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 구텐탁! (...) 캔유스핔잉글리쉬?
지난 포스팅에서 독일에서 병원 진찰을 받기 위한 나의 고군분투 스토리를 올렸었다.
전편을 먼저 보실 분들은 여기로. (독일 병원 찾는 곳, 예약에 관한 내용들을 볼 수 있습니다)
- 1편: 독일에서 느낀 한국 병원의 소중함
독일에 와서는 감동할 일이 참 많았던 것 같다. 게스트 하우스를 전전하다가 월세집을 얻었을 때도 감동이었고, 아름다운 풍경들에 넋을 놓던 그 순간순간도 감동이었다. 그러다 이제 좀 무감각해지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싶을 때쯤, 이번엔 또 다른 감동을 느꼈다. 일주일 넘도록 낫지 않는 병 때문에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제대로 된 약도 처방받고 싶어서 병원 문을 두드리길 어언 일주일. 의사의 얼굴 조차 보지 못했던 지난 일주일을 회상하며 이번에는 꼭 진찰을 받고야 말리라 다짐하며 마지막 병원 문을 들어섰다.
누군가 건물 현관문을 열고 나오길래 때를 놓치지 않고 문을 잡아서 들어갔다. 보통 독일의 건물 현관 입구는 잠겨있기 때문에 그 문도 잠기지 않을까 해서 일단 점프. 문 뒤에는 머리가 새하얀 독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한참을 뒤적거리고 계셨다. 밖으로 나가시려나, 문을 잡아드려야 하나, 몇 초 정도 바라보았지만 나와는 다른 속도로 살고 계신 할머니. 금방 끝날 것 같지가 않아 일단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은 1층에 있었고, 겉만 봐서는 일반 가정집과 다를 게 없었다.
하우스 닥터면 역시 병원도 완전 가정집 같을까?
뭔가 더 포근한 느낌이려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문 앞에 섰다. 역시 이 문 앞에도 뭐라 뭐라 독일어로 공지 사항이 붙어있긴 했지만, 인기척을 봐서는 병원 문을 닫은 것 같진 않았다. 벨을 누를까 문을 열어볼까 고민을 하다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들어갔다. 내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독일의 가정식 병원은 의외로 제대로 시설을 갖춘 병원이었다. 주택 건물 안에 있다 뿐이지, 한국의 일반 의원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전체 인테리어만큼은 확실히 삭막하지 않고 푸근한 느낌이 있었다. 한국 병원처럼 들어가자마자 소파가 있는 로비 같은 구조가 아니라 모두 방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어디로 가야 하나 두리번거리다 보니 '안멜둥(Anmeldung)'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독일에 정착하다 보면 독일어를 몰라도 가장 먼저 배우게 될 단어 중 하나인 이 단어는 바로 '신고', '접수' 등을 의미한다. 안내판을 따라서 방으로 들어가니 이번엔 좀 익숙해 보이는 카운터 너머로 금발의 독일인 간호사 언니가 'Hallo'하고 친절히 인사해 주었다. 이번엔 왠지 느낌이 좋았다. 일단은 "할로, 구텐탁 (Hallo, Guten Tag!)"으로 인사를 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왜 이렇게 매사 조심스러운 건지... 나 너무 쫄아 있었나)
Kann Ich auf Englisch sprechen ?
제가 영어로 이야기해도 될까요?
'(너) 영어 할 줄 아세요?'라고 물어보면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들었을 때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겠다는 내 맘대로 판단 이후에 난 늘 이렇게 '나'를 주어로 해서 운을 뗀다. 간호사는 영어는 아주 조금 할 줄 안다며 엄지 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맞대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영어로 어디가 안 좋고, 의사 선생님께 진찰을 받고 싶다고 했다. 내 말은 다 이해하신 것 같았지만, 그 이후로 돌아오는 건 영어 단어 몇 개에서 독일어로 바뀌었다. (자, 이제 내 차례인가!)
절믄 간호사: Can you give me 'akdfjsdfoiwjasdfa'?
코뤼안 환자: ??????
뭔가를 달라는 건 영어로 말했는데 가장 중요한 목적어를 독일어로 말했다. (지금도 뭐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 블로그에서 다른 분들의 후기를 봤을 때 어떤 분이 접수 중에 보험 카드를 내미는 타이밍에 말했던 게 기억나서 "Insurance?"라고 되물었더니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다. 잠시 고민하다가 "ID Card?"라고 하니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스무고개 퀴즈 푸는 줄...)
받아간 여권을 복사하는 듯 하니 접수증 같은 종이에 다가 내 여권을 보면서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내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어주었다. 아마 내가 독일어를 못하고, 자신도 설명하기가 번거로우니, 직접 적어준 것 같다. (천사다 이 분...ㅠ.ㅠ)
하지만 한 가지 항목을 더 채워야 했는데 그건 내 여권에 없는 정보 같았다. 간호사가 내게 접수증과 펜을 내밀며 또 'ㅇㅇㅇ'을 적어달라고 했다. 스무고개가 또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난이도는 꽤 낮다. 겁먹을 거 없다. 독일에서 어디 가서 등록할 때 항상 적는 기본 사항이 있는데, 한국과도 별다르지 않다. 이름,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여권에 없는 주소와 연락처를 적었다. 우편번호까지 알차게 적어서 주니, "Super!"라고 칭찬받았다. (Super는 독일어로 '수-파-'라는 느낌으로 발음하는데 영어의 "Great!, Good job!" 같은 느낌의 단어다. 그리고 아래 두 군데에 수필 싸인을 2번 하고 접수가 완료되었다. 무슨 내용에 사인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그 내용을 알고 사인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패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접수가 완료되었다. 의외로 물을 것 같았던 보험 카드에 대해서는 전혀 묻지 않았다. 내가 눈치껏 독일어를 알아듣자 이제 대놓고 전체 문장을 독일어로 말했다. 바디랭귀지를 분석한 결과 '저쪽에서 기다리면 네 이름을 불러줄게'라는 메시지였다. 알겠다고 하고 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갔더니 'Wartezimmer(대기실)'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방이 있었다. 대기실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으니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힘이 빠지며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드디어 의사의 진찰을 받는구나!
이게 이렇게 감동적인 일이 될 줄이야 (감동)
정말 일상에서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는 게 이런 일들인 것 같다. 한국에서 지낼 때 감사 일기를 쓴 적이 있는데 그때는 감사할 일 찾기가 참 힘들었다. 그런데 독일에 오고 나서는 감사하지 않은 일을 찾기가 더 어렵다. 일단 병원에 갈 일 없이 몸 건강한 것이 정말 제일 감사하고, 우여곡절이 있긴 하였으나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병원에 오게 되어서 또 감사했다.
이제 독일에서는 어딜 가든 기다리는 일이 습관이 되어서, 그때부터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대기실 안 풍경은 한국과 비슷했다. 어른들을 위한 잡지 몇 권이 작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 책장에 꽂혀 있었다. 내 수준은 동화책도 못 읽는 수준이지만, 미피가 그려진 동화책 하나를 집어 들어서 스캔했다. (읽은 게 아니라 스캔만...) 언제쯤 이런 동화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올까, 생각하다 자리에 돌아와 앉았는데 어떤 남자가 대기실로 들어오면서 밝게 인사를 했다.
Hallo!
"Hallo!"하고 답하면서 잠시 '병원 직원인가? 나 같은 환자인가?'라고 고민했는데 환자인 것 같았다.
'아마 저 사람은 남쪽 지방에서 온 사람일 거야.'
인터넷상에서는 흔히들 함부르크 사람들이 차갑고 냉정하다고 풍자되는 경우가 많은데, 쌀쌀맞은 정도까지는 아니라, 의외로 많은 사람이 꽤 친절하다. 차이가 있다면 먼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오진 않지만 내가 요청했을 때는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라면 흔쾌히 도와준다. 그래서 이렇게 용건도 없는데 뜬금없이 인사를 거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국도 낯선 사람끼리 인사하는 문화는 아니다 보니 나는 이런 북독일의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든다. 그래도 막상 말문이 틔었을 때는 서울보다 좀 더 다정한 느낌은 있다. 아무튼 그래서 저 사람은 독일의 남쪽 지역에서 오지 않았을까 추측하며, 혹시나 더 말을 걸어오는지 싶어서 0.5초 정도 기다렸다. 더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딱 이 정도의 '활기'를 나누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Frau Park?
더 이상 구경할 게 없어지자 스마트폰으로 그 날의 일을 미리 좀 해두고 있자니 내 이름이 불렸다. 독일은 Mrs. 나 Ms. 의 구분 없이 Frau라고 호칭을 붙이는데 R발음이 어려워서 입에 쉬이 붙지 않는다. 생각보다 대기시간은 길진 않았다. 20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다. 그 날 손님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간호사에게 달려갔다. 의사가 있는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진찰실은 한국의 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적갈색 숏컷 머리를 하고 붉은 테두리의 안경을 쓴 푸근한 인상의 여의사였다. 이번에는 긴장이 풀려서 묻지 않고 바로 영어로 이야기를 했는데, 노란 머리를 하고 있지만 생긴 게 딱 봐도 외국인이니까 독일어를 못한다고 이해한 것 같았다. 의사의 영어 실력도 유창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우리는 서로 짤막하고 쉬운 영어 단어로 의사소통을 했다. 몇 가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고 아픈 곳을 살피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며 처방전을 뽑아주었다.
여기서 한국과 좀 달랐던 점은 처방전이었다. 한국에서는 진료가 다 끝나고 병원비를 결제할 때 간호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전달해주고, 처방전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어서 물어보면 잘 아는 간호사면 답변을 해주지만 보통은 의사 선생님한테 물어보라고 한다. 그럼 의사의 다른 환자 진찰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물어봐야 했었다. (이쯤 되면 귀찮아서 그냥 안 물어보고 갔지만) 그런데 여기서는 의사가 바로 자리에서 처방전을 뽑아주고 어떤 형태의 약인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나에게 설명해 주려고 하는 것이었다. (내가 독일어를 못 알아들음에도 불구하고!)
자세한 이야기까지는 나누지 못했지만, 어떤 타입의 약인지 이야기해주고 3가지 약 중에 무엇을 먼저 쓰고 어떤 순서로 써야 하는지를 설명해주려는 것 '같았는데', 내가 명확히 이해를 하지 못하고 계속 갸우뚱 하자 갑자기 웃으면서 그 처방전을 찢고 처방전을 새로 뽑아주었다. (이 스무고개는 풀지를 못했다...) 새 처방전에는 1가지 약만 기재되어 있었다. 훨씬 간단해진 처방전을 사이에 두고 웃으며 그렇게 진찰이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작은 플라스틱 통을 주면서 뭔가를 받아오라고 했다. 소변 검사를 하자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길쭉하게 생긴 용기를 썼던 것 같은데, 여긴 둥글넓적하게 작은 사이즈의 잼 병같이 생긴 용기였다.
여기서부터 이 의사 선생님의 친절함이 폭발했다. 화장실이 어디에 있다고 바디 랭귀지와 함께 설명을 해줘서 혼자 찾아가려고 했는데, (사실 병원이 작아서 화장실 찾기가 어렵진 않았다) 내 등을 밀어주며 화장실까지 같이 가주고 검사받을 용기를 어디로 내야 하는지까지 알려주었다. Danke(당케)를 연발하며 화장실로 들어가니 화장실 벽에 사각형의 조그만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쪽에 올려놓으면 반대편에서 받아서 검사를 하는 것 같았다. 저렇게 전달하면 이게 누구 건지 어떻게 아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두리번거리자 다른 쪽 구석에는 내가 들고 있는 것과 똑같이 생긴 용기가 여러 개 있었고, 옆에 펜이 놓여 있었다. 용기에 이름, 생년월일, 날짜를 적는 곳이 있었고 화장실에 있는 펜을 이용해서 해당사항을 적은 다음에 제출하는 구조였다. 사실 본인의 소변이라고는 하나 용기를 들고 간호사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늘 민망한 경험이었는데 참으로 현명한 방법이 아닌가 하고 또 감탄했다.
아무튼 그렇게 내 몸의 아웃풋(?)을 제출하고 '이제 병원비를 내면 되는 건가' 하여 카운터로 다시 갔다. 작은 병원이라 그런지 간호사가 한 분뿐이라 환자가 조금만 더 많이 와도 간호사분이 업무 과부하가 걸리기 쉬운 환경 같았다. 간호사가 다른 일을 처리하는 동안 나는 간호사가 보험에 대해 물어보진 않을까 약간 초조한 마음으로 카운터 앞에 서있었는데, 카운터 옆을 지나가던 의사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내가 딱히 어떤 신호를 보낸 것도 아니었는데, "Alles Gut?(알레스 굳? 괜찮아요?)"라고 챙기듯 물어봐 주었다. 괜찮다고 말하고 서있으려니 간호사가 다가와서 나를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다른 진찰실 같았다. 주사라도 맞는 건가 생각하며 일단 멀뚱멀뚱 기다렸다. 몇 분이 지나자 의사가 다시 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내 몸의 아웃풋에 대한 검사가 벌써 끝난 모양이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휴-) 일단 약국에 가서 약을 사고, 혹시 계속 아프면 월요일에 다시 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눈치력이 +1 상승했습니다) 마지막까지도 내 등을 토닥이며 자상함을 폭발하던 의사는 다음 환자를 진찰하러 갔다.
나는 다시 카운터로 가서 지갑을 꺼내 들었다. 간호사가 바쁘게 움직이더니 진료비 내역이 적힌 A4 종이 두 장을 주었다. 일단 보험도 보험이지만, 걱정했던 병원비. 내가 너무 겁을 먹었던 건지 내가 생각했던 금액보다 훨씬 적게 나왔다. 의사의 진찰 + 소변 검사 + 처방전까지 해서 내가 내야 했던 금액은 약 20유로 정도. 당연히 싸다고 할 수 없지만, 휘청거릴 정도로 터무니없지는 않았기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끝까지 간호사는 보험 카드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나는 병원을 다녀와서 이렇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마치 이미 다 나은 것 같이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고, 흥이 났다. 그 길로 동네 약국으로 약을 사러 갔다. 그런데 처방전에 적힌 약이 없어서 주문을 해야 하고 내일이면 받을 수 있다고 하며, 내 처방전을 가져가고, 뭔가 적힌 영수증 같은 걸 건네주었다. 알겠다고 하고 밖으로 일단 나왔는데, 아무래도 가능한 한 빨리 약을 받고 싶었다. 결국 다시 들어가서 처방전을 달라, 약이 오늘 밤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나는 이 약국이 자기들 약국 매출 올리려고 다른 약국 추천을 안 해주고 나보고 기다리라고 한 게 아닐까 의심도 했다. 일단 처방전을 다시 받아서 가까운 약국 아무 데나 가면 되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이 약사는 처방전을 돌려주며 컴퓨터로 뭔가를 확인하더니 지금 가까운 곳에는 이 약이 있는 약국이 없고, 지하철을 타고 3 정거장 정도를 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친절하게 약국 이름과 내려야 할 지하철역 이름을 적어주며, 그 약국에서 약을 킵해놓을 수 있게 전화를 해줄까? 하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의심해서 죄송해요) 바로 갈 거니까 그럴 필요까지 없다고 고맙다고 하고 동네 약국을 나왔다.
약이 있는 곳은 우리 집을 기준으로 외곽 방향이어서 내가 여기 와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 약사 말로는 역을 나가면 '아주 작은 쇼핑몰'이 있는데 그 안에 있다고 했다. 이상하게 '아주 작은 쇼핑몰'이라는 단어에 꽂힌 나는 '쇼핑몰은 쇼핑몰인데 아주 작다고?'라는 궁금증을 품은 채 지하철을 탔다. 출구를 나와서 눈 앞에 처음 보이는 풍경을 보고 나는 그제야 약사의 말이 이해가 갔다.
그곳은 정말 '아주 작은 쇼핑몰'이었는데 사람들의 이목을 현혹하기 바쁜 매장들로 가득 찬 대형 쇼핑몰과는 또 다른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작지만 꼭 필요한 가게들만 모여있고, 아담한 카페가 두어 군데 있어 동네 사람들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곳. 약을 사러 왔지만, 왠지 보물 같은 장소를 발견한 것 같아 기쁘기도 했다. 다음에는 차를 마시고 장을 볼 겸 이리로 와봐야겠다. 그래도 내가 생각한 만큼 작은 동네는 아니었던 모양인지 작은 쇼핑몰에 비해서 약국은 꽤 분주해 보이는 곳이었다. 약사 3~4명이 바쁘게 손님을 받는데도 대기줄이 길었고 약을 내오는 시스템도 조금 달랐다. 약사가 안에 들어가서 처방전을 주고 약을 요청하면, 약사가 약을 들고 오는 게 아니라 뒤에 작은 구멍이 있어서 거기로 약이 뿅 나왔다. (뭔가 병원에서도 그렇고 이런 사각형의 구멍으로 주고받는 걸 좋아하는 걸까 독일 의약계는...?)
약을 산 후에는 생활 용품을 파는 마트에 들어가서 영양제를 가득 샀다. 면역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이었기 때문에 다시 평소에 건강을 잘 챙기는 나로 돌아가려고 한다. (최근 게을러졌던 부분은 깊이 반성 중) 기본적으로 먹는 음식만 잘 먹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도 나의 오만이었던 것 같다.
이런 나에게 딱 맞는 건강 명언을 하나 공유하며 독일 초보의 독일 병원 체험기를 마무리할까 한다.
후회를 모르는 사람도
건강을 잃으면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