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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Dec 13. 2017

독일 스타벅스 이야기

영수증은 꼭 받아두세요!


드물게 토요일 아침 9시 약속이 잡혔다. 

주말 아침은 대부분 집에서 보내는(정확히는 침대 위) 나와는 달리 주말 아침을 카페에서 보내는 걸 너무나 좋아하는 친구의 초대였다. 스스로 일찍 일어나 나가는 게 어려울 뿐이지 막상 나가면 기분이 좋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선뜻 응했다. 의지는 충만했으나 몸은 일찍 일어나지 못해 아슬아슬하게 일어나 화장도 못한 얼굴로 밖으로 나섰다. 추웠지만 기분은 좋았다. 종종걸음을 보채며 지하철을 타고 만나기로 한 스타벅스로 향했다. 



스타벅스는 독일에서도 규모가 꽤 크다. 수도인 베를린에는 약 17개 정도 매장이 있고, 함부르크는 8군데 정도가 있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곳은 그중에서도 호숫가 옆에 위치해 있어서 2층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아주 아름다운 곳이다. 

역을 빠져나와 스타벅스까지 가는 길의 풍경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겨울, 바야흐로 크리스마스 마켓의 계절이었다. 사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시작된 건 11월 중순부터인데 정작 그동안 와보지는 못했다. 이른 아침에는 모든 마켓이 닫혀 있었다. 점심때쯤부터 하나 둘 문을 열 것이다. 늘 사람이 북적이는 크리스마스 마켓만 보다가 이렇게 한적한 풍경을 보니 기분이 색달랐다. 



문을 열기 전 크리스마스 마켓. 같은 도시라도 구역별로 마켓의 상점 모양이 모두 색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무심결에 오른쪽을 바라보니 귀여운 트리가 호수 한가운데 세워져 있었다. 호수 위에 떠있는 트리를 오스트리아에서도 본 적이 있지만 왠지 새롭게 다가왔다. 한밤 중 어둠 속에서 샛노란 불빛을 밝게 빛내던 트리의 모습만 생각하다가, 이른 아침(함부르크는 해가 8시 30분쯤 뜬다), 아직 안개도 덜 걷힌 호숫가 위에 떠있는 조그마한 트리가 유난히 귀여워 보였다. 크리스마스로 군데군데 변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고개를 더 두리번거리게 되었다. 상점가가 늘어서 있는 골목 위로 커다란 전광판과 전구들이 새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은 아침이라 불이 꺼져 있어 예쁘지는 않았다. 해가 짧은 독일의 겨울이 늘 아쉬웠는데, 이 순간만큼은 지금 어둡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오후 4시 반이 되면 이미 어둑어둑해져 버리면서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독일의 겨울. 크리스마스를 한 달 전부터 오래오래 즐기는 것은 이들 나름의 겨울나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알스터 호수 가운데 서있던 크리스마스 트리. 트리만큼은 아침부터 열심히 빛을 내고 있었다.




목적지인 스타벅스 옆의 길거리도 어느새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려 있었다. 괜히 걸어보고 싶지만 기다리고 있을 친구를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우선 카운터로 가서 재스민 펄 티를 주문했다. 한국 돈으로 3,500원 정도. 독일 스타벅스는 케이크가 정말 맛있는데 아침부터 먹기엔 부담스러우니 패스. 티를 주문하면 뜨거운 물만 부어서 티백을 담그지 않고 별도로 주기 때문에 나오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 처음 독일 스타벅스를 다니면서 느꼈던 차이는 음료를 한잔만 시킬 경우 트레이를 주지 않는다. 테이크 아웃이 아닌 이상 한국에선 머그컵을 받을 때면 트레이에 받았던 것 같은데, 조금 생소했다. 




오른쪽 건물 1, 2층이 스타벅스 매장이다. 바로 우측으로 알스터 호수가 펼쳐져 있다.






뜨거운 물이 담긴 머그컵, 티백 받침용 접시와 티백, 꿀, 그리고 미니 스푼이 착착 포개어진 컵을 들고 2층으로 향했다. 올라가는 길 발견한 스타벅스 컵 진열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타벅스 컵을 열정적으로 모으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매번 어떤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지 기대되기도 하고, 늘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컵은 설거지거리만 늘어날 뿐이기 때문에 사지는 않는다. 그래도 늘 설레면서 보게 된달까. 특히 이번에 나온 크리스마스 시즌 컵은 너무나도 귀여웠다. 




새로나온 머그컵들 중 가장 눈길을 사로 잡은 빨강, 검정의 짤막한 머그컵. 실제로 보면 더 사랑스럽다.






가장 갖고 싶었던 곰돌이 머그컵들. 딱 봐도 어떤게 인기 제품인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참을 인 세번을 그리며...






친구는 경치가 좋은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10분 전까지는 카페에 손님이 친구뿐이었다는데, 내가 오는 사이에 서너 테이블 정도 사람이 늘었다. 주말 낮시간에 오면 이 스타벅스의 2층 창가 자리는 인기가 많아서 쉽게 자리를 얻기 힘들다. 하지만 아침은 자유로운 편. 평소보다 조용하기도 했다. 친구와 인사를 나누며 무거운 코트를 벗어놓고 맥북을 주섬주섬 꺼내고 티백을 뜨거운 물 안에 집어넣는다. 자리에 앉으니 친구가 영수증이 있냐고 물어본다. 주머니에 대충 집어넣었던 영수증을 꺼내며 건네주었다. 내가 느꼈던 독일 스타벅스의 두 번째 특징은 이 영수증에 적힌 화장실 비밀번호였다. 내 경험 상으로 함부르크도 프랑크푸르트도 스타벅스에서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는데, 그 비밀번호는 구매 후 나오는 영수증에 프린트되어 나온다. 처음에는 그걸 몰라서 영수증을 안 받기도 했는데, 이제는 꼭꼭 챙겨 받는다. 공공 화장실에 들어갈 때 요금을 내는 문화인 이 곳에서야 크게 새로운 것도 아니었지만, 보통 카페나 레스토랑의 화장실이 이렇게 잠겨있지는 않기 때문에 색다르게 느껴졌다. 비밀번호를 적어뒀다가 급할 때 쓰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비밀번호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그리고 때때로 돈을 받는 사람이 앉아있기도 한다. 






쟈스민 펄 티백. 물을 거의 가득 채워준 하얀 머그컵. 꿀은 실패의 두려움에 타마셔보지 못했다.




1층에서도 호수는 보이지만 2층이 조금 더 예쁘게 바라볼 수 있다.




의자를 창가가 정면으로 보이도록 돌려 앉아 맥북 화면 뒤로 호수가 보이는 창문 풍경을 두었다. 시간은 9시 30분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도 꽤 한두 시간 정도는 조용한 카페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스타벅스가 보통 평일은 7시, 주말은 8시에 문을 연다. 여기는 매장마다 영업시간이 전부 다르다. 그래서 일찍 혹은 늦게 가게 된다면 해당 매장의 시간을 꼭 확인하는 편이 좋다. 함부르크만 해도 오픈 시간이 새벽 5시, 6시, 7시, 7시 30분 등 지점마다 다 다르다. 체인점이라면 대체적으로 비슷하게 운영하지 않을까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물론 내가 그렇게 스타벅스를 일찍 갈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2층에서 보이는 풍경. 날씨가 좋은 날은 더 아름답다. 가운데에는 소중한 영수증이!





우리는 그동안 묵혀놓은 수다를 떨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하고, 맥북으로 작업을 하기도 하며 모닝 카페 타임을 즐겼다. 주위의 대부분의 손님들은 친구들과 와서 대화를 하거나 혼자서 와서 책을 읽는 사람 정도가 있었다. 나도 아침부터 나와있었지만, 아침부터 참 부지런하다 싶다. 




도착하자마자 손님이 없는 기회를 틈타 찍었다. 2층에서 내려다보이는 1층 카운터의 모습.





그러고 보니 서울에서 다니던 스타벅스와 이 곳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사이렌 오더'다. 한국에서도 곧잘 이용했던 이 기능은 바로 카운터에 가지 않고도 앱에서 주문을 하고 음료가 완료되면 알람이 와서 픽업만 하면 되는 기능인데, 이제는 한국에서도 쓰는 사람이 많겠지만 함부르크의 스타벅스에는 사이렌 오더가 없다. 아니 어쩌면 독일 스타벅스 전체에 없다고 봐야겠다. 혹시나 해서 독일 스타벅스 앱을 다운로드하여 봤지만 사이렌 오더를 하는 메뉴 자체가 없다. 베를린에는 이미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카페가 생겼다고 하는데,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 기능이 아직도 없다니. 한국에만 있는 걸까? 아니면 독일이 느린 걸까.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정도로 발전해 있고, 기막히게 스마트화되는 부분이 많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을 만큼 클래식한 독일의 문화가 늘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는데 또 하나의 발견이었다. 그 덕분에 이 곳의 스타벅스는 늘 줄이 길다. 




스타벅스도 어느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아참,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인터넷이다. 한국처럼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지만, 그 속도가 사람이 조금만 많아지면 급격하게 떨어진다. 어느 정도냐면, 웹페이지를 새로 여는 로딩이 답답해서 기다리기 짜증 나는 정도랄까.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는 일 따위는 이제 아예 기대도 안 한다. 독일의 집이나 회사의 인터넷 속도는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밖에서의 인터넷은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곳이 드물다. 그것은 아마도 수요가 적어서, 즉 카페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그렇게 많지 않은 독일 사람들의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너무 느리다. (인터넷이 안 되는 카페도 굉장히 많고, 된다고 해도 1시간~3시간 정도 시간제한을 두는 곳도 있다.) 





와이파이는 느려서 속이 터지지만 천정은 너무나 아름다운 이 곳






그리고 또 하나 와이파이만큼이나 아쉬운 부분. 대부분의 함부르크 카페는 9시 정도면 문을 닫기 때문에 늦게까지 카페에 앉아 작업이나 공부를 더 하다 오는 걸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마치 김치가 그립듯이 한국의 24시간 카페가 그립다. 다들 공감하겠지만 집에 돌아오면 늘어지기 때문에 맘 잡고 일이나 공부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잠깐 한국에 돌아갔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이 밤 10시에 24시간 카페에 가는 일이었다...;)

갑작스럽지만, 24시간 카페에서 일하시는 한국 직원분들 힘드실 텐데 감사합니다!

오늘은 한국이 그리운 날이다. 









글: 노이

사진: 노이





덧. 독일 스벅에서 판매하는 스벅 머그컵, 텀블러를 종종 판매하고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로 구경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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