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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Mar 26. 2023

나는 내 나라에서 살 때에도
이방인처럼 살았다

 

다리의 온 신경이 곤두선 채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내달리듯 걸었다

S11.

플랫폼에 들어서자마자 도착하는 거대한 고철 덩어리를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애써 일찍 눈을 뜬 오늘 내 하루의 가성비를 책임지고 있는

아침의 마지막 지하철이었다



아직 일등칸에는 앉지 못해도

일등으로 철로를 달리는 칸에 앉았다

차창에 묻은 정체모를 얼룩을 궁금해하던 찰나

곧 숨을 방해받는다 

이 네모난 칸을 채우고 있는 건 나와 비슷하게 생긴 인간들 뿐만이 아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연신 자신의 진심을 쏟아내고 있는 저 여인뿐만이 아니다

이 칸에는 보이지 않는 주인이 있다

문득 마스크가 그리웠다



다시 플랫폼에 내려서고 

길에 내려서자

햇빛이 내려앉았다



초록불을 기다리는 동안

지나가는 차들을 이 나라 말로 세었다

Eins (1)

Zwei (2)

...

Vierzig (40)



갑자기 문득 받을 때마다 묘하게 삐걱거리던 질문이 떠올랐다

'타지에서 적응하기 힘들지 않아?'

그래 쉽지 않지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아주 힘든 것만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친화력이 엄청나서 만났다 하면 모두와 친구가 돼버리는

그런 사람은 더더욱이 아니다

그 반대면 모를까



그런데도 어쩐지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힘들다고 할 수도, 힘들지 않다고 할 수도 없었다 

나는 늘 그 대답을 얼버무리곤 했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그런데 오늘 아침 더러운 지하철을 타고 십여분을 달려 내린 건널목 앞에서

상쾌한 공기와 햇볕으로 몸을 소독하며

쌩쌩 내달리는 자동차들을 세다가 불현듯 깨달은 것이다

내가 왜 대답을 망설였는지를









이곳에서 나는 철저하게 이방인이다

그것이 나를 이곳에서 힘들게 하기도

또 계속 살게도 한다



나는 내 나라에서 살 때에도 이방인처럼 살았다 

이제 진짜 이방인이 된다 한들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진짜 이방인이라서 더 편한 지도

어쩌면 나는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진정한 이방인이 되기 위해서



내 나라에서 이해받지 못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여기서 이해받지 못하면 문화 차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

어쨌든 나는 이상한 사람이지만 

그 확률이 줄어든다

이 남의 나라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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