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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삽질 Dec 07. 2018

설득의 미학

청춘,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위해①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장면과 마주친다. 아무 의미 없이 지나친 하루가 있지만 평생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간직한 하루도 있다. 하루를 살아도 특별하게 살면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많은 장면을 남길 수 있는 가장 소중한 때가 청춘시절이다. 이 글이 1분1초가 아까운 청춘들에게 삶에 남길 한 장면을 선사하는데 도움을 주길 바란다. 


한비자. 설득의 귀재

설득의 미학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매일 설득한다. 아이는 잠투정을 하며 안아달라고 운다. 엄마는 아이에게 잠은 누워서 자야한다고 교육을 한다. 우는 아이와 달래는 엄마는 승강이를 하고 어느덧 아이는 누워서 자기 시작한다.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설득을 해야한다. 별로 친하지도 않는데 갑자기 영화를 보자고하면 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친구들과 함께 보든, 영화 보여주는 내기를 하든, 티켓이 생겼다는 우연을 가장하든. 설득이 필요하다. 


영화를 본 후 가까워졌다면 고백을 해야한다. 연애는 평생 같이 살 수도 있다는 의미가 내포된 엄청난 설득이다. 어찌보면 인생 최고의 설득인 셈이다.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면접도 설득이며, 직장생활도 설득의 연속이다. 그 중 설득이 가장 필요한 공간은 사람의 생각을 바꿔야하는 곳이다. 예를 들어 시민단체나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 설득이 필수 요수이다. 


나는 설득의 필요성을 대학 동아리 시절에 처음으로 느꼈다. 대학시절 내가 속한 동아리는 참 어려운 곳이었다. 풍물패였지만 악기를 잘 못 다루고 회원도 적었다. 설상가상 그나마 있던 동기들마저 운동권이라며 동아리를 모두 나갔다. 어쩔 수 없이 내가 회장을 하였다. 남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이 꼭 필요한 때였다. 


요구를 잘 반영해야 


우선 내가 생각한 것은 동기부여다. 이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우리 회원들이 여기 남아있는 이유는 사람이 좋아서, 풍물을 잘 치고 싶어서, 우리 풍물패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나는 의욕을 가지고 달려 들었다. 나는 우선 연습을 열심히 했으며 회원들과 술을 많이 먹었다. MT, 하이킹을 가면서 회원들과 더욱 친밀해졌다. 이렇게 한 학기를 홛동하면서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이런 고민을 가지고 동아리 회원들을 만나 얘기해보니 잘나가는 풍물패를 부러워하던 동아리 회원들의 모습을 보았다. 당시는 학내 10개 정도 풍물패가 연합활동을 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더 큰 내용의 동기부여를 하기로 했다. 동아리 여름합숙 때 동아리 여름합숙 때 '풍물패 연합의 중심이 되자'고 동아리 회원 모두의 마음을 모았다. 

그 때부터 우리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소심했던 우리가 모든 거리에 나가고 마당극을 하나해도 주인공을 하려했다. 결국 다음해 풍물패연합을 이끄는 상쇠, 부쇠, 수장구 3인방 중 부쇠로 우리 새내기가 뽑혔다. 우리 풍물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점점 우리는 풍물패연합의 중심이 되었다. 


이렇듯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야한다. 내부 사안부터 사회적 문제까지 현재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을 잘알아야 그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람들의 요구는 발전한다. 하나의 요구가 달성되면 더 큰 요구를 제시해야 한다. 개인의 요구에서 출발해 공동체가 가진 큰 요구를 느끼게 해준다면 더 큰 힘을 모을 수 있다. 


진심을 가지고 결정구를 던져야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과 진심이다. 마음을 열기 위한 지름길은 따로 없다. 열정과 진심이 그 열쇠다.  


나는 새내기 때 풍물패 활동을 열심히 안 해 동아리 회장인데도 꽹과리를 못쳤다. 새내기가 들어오니 형편없는 내 실력이 창피했다. 후배들도 내 눈치를 보며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장구를 다시 배웠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새는 줄 모른다고 임실 필봉 풍물 전수관까지 가서 열심히 배웠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연습참여도 잘 안하던 후배들도 덩달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나부터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본 후배들에게 나의 진심이 통한 것이다. 


설득을 위해서는 결정구를 던져야 한다. 에이스 투수가 위기의 순간에 비장의 결정구를 던지듯이 설득에도 마음을 움질일만한 승부수가 필요하다. 


차기 풍물패 회장을 제안할 때 일이다. 나는 풍물패 패장을 잘 할 것 같은 후배를 쉽게 설득할 수 없었다. 시간은 다가오고 나는 결정구를 던지기로 했다.  


후배와 나는 동아리방에서 얼큰하게 술을 먹은 다음 밖으로 나왔다. 대운동장 한 가운데까지 도달한 나는 후배와 등을 기대고 털썩 주저앉았다. 


"네가 한다고 할 때까지 난 여기서 안 움직인다" 


40분 정도 흘렀을까? 그 후배는 자기가 하겠다며 일어났다. 결국 그 후배는 풍물패 회장을 훌륭히 수행했다.  


수위를 조절하고 특성을 반영해야 


설득은 사안에 대한 공감대 정도에 따라 수위를 잘 조절해야한다. 3학년 때 우리 동아리에 많은 새내기가 들어왔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새내기들을 챙겨가면서 작년처럼 어디든지 데리고 다녔다. 하지만 아직 활동을 내켜하지 않던 새내기들은 어느 순간부터 우리를 슬슬 피하기 시작했다. 결국 새내기들은 2학기가 되자 모두 동아리를 나가버렸다.  


대상의 수준에 맞는 설득을 해야한다. 그 수준이 넘어버린 순간 설득은 강요가 된다. 반면에 고민이 많은 집행부에게 새내기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 지루해했다.  


설득은 그 사람의 특성을 반영해야한다. 다음해 나는 풍물패연합 부쇠를 맡은 후배에게 단과대 학생회 회장후보를, 패장을 한 후배에게 부회장 부호를 제안했다. 또 다른 후배에겐 풍물패연합 집행부를 제안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다른 활동을 했다.  


회장 후보를 제안한 부쇠 후배는 풍물패연합 부회를 하며 다른 회원들보다 풍물패연합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그래서 회장 후보가 아니라 풍물패연합 집행부를 했다. 패장 후배는 단대 학생회와 연계가 있어서 학생회 고민이 더 많았고 결국 회장 후보를 하기로 했다. 다른 후배는 별로 고민없던 풍물패연합에 대한 고민만 높이다가 우여곡절 끝에 부회장 후보를 하기로 했다. 


나는 설득에 실패한 셈이다. 세 후배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들의 지향을 알지 못해서 설득을 하지 못한 것이다. 상대방에 대해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야 설득도 가능한 셈이다. 


설득은 그 일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려주고 그 일을 스스로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설득을 슬기롭게 해쳐나가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열정과 진심, 사랑이 있으면 설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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