게 두 군데서 맞을 수 있다. 예방접종센터 또는 하우스닥터(1차 병원 개념). 예방접종센터는 꽤 오래 우선순위 기반으로만 접종을 진행하다 최근에 우선순위 제한을 풀었다. 큰 센터긴 하지만 사람들이 다 센터로 몰리는 건 이들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부분 하우스닥터가 분담해야 하는데, 하우스 닥터는 기존에 자기네 병원 환자였던 사람들만 백신 예약을 받고 있다. (가끔 신규 환자를 받는 곳도 있지만 찾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기존에 병원을 간 적이 없는 사람들은 다른 병을 만들어 내서라도 병원을 가야 하는 판국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예전에 누텔라 유리병에 손가락이 크게 베여서 가까운 병원에 허둥지둥 간 적이 있다. 이 정도 상처는 자연 치유하라며(?) 꿰매 주지도 않던, 성격이 시원시원한 여의사 분이었는데 (나중에 한국 병원에 드레싱 받으러 갔는데 왜 안 꿰매었냐고 핀잔 들음;) 당시 말은 안 통했지만 츤데레처럼 챙겨주는 따뜻함이 있어서 좋아하는 의사 선생님이다. 하지만 바쁜지 전화 연결이 며칠 째 되지 않았다. 직접 찾아가기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마지막으로 걸어보자는 심정으로 병원 문 닫기 30분 전에 걸었는데 연결이 됐다. 말투와 목소리가 의사 선생님이 직접 받은 것 같았다. 당연히도 첫 질문은 ‘우리 병원에 등록된 환자냐?’여서 ‘그렇다.’고 했다. 생년월일을 말했더니 나랑 같은 생년월일인 사람이 총 네 명이라고 했다. 이름을 말하라 해서 말했는데 그런 환자가 없다고 하는 게 아닌가. “네…? 저 거기…(세네 번은 간 것 같은데요!라고 말을 못 함)” 알고 보니 내 이름이 어려워서 잘못 알아들은 모양. 결국 확인이 되었고, 백신 예약을 언제 잡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갑자기 덜컥,



“오늘 오실래요? 마침 누가 취소를 했네요.”


“지금요?”


“네. 사시는데 가깝지 않아요?”


“어… 아… 맞아요. 네 지금 바로 갈게요!”



원래는 은행에 볼 일이 있어서 나가기 직전에 전화를 걸어본 것이었는데 갑자기 병원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집에서 얼마 걸리지 않는 곳이라 뭔가 생각할 틈도 없이 도착했다. 미리 온 사람들 뒤로 줄을 서있는 나를 알아본 의사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진료실에 앉아 조금 기다리고 있자니 조금 뒤 의사 선생님이 다가와 내 소매를 걷었다. 그런데 아뿔싸, 옷을 잘못 골라서 소매가 어깨 끝까지 올라가지 않았다. 결국 단추를 몇 개 풀고 옷의 어깨 부분을 아래로 내려서 생각지도 못하게 셉쉬하게(?) 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이 분 아무리 성격이 시원시원해도 그렇지 백신 접종 동의서도 안 받고 건강 상태 체크서도 까먹으시고 그냥 바로 내 어깨에 주사를 꽂아버리셨다. 내가 다 끝나고 대기실에서 한참 있다가 갔는데도 잊어버리고 있다가 병원을 나서는 나를 붙잡고 쓰게 했다. (이마저도 나는 나를 부르는 걸 못 듣고 나왔는데 다른 환자가 알려줬다. 의사가 너 불렀다고…ㅋㅋ)  그래도 주사는 안 아프게 놔주셔서 감사하는 마음.





독일의 백신수첩




이 샛노란 건 백신을 맞았다는 도장을 찍어주는 독일 백신 수첩. 이 녀석도 한국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녀석 중 하나다. 어디서 사서 가야 하는 건지, 병원에서 그냥 주는 건지 등도 헷갈리고, 어떤 사람은 병원에서 이걸 주면서 2만 원을 내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고, 그래서 약국에서 사서 가야 더 싸다, 이런 글들이 제법 있었다. 생긴걸 보니 나는 어딘지 익숙해서 찾아봤더니 역시나 예전에 누텔라 유리병에 베었을 때 여기 말고 또 다른 병원에서 파상풍 주사를 놔주셨고, 그때 주길래 그냥 가지고 있었다. 이걸 언제 쓸까 했는데 또 이렇게 쓰는 날이 오는구나. 버리지 않길 잘했다.





백신을 맞았다고 하니 동생이 해열제는 있냐, 체온계는 있냐, 전기장판을 있냐 다다다다 물어본다. 전기장판 빼고 하나도 없었다. 우선은 약국으로 향했다. 한국은 타이레놀을 먹는다는데 여기는 뭘 먹어야 하나 지인분께 여쭤보니 1초 만에 파라세타몰(Paracetamol)을 추천받아 그걸 사고, 체온계는 약국에 있는 걸로 아무거나 샀다. 두 개 다 해서 만원이 좀 안되었던 것 같다. 또 다른 분은 저녁을 든든한 고열량으로 먹으라고 조언해주셔서 저녁은 맥날 딸기 밀크쉐이크와 맥너겟 9개짜리를 먹었다. 뭔가 부족한 기분이 들지만 어제까지 위가 힘들어했기에 과식은 금지…



백신을 맞은 지 8시간이 지난 지금 약간 몸에 힘이 빠진 기분이 들고, 주사 맞은 부위가 가끔씩 얼얼하지만 아직은 크게 아프진 않다. 오늘도 빡빡했던 스케줄에 내일도 빡빡해서 절대 아프지 않겠다는 의지만 한가득. 하지만 다들 다음 날이 위기라고 해서 걱정이다.

부디 안 아프고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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