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2022년 9월 기준 세계에서 4번째로 틴더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이다 (1위는 미국, 2위는 브라질, 3위는 스페인이라고 한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전보다 많이 쓰는 것 같지만, 데이팅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히 한국이 더 강한 것 같다. 물론 독일 사람이라고 해서 데이팅앱을 무조건 좋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사회에 더 잘 받아들여지는 편인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전 옛 동료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았는데 생일 주인공이 썸녀도 자신의 파티에 초대했다. 그리고 그 둘이 데이팅앱을 통해 만났다는 것을 대부분의 친구들이 알고 있었다. 조금 특이하다 하는 시선 정도는 있었지만 부정적인 시선은 없었다. 또 내가 다니는 대학교에서도 여자 친구들끼리 데이팅앱으로 만난 남자 이야기를 소개팅남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독일의 데이팅앱이 무조건 좋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데이팅앱’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거나 무조건 좋다거나 하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그때그때 사람을 찬찬히 보고 만난다면 우리가 흔히 하는 소개팅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독일에서 데이팅앱이 대중화된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독일에는 소개팅 문화라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대신 친구의 친구들을 스스럼없이 알아가는 문화이다. 우리도 종종 아는 친구들끼리 만나는 모임에 친구의 친구를 부르긴 하지만, 독일에서는 그런 상황을 더 자주 목격한 것 같다. 특히, 생일 파티를 주로 집에서 크게 하는데 이때 가끔 생일 주인공의 동의도 없이 막 모르는 친구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어쨌든 자연스러운 만남이 가능한 방법이 우리보다 열려있는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우리도 모두 알다시피 그 방법이 모두의 만남 고민을 해결해주진 않는다. 길거리에서 번호를 물어보는 문화도 예전에는 있었지만 최근에 많이 사라져 가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짝을 찾고 싶은 마음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데이팅앱은 정말로 유럽 이용자의 니즈에 의해 더 대중적으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독일에 처음 왔을 때는 개인적으로 데이팅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어떤 미국 여성의 강연 영상을 보고 마음이 확 바뀌었다. 그녀는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랐는데, 워낙 마을이 작다 보니 만날 수 있는 상대가 너무 한정적이었다. 그렇다고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 삶의 터전을 갑자기 대도시로 옮길 상황은 아니었고, 아쉬운 대로 같은 마을의 남자 중에 고르자니 자신의 평생 반려자가 될 사람을 그렇게 고르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그녀는 상대의 정보를 어느 정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데이팅 사이트의 장점을 이용해서, 수많은 남자들을 만나면서 데이터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그녀는 자기 나름의 데이터를 쌓게 되고, 그렇게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과 더 잘 맞는 남자를 매칭 하는 확률을 높여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가 바라던 반려자와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물론 데이팅앱으로 불특정한 타인을 더 많이 만나게 될수록 불확실성이 더 추가되긴 하지만, 소개팅을 100번 해서 겨우 자신의 짝을 만난 사람이나 데이팅앱으로 100명을 만나 겨우 자신의 짝을 만난 사람이 무엇이 크게 다를까? 소개팅으로 만났다고 해서 나와 영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잘못하다가는 주선자와 관계가 틀어지게 되기도 한다.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도 데이팅앱을 사용함에 있어서 조금 더 마음이 열리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의 기간 동안 생일 파티를 열지 못하거나 해도 작게 열거나 하며 만남의 기회가 더더욱 축소되었고, 이로 인해 데이팅앱의 이용자수가 더 늘기도 했다.
나를 포함한 내 대학 친구들의 데이팅앱의 이용 패턴은 대략 이렇다. 외로울 때 데이팅앱을 다운로드하고, 여러 명을 만나보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실망하고, 데이팅앱을 삭제한 후 한동안 쳐다보지 않는다. 그러다 다시 외로워지면 데이팅앱을 다운로드하고 위의 과정을 반복한다. 내게 맞는 사람을 찾게 될 때까지 말이다. 어찌 보면 소개팅과도 비슷하다 할 수 있는데, 문제는 데이팅앱의 경우 이 과정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감정 소모, 에너지 소모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내가 스와이프를 할 때마다 새로운 사람의 프로필이 등장하고, 그 사람의 사진, 정보, 소개글을 보며 어떤 사람일지 추측해 보고, 매칭이 될지 안 될지 걱정하고, 매칭이 되어 대화를 하게 되어도 초면인 데다 잘 보여야 하니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니다. 그러다 대화가 일방적으로 끊기기도 하고,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만났다가도 그다지 설렘이 없어 그만두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마음이 허해지고 내가 매력이 없는 건 아닌지, 나의 짝이 과연 있기나 한 건지 여러 가지 고민만 많아지고 속상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이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다들 말은 안해서 그렇지, 이성을 만날 곳이 부족해서 데이팅앱을 하고는 있지만, 이 상황에 지쳐가는 마음은 대다수가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당신의 속상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독일에서 데이팅앱을 건강하게 이용하는 세가지 팁을 적으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틴더가 가장 이용자수가 많은 대중적인 앱이긴 하지만, 그만큼 이상한 사람을 만날 확률도 높은 앱이라고 생각한다. 범블(Bumble)의 가장 큰 장점은 매칭이 되더라도 여자만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시스템이라서 매칭 후에도 대화의 주도권은 여성에게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가 대화를 시작할 때마다 인권 보호, 여성 평등 등 사회 운동 활동을 후원하도록 연결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틴더에 비해 프로필 항목이 더 많아서 상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기도 하다. 매칭이 되자마자 실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경험상 훨씬 적었다.
외로우니까 데이팅앱을 하는 건데 외로우니까 하지 말라는 말이 모순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만약 내가 단지 지금의 일시적인 외로움을 충족시키기 위한 가벼운 만남을 찾고 있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적어도 진지하게 만날 사람을 찾고 있다면, 오히려 외로울 때가 아니라 내 마음이 좋을 때 하는 것이 좋은 사람을 만날 확률이 훨씬 높다. 외로울 때 데이팅앱을 하게 되면 외로운 마음에 남자가 조금만 잘해줘도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질 가능성이 높고, 매칭이 잘 성사되지 않거나 데이트가 별로여도 마음에 받는 상처가 덜 하다. 오히려 혼자여도 괜찮을 때, 내 마음에 여유가 있고 편할 때 하면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게 돼서 훨씬 도움이 된다.
우리가 소개팅에서도 종종 그러하듯이, 데이팅앱에서도 처음부터 너무 내게 맞는 사람을 최대한 빨리 만나고 싶어 마음이 급해지는 경우들이 있다. 나도 모르게 상대를 평가하고, 내가 정한 조건들(그것이 외모이든, 성품적이든)에 맞는지 점검하고 체크한다. 문제는 그런 부담은 상대도 느끼기 마련이다. 또 스스로에게도 스트레스가 된다. 너무 진지하면, 한 번의 실패에도 더 큰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더 지친다. 그러면 한 번의 실패만으로 데이팅앱에서 만날 수 있는 더 열린 기회를 스스로 막아버리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상대에게서도 지나친 진중함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처음 몇 번의 만남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오고가는 바람처럼 만나보다가 서로 코드가 맞고 설렘이 있다면, 그때부터 진지하게 생각해도 전혀 늦지 않다.
*틴더 이용률 세계 순위에 대한 출처는 Statista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