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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의 유럽일기 Jan 02. 2018

새해 첫날 내게 주는 선물

365개의 선물, 그 첫번째 주머니



정든 해가 끝나고 새해를 맞았다. 

함부르크는 1월 1일이 되는 자정, 온 동네가 폭죽을 터뜨리며 요란하게 새해를 시작하는 도시였다는 걸 몸소 체험한 이번 연말은 조금은 지쳐있었다.



누군가 내게 새해 계획을 물었다.

아등바등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지 않고, 반성만 하는 악순환에 지쳐있던 터라 딱히 계획은 세우지 않는 게 계획이었지만, 이번 연말을 독일에서 보내다 문득 장난처럼 든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걸 새해 계획으로 하기로 정했다.


기독교권 국가에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Advent calender(재림절 달력)이라는 것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는데, 이건 독일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1부터 24까지 숫자가 적혀있는 주머니나 서랍에 선물이 들어있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면서 매일 하나씩 열어보는 것인데, 보통 초콜릿이나 작은 장난감 과자 같은 소소한 물건이 들어있다. 하루하루 크리스마스를 카운트 다운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주머니를 열어보는 것이다. 주로 아이들에게 주는 것 같긴 하지만, 맥주 버전이나 화장품 버전처럼 성인을 위한 것도 있다. 

아직 한 번도 해보진 못했지만, 상상만 해도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내게 찾아온 2018년의 365일을, 365개의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살면 어떨까.



큰 선물은 아니어도 괜찮다.

어쩌면 나에게 주어지는 하루 그 자체가 내게 선물이 될 수도 있고,

나에게 작은 선물을 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을 줄 수도 있다. 



그렇게 첫 번째 선물, 1월 1일이 찾아왔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하루, 아니 사실 조금 아프고 힘든 하루였다.

이 하루를 선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몸은 아프고, 마음은 아렸다. 

심해에 둥둥 떠있는 것 같은 하루.

그래서 생각했다.

이런 나에게 오늘 나는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까.






오늘의 선물은 바로 '시'.

평소에 시를 읽는 사람은 아니다.

그냥 생각이 났다. 

어쩌다 한 번 읽는 시가 그동안 안 읽은 시간만큼 강하게 내 마음을 쾅쾅 두드려댄다.

참 신기하게도 짧은 그 몇 마디 문장들이 천 미터는 가라앉아 있었을 법한 내 마음을 

훅 하고 수면 위로 끌어올려주었다. 



우리가 아직도 함께 살아서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주고받는
평범하지만 뜻깊은 새해 인사가
이렇듯 새롭고 소중한 것이군요.
서로에게 더없이 다정하고
아름다운 선물이군요.

- 새해 첫날의 소망 중 / 이해인 -





우리가 꾸는 행복은
내일을 향해 뻗어있고
사랑하는 심장은
겨울에도 장미처럼 붉었나니
이루지 못할 꿈은 어디에 있던가

- 새해의 시 중 / 김사랑 -





새해를 맞이하는 일은
나이를 먹어 낡아지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이토록 아름답고 치열하게 수십 해를 살아왔음을
혹은 살아내었음을 축하하는 일이다.

- 한 살 더 먹었네 / 자작시 -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글: 노이

커버 사진: Photo by Cristian Escoba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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