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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Aug 18. 2022

독일인데 독일이 아닌 것 같은 독일의 수도



오늘 팀에 새로운 팀원이 들어왔다. 함부르크는 처음이라고 했다. 주 거주지는 베를린이라서 일주일의 절반 정도는 함부르크에서 절반 정도는 베를린에서 머물 예정이라고 했다. 오늘이 함부르크에 온지 3일차인 함부르크 새내기다보니, 베를린과 함부르크 두 도시의 차이점이 확확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달라? 뭐가 다른데?”


하나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의 비율이라고 했다. 베를린에서는 사람들의 절반 정도만이 마스크를 쓴다고 한다. FFP2, 그러니까 KF94 급의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또 그 중에 많지 않다고도 했다. 반면에 함부르크에서는 대중교통 안에서는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을 찾기 힘들다. 어쩌다 한 번씩 안쓰는 사람이 있으면 버스기사에게 바로 지적을 당하거나, 때때로 승객 중에도 큰 소리로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스크를 써라, 아니면 내리라는 식이다. 베를린에서는 왜 다르냐고 하니, “베를린이잖아.”라고 했다. 베를린에는 딱 한 번, 그것도 베를린의 휴일에 방문해 본 경험이 전부인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렴풋이 느낌만 알 것 같았다.


또 하나는 언어라고 했다. 이 친구는 우리나라 사람은 아니지만 나처럼 외국인으로 온 입장이라 독일어를 아주 잘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베를린에 있을 때는 거의 대부분 영어를 써서 몰랐는데 함부르크에 오니 독일어를 말하거나 듣는 상황이 훨씬 많아지는 게 체감이 된다고 했다. ‘아참, 나 독일에 살고 있었지’ 이런 생각이 든다나? 함부르크에만 살아본 내 기준으로도 함부르크는 다른 독일 지역에 비해 영어를 많이 쓰는 것 같은데 베를린에는 비할 바가 못되나 보다.  


Photo by <a href="https://unsplash.com/@florianwehde?utm_source=unsplash&utm_medium=referral&utm_con


10년 전만 해도 독일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손에 꼽았던 베를린. 그래서 생활비도 집값도 저렴했던 탓에 IT업계 스타트업이 베를린으로 많이 몰렸는데 지금은 IT회사들이 잘나가면서 베를린 전체의 집값도 많이 오르고 핫한 도시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도 했다. 물론 비슷한 이유로 예술가들이 모여 트렌디한 도시가 되기도 했지만, 집값 상승에 영향을 끼친 건 IT업계라는 세간의 추측이 있는 듯 했다. 베를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독일의 수도이지만 전혀 독일스럽지 않은 도시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 살아보고 싶으면서도 살아보기 두려워지기도 하는, 묘한 느낌의 도시랄까.




나는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지만 베를린에서 살다온 혹은 함부르크에서 베를린으로 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놀랄 때가 많다. 지금까지 내가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음 주의) 베를린은 평범한 연애를 하던 사람들도 베를린에 가기만 하면 반년만에 오픈 릴레이션십을 하게 만들고, 엄청나게 섹슈얼하게 개방적인 클럽이 있고, 회사의 대표가 마치 노숙자처럼 옷을 입고 다니고, 더럽지만 자유롭고, 도시지만 사람들이 여유롭고,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우리나라 강남 가듯이 꾸미고 다니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곳. 거기에 마스크를 잘 안 쓰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추가되었다. 굉장히 트렌디하면서도 자유롭고 여유와 낭만이 넘칠 것 같은 글로벌한 도시라고 상상하면 가서 살아보고 싶어지다가도, 하지만 옷을 너무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거나 거리가 더럽고 다소 거친 듯한 분위기의 지역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망설여지는 그런 곳 같다. 함부르크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선입견과는 상당히 다른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베를린을 더한 것 같다는 생각도.



이상, 함부르크 우물 안 개구리가 바라본 베를린에 대한 상상 끝.

근데 이거 이정도면 나중에 베를린 한 달 살기하러 가봐야 될 것 같다.






참, 여기 나온 정보는 모두 개개인의 생각이므로 실제와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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