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ee 리뷰

오랫동안 죽여온 우리의 세계

_<82년생 김지영>을 읽고

by hee

수많은 이야기 속의 나들, 학문 속 사람과 인류라는 말이 나라는 인간이 확장된 대명사인 줄 알았지만 이따금씩 내 존재를 세상의 일반적이고 보통의 사람이란 정체성에서 도려내는 듯 아프게 찔러오는 주민등록2번 2등시민의 정체성을 마주할 때 나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우리는 알아.

우리의 인생과 모든 불안감, 부정당했거나 내것이되 인정받지 못했던 경험들.

우린 알고 있었고 알고 있고 앞으로도 알 것이다.

나조차도 이 거대한 불행과 수시로 싸워야 다른 여자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는 진실.

21세기 무한도전에서 찾아냈던 버려진 딸내미가 87년생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의 공포와 절망감.

이 책은 이 시대 우리의 사실적인 인생 이야기이자 어떤 이들에겐 실제로 실현되진 않았음에도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실제적 위협에 대한 기록이다.

우리는 이렇게 태어난 순간부터 조금씩 우리의 세계를 죽여왔어.

말해도 들려지지 않았고 설명하다 지쳐버렸고 살다가 무뎌졌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