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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삽질 Jul 05. 2018

절제된 곡선미의 극치, 살풀이

“한국 전통춤의 멋은 기와지붕이나 한복의 선처럼 곡선의 아름다움이지. 직선의 움직임이 기본인 서양춤이나 신무용은 명랑하고, 활발하고, 밝고, 박력은 있지만 한국 전통춤에서 볼 수 있는 뭔가 찌르르하고, 요염하고, 이상야릇한 기운이 없어.” 



전통춤의 대가 우봉(宇峰) 이매방 선생 말처럼 출렁이는 곡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그 곡선이 가장 아름답게 표현된 우리 춤이 살풀이 춤이다. 


살을 풀어내는 살풀이춤은 슬픔을 승화시키고 망자의 한을 풀어주는 고상한 인간 감정을 아름다운 춤사위로 표현한 예술작품이다.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한의 정서가 그대로 담긴 아름다운 춤인 것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나쁜 기운을 풀기 위해 굿판을 벌였다. 그곳에서 무당이 살을 푸는 춤을 춘 것에서 살풀이춤은 유래한다. 



조선 중기 이후 서민문화가 활발히 발전하면서 살풀이춤은 무당이나 광대의 춤으로 발전했다. 조선시대 말기에 이르러서는 광대나 기녀들에 의해 더 많이 전파되었다. 이후 일제 강점기 당시 굿이 금지되자 무당들은 몰래 집단을 이루어 춤을 다듬으며 예술적인 형태로 발전 시켜 나갔다. 


이후 살풀이춤은 수건춤의 양식을 춤꾼 한성준이 1903년 살풀이라고 쓴 데서부터 살풀이 춤이라고 불려졌다고 한다.

 

2008 동아무용페스티벌 한국무용 전통 여자부문 장아영 이매방류 살풀이 SALPURI KOREAN SHAMANIC DANCE


하이얀 치마저고리를 입은 단아한 여인이 들어섭니다. 고운 쪽머리에 멋스러운 비녀를 꽂고 하얀 명주 수건을 들고 있다. 


눈가에 깊은 주름은 여인이 겪은 모진 세월과 풍파를 말해준다. 버선코가 드릴 때 작은 발이 춤을 추며, 사뿐히 땅을 딛는다. 슬픔을 머그믄 부드러운 미소가 사방에 퍼지고 풍류가 울려퍼지며 살풀이춤은 시작된다.

 


덩 기덕 쿵 더러러러... 늦은 굿거리가 울려퍼지고 자진 굿거리로 이어진다. 이 여인과 한 평생을 같이 해온 풍류 악단의 원숙함이 소리에 묻어난다. 부드럽게 넘기는 장단은 자진몰이로 넘어가 자연스러운 속도변화와 춤의 구성변화를 이끌어간다. 


정갈하고 격조있는 손동작,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가벼운 발놀림, 아름다운 곡선미를 자아내는 어깨선이 한데 어울어 진다. 살풀이 춤사위에 묵혔던 원한도 내려가고 쌓였던 액귀도 멀리 물러가는 듯하다. 


여인이 수건으로 고를 맨다. 한 고름 두 고름 인생사가 얽혀가듯 고름을 매어간다. 얽힌 고름을 풀며 몸 안에 살을 풀어낸다. 춤판에서 몸에 고를 매듯이 수건으로 원을 그리듯이 빙빙 돈다. 몸 전체로 살을 푸는 이 동작은 온 몸으로 고통을 승화시키는 모습이다.

 


이처럼 살풀이춤에는 우리 민족이 지닌 곡선의 아름다움이 아주 잘 나타난다. 몸짓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절제된 곡선미의 극치가 살풀이 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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