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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하이 SG Oct 17. 2022

요리도 할 줄 모르는 남자가 있다며 구박받는 장인어른

[문화적 충격] 상하이 여자와 상하이 남자의 위상

결혼직전 처음 장모님 장인어른 집에 방문 하던 날이었다. 

그때 내겐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 펼쳐졌다.

장모님이 음식을 하면 장인어른이 모든 음식을 날라다 놓았다. 그뿐 아니라 장모님은 요리만 하고 주방 보조를 장인어른이 하고 계셨다. 난 뭐를 도와드려야 할지 안절부절했다. 식사후 장인어른이 정리를 하고 설거지 통에 그릇들을 놓고 계셨다. 도와드리려는데 손짓으로 그러지 말라고 한다.(이때는 중국어를 하지 못할 때여서 아내가 통역을 했다) 


결혼식후 장모님집에서 식사를 했다. 

익숙한 같은 장면이었다. 요리 제외하고 모든 일은 장인어른이 하는 모습 말이다. 

이어지는 다음 장면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장면이 연출이 되었다.

식사후 장인어른이 그릇들을 치우고 설겆이를 하고 계시고 장모님은 신문을 보고 계신다. 이 장면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한국에서는 남자가 부엌에서 일하는 걸 본적은 있어도 남자가 부엌에서 일하는 동안 여자가 신문 보는 장면은 단 한번도 본적이 없어서 그런것 뿐이다.


몇년 후

위와 같은 장면이다. 다만 내가 일하기도 그렇고 장인어른은 본인 일이니 방해하지 말라고 하시고, 그렇다고 그냥 앉아있자니 조금은 불편하고 고민하다 드디어 내 할일을 찾았다. 차를 내어오는 일이다. 중국사람이라고 차를 즐겨 마실뿐이지 차에 대한 조예가 깊은 사람은 많지 않다. 그때그때 다른 차를 내어오고 설명을 간단히 곁들이며 장모님, 아내 그리고 내가 먼저 차를 마신다. 설거지를 마친 장인어른이 나오시면 장인어른것도 차를 내어 온다. 그럼 장인어른 혼자 설거지 하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어진다. 내가 찾은 해법이다.


다시 몇년후 중국에선 왜 남자가 요리를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중국음식은 기름에 데치고 볶는 음식이 많은데 중국식 냄비가 크고 무겁다. 여자가 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내 나름대로 이해는 했다. 그러고나니 장인어른은 왜 음식을 하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대답이 그렇다.

요리가 맛이 없단다. 장모님과 아내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무슨 남자가 요리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구박을 받는다고 말이다.

내가 보건데 장모님은 달랑 요리만 하신다. 야채 손질, 주방보조, 청소, 손녀딸 산책, 목욕(어릴때), 손녀딸 볼일후 뒷처리 등등 모든일을 장인어른이 하신다. 근데 가장 중요한 요리를 하지 못한다고 구박을 받는것이다. 


하루는 이런일이 있었다.

아내가 1년간 모유수유를 했고, 1년후 모유수유를 끊으려고 했다. 이럴땐 안보이는게 상책이라 아내랑 3박 4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어머니에게 그 말씀을 드렸더니 3일은 연휴니 함께 손녀딸을 보면 되고 남은 하루만 장모님이 고생하면 되겠다고 하신다. 나도 물론 같은 생각이었다. 그 하루 장인어른이 회사 휴가를 쓰신다. 장모님 혼자 아이를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엄마랑 나는 당황스러웟다. 나도 혼자 볼 수 있는 아이를 장모님은 혼자 볼 수 없어서 장인어른이 휴가를 쓰다니 말이다. 사람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이때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상하이 남자라면 딸아이를 결혼시켜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것 말이다. 물론 사람나름일테지만 환경이 사람을 만들터이니 말이다. 


나?


나는 장인어른처럼 요리를 하지 못한다고 창피해 하지도 않고 미안해 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보니 당당(?)하다. 아내가 요리를 해주지 않으면 배달음식을 먹고, 요리를 해주면 맛나게 먹는다.

왜 요리를 하지 않느냐고 하면 할줄 안다고 한다. 난 할줄 아는데 너네들이 안먹으니 안하는 것 뿐이라고 말이다. 상하이 봉쇄기간 아내의 요리솜씨가 일취월장 했다. 그걸 본인도 느꼈는지 요리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나쁜일만 있진 않은듯 하다. 2달간의 상하이 봉쇄 덕분이니 말이다.


남자가 요리하는 것이 상하이 남자들의 몫은 맞으나 요새 젊은 부부들은 사이좋게 둘다 하지 않는다.

배달음식을 먹던가 양가집중 가까운 집에 놀러가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요리 포함하여 대부분의 집안일을 다하는 상하이 남자들의 전통(?)은 부모세대에서 끊어질지 혹은 젊은 친구들에게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확실한건 그렇다고 상하이 여자들이 할것같진 않고 둘다 하지 않던가 남자들이 전통을 잇던가 둘중 하나로 결론이 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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