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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Apr 25. 2022

2시간에 한 잔씩 커피가 무제한

한국과 독일의 카페 문화 차이 10가지 (2)


지난 이야기에 이어서 이번에도 독일 카페 이야기를 좀 더 해보려고 한다.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noey/296




여섯. 아아 찾아 삼만리


얼.죽.아도 있는 한국에 비해 독일에서는 여름 조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기가 힘들다. 요즘은 그나마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팔지 않는 카페가 많다. 예전에는 이런 경험도 있었다. 평소 자주 가던 카페가 조식이 유명해서 친구랑 함께 큰 맘 먹고(?) 간 적이 있다. 식사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음료도 시켰는데, 상당히 더웠던 여름이라 혹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는지 물어봤더랬다. 원래 메뉴에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직원은 흔쾌히 아이스가 된다고 했고, 나는 기쁜 마음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부탁했다가 왠 이도 저도 아닌 뜨뜻미지근한 커피를 받았다. 아이스라기보다는 좀 덜 뜨거운 커피를 가져다 준 듯 했다. 얼마전에도 학교 근처의 제일 트렌디한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여름에 아아를 못 마신다니 너무 슬프지 않은가? 그러면 또 스벅으로 가는 거다. 하지만 우리에겐 에스프레소 하우스도 있다. 옵션이 더 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런데 얼마 전 어떤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커피의 나라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란 무조건 뜨거운 것! 차가우 커피는 상상도 못한다는 인터뷰를 봤다. 그런 문화의 영향인 걸까? 그래도 내년이면 또 내후년이면 아아를 파는 카페가 더 많아지리라고 기대해 본다.



일곱. 저 커피 사먹었는데 화장실 돈 내라구요? 


이건 특정 카페에 한정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또 이것도 여기 문화의 일부이다. 앞의 여러가지 이유로(아아, 에어컨, 와이파이, 영업 시간 등등...) 스벅을 찾게 된다고 했지만 또 반대로 스벅의 단점은 화장실이었다. 같은 지점이라도 화장실 운영 방식이 수시로 바꼈다. 어쩔 땐 비밀번호를 걸어놓고 (영수증에 찍혀나오거나, 아니면 스태프에게 물어봐야 함), 어쩔 땐 그냥 열려있고, 또 어쩔 땐 화장실 청소하시는 분이 지키고 있어서 돈을 내야 했다. 돈을 꼭 반드시 내야 하는 건 아닌데 보통 사람이 서있으면 내는 분위기고, 안내면 좀 눈치 보이거나 핀잔을 받게 되기도 한다. 어느 날은 정말 궁금해서 스벅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커피를 사마셨으면 안내도 된다고 하길래, 다음부턴 영수증을 들고 가서 보여줬다. 그럼에도 차갑게 돌아오던 그 시선이란... 화장실에 갈때마다 어찌나 마음이 불편하던지. 이것도 스타벅스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관광객이 특히 많이 몰리는 곳이 그런 것 같다. 대신 로컬 카페는 화장실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없고, 손님에게는 모두 무료다. 손님이 아니라도 물어보는 건 괜찮다. 스벅이라고 해서 화장실 무료겠지? 라는 예상은 여기서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여덟. 독일 스벅에도 사과가 많다



너구리툰에서 그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스타벅스 들어가려면 맥북을 들고 가야 한다는 풍자형 만화였다. 워낙 스벅에 맥북 들고 오는 사람이 많다보니 생긴 밈 같은데, 나는 비슷한 내용을 함부르크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건 함부르크 한정일 수 있다. 베를린을 다를려나...?) 여기도 스벅에 가면 가장 많이 보는 건 사과, 애플 맥북이다. 독일에 올 때 애플과 LG 중 고민하다 추후 독일에서 고장날 경우를 대비 A/S를 고려하여 애플로 사오긴 했지만, LG를 데려왔으면 난 좀 튀었을지도(?) 모르겠다. 만화처럼 애플 제품을 안들고 왔다고 싸대기를 맞지는 않지만, 확실히 테이블 위에 올려진 노트북이 맥북일 때와 비맥북(?)일 때 풍기는 분위기는 정말 다르다. 학교 동기들도 맥북을 쓰는 친구들이 대부분. 독일이라고 맥북이 싼 건 절대 아니고 (세금 때문에 오히려 더 비쌈) 여기서도 맥북은 가지고 있으면 쿨한 기계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홉. 여름은 야외석!



살랑살랑 봄날씨가 아니고서야 한국의 후덥지근한 여름에 바깥 자리에 앉았던 기억은 별로 없다. 야외석도 잘 없긴 하지만, 있어도 사양이다. 하지만 여름에 함부르크에서 카페 야외석은 늘 만석에 인기 폭발이다. 겨울이 길고, 해가 짧다 보니 여름이 와서 해가 길어지면 다들 여유만 되면 해를 쬐려고 정말 최선을 다한다. 어느 새 나도 거기에 동화되어 버렸다. 그래서 여름에는 야외석은 꽉 차 있고, 카페 내부 테이블은 비어있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여름이 되면 밥도, 커피도, 술도 가능하면 다 밖에 앉아서 먹고 마신다. 이 풍경은 내 머릿 속에 북독일(남쪽은 잘 모르겠다 아시는 분 댓글 부탁드려요!) 특유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열. 커피가 무제한?! 


여러가지 장단점을 고려해 봤을 때 나는 여전히 한국 카페가 그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그것은 바로 '에스프레소 하우스'를 알고 나서 부터였다. 에스프레소 하우스는 북유럽의 스타벅스 같은 느낌이다. 독일에서도 전역에 체인점을 내지는 않았고, 베를린과 함부르크 정도에 지점이 있다. 에스프레소 하우스는 왠만한 단점을 모두 커버한다. 공부/일해도 전혀 눈치 안보이는 분위기에, 와이파이도 잘 되고, 직원도 친절하며, 영업시간도 20시까지, 화장실은 항상 무료이며 깨끗하다. (에어컨은 아직 확인을 못했다.) 인테리어도 내 스타일이고, 커피도 스벅 커피보다 내 입에 더 맞는다. 자체 앱으로 프리 오더도 할 수 있다. (한국 스벅은 이게 된지 오래됐지만, 독일 스벅은 아직도 앱으로 주문이 안된다) 근데 거기다가 커피 무제한 멤버십 제도까지 있다. 한 달에 2만원이면 필터 커피와 차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고, 월정액제가 더 비쌀수록 더 많은 메뉴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돈 걱정 없이 자유롭게 카페를 드나들고 있다. 물론 남용과 악용하는 사람을 방지하기 위해 2시간에 한 잔씩만 무료이지만, 나에게는 이 정도도 충분하고 넘친다. 다른 카페들도 꼭 이 제도를 마련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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