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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Jan 02. 2023

독일에서 딱 하루만 허락되는
크레이지데이



오후부터 벌써 여기저기서 펑펑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알고 들어서 이정도지 모르고 들을 때는 어디서 폭탄이 터지는 줄 알았을 정도로 소리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방음이 잘 되는 집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하루종일 이 소리를 들어야 한다. 집을 떠나 밖으로 나가도 마찬가지다. 12월 31일, 독일에서 폭죽 소리를 피하는 건 엄청난 챌린지다.






독일은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사람들이 곳곳에서 장소불문하고 폭죽을 터뜨리는 문화가 있다. 보통은 새해로 넘어가는 1월 1일 00시에 한마음으로 터뜨리지만, 그때까지 참을 수 없는 아이들이나 학생들은 하루종일 여기저기서 폭죽을 터뜨려댄다.아이들, 청소년, 성인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독일에서 6번째 맞이하는 연말이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소리에 예민한 내 입장에서는 늘 고통이지만, 독일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합법적으로 미칠 수 있는(?) 일년에 딱 하루뿐인 날이라고 한다. 이 폭죽놀이의 기원은 큰 소리와 빛을 내서 한 해의 마지막 나쁜 영혼들을 몰아내기 위해 생긴 관습이라고 한다. 현대에 접어들면서는 그저 스트레스를 풀고 평소에 허락되지 않는 일탈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합법적인 크레이지 데이다.




특히 작년 연말에는 팬데믹 때문에 밖에서 폭죽 터뜨리는 걸 공식적으로 금지했었다. 당시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사적 모임에 인원 제한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소규모라도 폭죽 놀이를 금지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병원 인력/구급 인력이 부족해서 예측 가능한 응급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사람들이 연말 분위기와 술에 취해 폭죽놀이를 하다가 화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무시하고 할 사람들은 다 했었다. 경찰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금지는 금지였기 때문에, 올해는 정말 하루 종일 터뜨려댔다. 



주택가에서도 멀리서 들려오는 폭죽 소리




아무리 즐기기 위한 문화라지만 역시 개인들이 술에 취해서 즐기는 불꽃놀이인만큼 사건 사고도 많고, 이웃들에게 피해가 되기도 는 것이 사실이다. 지인의 친구 중에는 장난으로 폭죽을 사람을 향해 겨눴다가 눈을 다친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상상도 하기 싫은 장면이다. 또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집은 불꽃놀이 소리에 아이가 놀라 자꾸 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고양이처럼 소리에 예민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진정제를 먹이는 등 대비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나처럼 사적인 불꽃놀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시에서 주관하는 공공 불꽃놀이만 진행하는 것으로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는 하는데, '자유'를 핑계로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앞으로 독일의 연말의 모습이 과연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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