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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Feb 17. 2021

문화 충돌을 그리다, 넷플릭스 <아메리칸 팩토리>

오바마 부부 제작 넷플릭스 다큐 <아메리칸 팩토리> 

간단 소개

미국 오하이오 주 데이톤 지역에서 GM이 철수한 뒤 2014년 중국의 푸야오 글래스라는 기업이 해당 공장을 인수해 미국 내 공장을 운영하며 벌어지는 일터 내 갈등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 간 근로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비교적 균형 있게 다룬다. 이 작은 공장 내 문화 갈등이 결국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양대 패권국의 문화적 차이 전반, 더 나아가 전 세계 선진 경제와 후진 경제 간의 문화 갈등을 읽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재밌다. 이 작품은 오바마 부부가 콘텐츠 제작을 위해 설립한 하이어 그라운드의 첫 작품으로, 아카데미 장편 다큐상을 받았다. 


넷플릭스 다큐 <아메리칸 팩토리> 캡처. 


주요 내용 

GM 공장 폐쇄로 1만 명 분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타격을 입은 데이톤 지역은 푸야오의 진입으로 다시 지역에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에 희망을 갖는다. 공장 개시 초반 공장 관리자와 임원들은 미국인들로 채용됐다. 중국 기업인 푸야오가 미국에 빠르게 적응하고 정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경영진, 관리자와 근로자들 모두 중국의 근로 문화와 미국의 근로 문화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적으로, 푸야오 글래스의 중국 공장에서는 12시간씩 2교대, 주 6일 근무가 일상이지만, 이미 노동 쟁의의 역사가 더 길고 깊은 미국의 경우 8시간 3교대, 주5일 근무가 일상이다. 이런 제도 차이는 단순히 근로 시간의 차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너머에 놓인 근로와 근로자에 대한 관점 자체의 차이를 나타낸다. 이는 갭이 매우 깊어서 서로 그냥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 관리자 눈에 비친 미국인 근로자들은 "손이 느린" 사람들이고, 미국 근로자들 눈에 비친 중국 근로자들은 "24시간 일하는" 사람들이다. 


다큐 후반부로 갈수록 갈등은 더 깊어지고, 초반부의 희망찬 분위기와 더욱 대비된다. GM시절보다 임금이 적고, 업무 압박은 높아진 공장 근로자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중산층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좌절한다. 이에 노조 결성을 준비한다. 반면 푸야오는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노무 컨설팅 업체 LRI에 1백만 달러 이상(약 11억 원)을 지급하고, 노조 회피 컨설팅을 받는다. 


공장 관리자는 중국인으로 대체된다. 노조 회피 컨설팅의 업무 중 다큐에 노출되는 부분은, 근로자들을 모아두고 노조가 생기면 안 좋은 점에 대해 역설하는 것이다. 참고로 다큐에 따르면 "1970년대 이래로 노조 회피 컨설팅 업계는 꾸준히 성장했고 평균 임금과 노조 가입자는 감소했다." 노사간 갈등이 점점 더 깊어지자 푸야오 대표는 "제가 사회에 공헌한 사람인지 범죄자인지 모르겠어요"라고 털어놓기도 한다. 


그렇다고 다큐가 경영진을 악인으로 규정하거나 묘사하는 건 아니다. 비교적 균형감 있게 다루고 있다. 경영진과 근로자 간의 다툼을 쟁점으로 하기보다 문화 갈등에 더 초점을 맞춘다. 중국 기업인 푸야오는 공장 근로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기를 바라고 요구하는 단체주의적인 면모를 보인다. 반면 노동쟁의에 관해서는 이미 역사가 더 오래되고, 또 사회적 분위기 또한 개인주의적인 미국의 근로자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굳이 모여서 파이팅이나 체조를 같이 하거나, 사명감에 복무하지도 않는다. 제도가 보장하는 근로 시간 내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데 만족한다. 


다큐에 따르면 푸야오 글래스는 아메리카는 2018년부터 흑자, 초봉은 시간 당 14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약 2200명의 미국 노동자와 200명의 중국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 <아메리칸 팩토리> 캡처


감상

이같은 갈등은 단지 이 공장 내의 갈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의 갈등을 통해 미중 간의 문화 갈등, 나아가 전 세계 선진 경제와 후진 경제 간의 차이를 읽을 수 있다. 심지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낙수효과' 또한 정말 실효성이 있는 건가, 그런 의문까지 품게 된다. 그게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론 좀 씁쓸한 의문들을 남긴다. 


그 이유는 첫째로,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공장 경영진이 근로자를 착취하던 과거를 겪고, 많은 이가 싸우며 근로 문화는 발전했다. 중국의 기업 또한 향후 인권에 관한 의식이 향상되며 노동쟁의, 임금상승 압박을 무시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ESG가 큰 화두가 되는 상황에서 이런 흐름을 과연 무시한 근로 문화를 지속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은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둘째로, 푸야오 글래스 또한 중국 공산당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중국은 공산당 독재 국가이다. 경제적으로 극단적인 자본주의를 추구할 수는 있지만 공산당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여러 가지 모순이 발생한다. 정부는 눈 밖에 난 회사를 압박하기도 한다. 이 국가의 미래, 이 국가가 내어놓는 비즈니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 일당 독재국가와 자본주의 경제의 줄타기는 얼마나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까 궁금하다. (물론 민주주의 정치체제 하 자본주의 경제에서도 여러 모순이 발생한다.. ) 


셋째로, 지역의 낙수효과 관련... 공장이 들어서며 일자리가 생기긴 했지만 실제 근로자들의 삶은 GM공장이 있을 때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임금은 더 줄었다. 지역에서는 공장을 유치한다고 파티 분위기를 내고 좋아했지만, 그 효과가 실제로 지역민들의 삶에 기여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 나라도 지역 불평등이 굉장히 심하다. 일자리가 지역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긴 하지만, 단순한 일자리뿐 아니라 그 일자리의 질과,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함께 증진시킬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또 진지해져버렸지만... 보고 나서 꼭 여러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큐 자체가 재미 있고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보면 좋을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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