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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Sep 06. 2018

왜 일하는가?

일의 의미가 궁금한 기획자의 갬성 기획일기

누군가는 바늘 구멍 같은 취업 시장을 뚫으려는 고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이미 바늘 구멍 안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그곳을 탈출하고 싶어 아우성이다.


‘퇴사’를 주제로 한 책이 최근 2-3년 간 출판 시장을 휩쓸었고, 직장인의 제2의 인생을 모색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을 타깃으로 생겨난 ‘퇴사학교’도 2년 새 5천여 명의 직장인이 방문한 인기 교육 프로그램이 됐다.


바야흐로 우리는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일하는 사람도 행복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우리는 도대체 왜 일하기를 바라며 고통 받고, 일을 하면서도 불행해 할까? 우리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왜 이렇게 불행한 것이 되었을까? 우리는 도대체 왜, 일하는가?


어쩌면 TED에서 200만 명 이상이 시청한 미국의 스워스모어 대 사회학 교수 배리 슈워츠의 강연에 그 답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에 따르면 “산업혁명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인간 본성이 매우 게을러서 일할 만한 가치를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보상과 인센티브 체계가 생겼고, 이 프레임에 따라 자본주의 체제는 사람들을 일하게 하는 원동력을 만족감 등 다른 방법이 아닌 돈으로 설계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지적을 통해 우리가 일에 대해, 더 나아가 인간 본성에 대해 ‘인식’을 바꿔야 그 새로운 인식을 기반으로 한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에 대한 우리의 인식 자체를 바꿔야 “왜 일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돈이나 생계 유지 때문에 일하던 과거 산업혁명 시대의 기준에 따라 설계된 제도 안에서 취업을 하고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더 이상 우리 시대에는 그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과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하고, 돈벌이를 위해 일하는 자신의 현실과 의미를 추구하는 자신의 내면의 사이의 괴리로 인해 방황한다.


네 번째 회사에서 영원히 퇴근한 후 다섯번째 회사에 둥지를 튼 지 어느덧 두 달 째다.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하는 곳이다보니 그동안 정신 없이 바빠 이제야 글을 쓴다.


서비스 이름은 폴인. 유료 지식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곳이다. 내가 이 회사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일에 대한 고민을 담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일은 일생에 걸쳐 꽤 중요한 화두이기에 이곳의 고민과 내 고민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이라도 한듯 일치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한동안은 퇴근 후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소비하고, 소비를 메우기 위해 일하고, 일하느라 건강을 해치고, 건강을 해친 값을 갚기 위해 일해야 하는 생활 패턴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무엇이 나의 행복인지 생각해봤더니 사실 결국은 일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내 삶에 행복을 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래서 만족스러운 일을 찾기 위해 이직의 여정을 시작했고, 이직을 할 때마다 내 일의 만족감은 점점 나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을 한다는 건 쉽지 않다. 일은 나를 행복하게 하지만 나를 아프게 하기도 한다. 지금은 몇 년 전에 비해 일에 쓴 나의 에너지를 보상하기 위해 지름신을 호출하진 않게 됐다. 그게 내 인생에서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 알게 됐기 때문. 하지만 사무 공간의 비인간성과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심신의 건강 유지에 고정 비용이 들고, 그걸 노동으로 메우는 건 여전하다.


아마 아직은 일과 휴식을 잘 조화시키는 방법을 잘 모르거나, 일에서 만족감을 얻는 방법을 잘못 알고 있거나, 주어진 일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크거나, 그걸 해내야 한다고 스스로를 자학하는 중이거나, 일이 내 인생 전부를 집어삼키는데도 모른척 하는 것이거나. 잘 모르겠다. 책 <탈출하라>의 저자는 우리가 전부 쓸데 없는 일을 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정도 극단적인 견해를 받아들일 용기는 없는 것 같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더 나은 선택지를 찾아다닐 뿐이다.

그래서 일의 의미를 묻는 건 나에게 굉장히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일이다. 이런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내 개인적 욕심을 담은 행사를 기획해버렸다. 일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일터에서 일에 대한 나의 고민을 담아 일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제목은 너무 자연스럽게도 “왜 일하는가”


그리고 며칠 전, 연사 중 한 명인 최인아 책방의 최인아 대표를 인터뷰했다. 나의 사심을 담아 열어버린 행사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대가 어떻든, 어떤 기술과 어떤 변화가 우리 세계를 뒤바꾸든, 인간의 불안감은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발견해나가는 데서 그 해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나의 막연한 믿음이 지지받는 것 같았다.


개개인의 그런 질문이 우리 사회 일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만들고, 사람들이 더욱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더 나은 체제, 더 나은 프레임을 낳지 않을까.


나는 행복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 많은 사람이 그러면 좋겠다. 그래서 일의 의미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한번쯤 “왜 일하는가”의 탄생 배경과 일에 대한 나의 생각을 떠들어보고 싶었다. 티켓은 여기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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