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유럽 일기
때는 12월 27일. 알바하는 곳 휴게실에는 동료들이 종종 간식을 올려둔다. 얼마 전이 크리스마스였어서 평소보다 유난히 간식이 많았다. 보통은 과자나 달달한 초콜릿, 케이크가 대부분인데 그 사이에 섞인 이 캔디처럼 생긴 것이 동료들 사이에 화제였다. 그냥 겉포장만 보면 일반적인 사탕이나 초콜릿처럼 생겼으나 속은 생선맛이 나는 사탕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난기가 많은 몇몇 동료는 이것을 아주 맛있고 달콤한 사탕인 척하며 이미 여러 명을 속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소문 때문인지 이 사탕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는 점점 떨어져 갔고 많은 간식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동안에도 이 생선 캔디는 여전히 수북했다. 그러다 오늘 누군가가 또 이 생선 캔디를 먹어보라며 부추겼다. 나는 그 정체를 들은 후로 어쩐지 꺼려져서 입도 대지 않아 왔는데 오늘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포장은 세 가지 색깔이었다. 맛이 다르냐고 물으니 모두 똑같다 했다. 막상 먹어보려니 두려워져서 포장지를 펼쳐 뭐라고 쓰여있는지 읽어보려 애썼다. Tuna 어쩌고 가 쓰인 걸 보니 참치맛 같았다. 평소 참치를 좋아하는 편이라 조금 안심하며 포장지를 뜯었다.
막상 뜯어보니 내용물은 사탕이라기보다 초콜릿에 더 가까운 질감을 가진 네모난 무언가였다. 킁킁 냄새를 맡아보니 크게 나쁘지 않았다. 내 엄지손톱만 한 것이 이미 아주 작지만, 그래도 예상치 못한 맛에 당할까 겁나 미간을 미리 찌푸린 채 반만 베어 물었다. 이제 슬슬 미각이 공격받을 차례인가 생각하며 때가 오길 기다렸지만, 이게 왠 걸, 생각보다 괜찮은 것이었다. 왜 내 입맛에 맞는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쥐포랑 식감이나 맛이 조금 비슷했다.
내가 생선 사탕을 생각보다 잘 먹자 이번에는 미역 사탕이라며 또 무언가를 건네받았다. 포장지를 열어보니 약간 양갱 같아 보였다. 미역맛이라. 참치 캔디가 생각보다 괜찮았던지라 별 걱정 없이 이 미역 사탕을 와그작와그작 씹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수였다. 곧 형용하기 어려운 비린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곤란한 맛이었다. 돌이켜보니 예전에도 독일에서 종종 볼 수 있은 검은색 젤리를 맛보았다가 삼키지도 못하고 도로 뱉어낸 기억이 떠올랐다. 두 번 다시는 먹지 않겠노라 굳게 다짐하며 이 일기를 마무리한다.
오늘의 교훈: 내가 모르는 검은색 디저트는 웬만하면 조심하자.
추신. 깜빡 잊고 적지 않았는데 생선 캔디와 미역 캔디는 아시아권 동료들이 가져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