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다고 썼기에 여전히 두려운 것처럼
퇴근길 서점에 들러서 어떤 책을 훑었는데
문득 두려웠다
지금도 두렵다
앞으로도 계속 두렵겠지?
죽는 건 두렵지 않은데
사는 게 두렵다
산다는 건 계속 두려운 일 같다
산다는 건 계속 두려운(데 그래도 앞으로 걷는)일 같다
내가 마흔이 되도 쉰이 되도
계속 두렵겠지
이런 얼빠진 소리를 멈춘지 몇 년 째인지
꾹꾹 억누른게 몇 년 째인지
다시 '미쳤구나' 라는 소리가 듣고 싶다
억누르지 말고
착한 아이 말고
Everybody is going to die.
The question is how.
- 1년 전 일기 -
1년전의 나는 사는게 두려웠다
그것은 지금도 여전한 것 같다
그래도 다른 게 있다면
더 이상 내 안의 소리를 얼빠진 소리라 치부하지 않고
꾹꾹 억누르지도 않게 되었다
마흔이 되어도 쉰이 되어도
나는 두렵다고 말하고 있을까?
두렵지만 떨림을 꾹 참고 탄 롤러코스터가
사실은 너무 재밌고 흥분되서 또 타게 되는 것처럼
매일 아침 두려움을 꾹 참고 하루라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다
상처 받을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사랑이라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다
안 될 줄 알면서도 꾹 참고 새 출발이라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다
한 줌의 행복과
한 줌의 기쁨이
백만 줌의 두려움을 마법처럼 사라지게 한다
사실 두려움은 덩치만 큰 바보다
그런 바보에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오늘 내 일기는
더 이상 두렵다라는 말 대신에
'잘 살고 있다.' 로 바꾸고 싶다.
1년 뒤에 봤을 때도
'여전히 잘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도록.
나도
당신도
잘
살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