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부터 벌써 여기저기서 펑펑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알고 들어서 이정도지 모르고 들을 때는 어디서 폭탄이 터지는 줄 알았을 정도로 소리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방음이 잘 되는 집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하루종일 이 소리를 들어야 한다. 집을 떠나 밖으로 나가도 마찬가지다. 12월 31일, 독일에서 폭죽 소리를 피하는 건 엄청난 챌린지다.
독일은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사람들이 곳곳에서 장소불문하고 폭죽을 터뜨리는 문화가 있다. 보통은 새해로 넘어가는 1월 1일 00시에 한마음으로 터뜨리지만, 그때까지 참을 수 없는 아이들이나 학생들은 하루종일 여기저기서 폭죽을 터뜨려댄다.아이들, 청소년, 성인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독일에서 6번째 맞이하는 연말이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소리에 예민한 내 입장에서는 늘 고통이지만, 독일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합법적으로 미칠 수 있는(?) 일년에 딱 하루뿐인 날이라고 한다. 이 폭죽놀이의 기원은 큰 소리와 빛을 내서 한 해의 마지막 나쁜 영혼들을 몰아내기 위해 생긴 관습이라고 한다. 현대에 접어들면서는 그저 스트레스를 풀고 평소에 허락되지 않는 일탈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합법적인 크레이지 데이다.
특히 작년 연말에는 팬데믹 때문에 밖에서 폭죽 터뜨리는 걸 공식적으로 금지했었다. 당시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사적 모임에 인원 제한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소규모라도 폭죽 놀이를 금지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병원 인력/구급 인력이 부족해서 예측 가능한 응급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사람들이 연말 분위기와 술에 취해 폭죽놀이를 하다가 화상을 입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무시하고 할 사람들은 다 했었다. 경찰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금지는 금지였기 때문에, 올해는 정말 하루 종일 터뜨려댔다.
아무리 즐기기 위한 문화라지만 역시 개인들이 술에 취해서 즐기는 불꽃놀이인만큼 사건 사고도 많고, 이웃들에게 피해가 되기도 는 것이 사실이다. 지인의 친구 중에는 장난으로 폭죽을 사람을 향해 겨눴다가 눈을 다친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상상도 하기 싫은 장면이다. 또 어린 아이를 키우는 집은 불꽃놀이 소리에 아이가 놀라 자꾸 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고양이처럼 소리에 예민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진정제를 먹이는 등 대비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나처럼 사적인 불꽃놀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시에서 주관하는 공공 불꽃놀이만 진행하는 것으로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는 하는데, '자유'를 핑계로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앞으로 독일의 연말의 모습이 과연 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