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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치 Apr 23. 2020

문장에 대한 미완성의 글

히피하피소셜클럽 여섯번째 쓰다 만 글

“고백하자면 나는 멋있(게 보이)는 다른 삶을 수없이 질투해왔고

그런 시시한 질투에 휘둘리지 않는 삶까지도 또 질투하기 때문이다”

정재윤 <재윤의 삶> 작가의 말 중


만족하지 못하는 일상이라고 생각한지 꽤 되었다. 이만하면 되었다, 라는 흡족도 어떤 경지가 필요한 일이고, 나는 한낱 미물같이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손에 쥐어진 것들을 바라보는 것보다 그 밖의 많은 것들을 훔쳐보며 나의 결핍만에 골몰하는 일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그래서 매일 책을 읽었다. 최대한 나의 바깥에 서고 싶었다. 책을 읽을 때, 내 마음에 꼭 맞는 문장을 찾는 것도 좋았지만, 픽션의 세계에 사는 픽션의 인물이 모종의 극적인 일을 겪은 후에야 다다를 수 있는 바깥의 바깥을 엿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호 선생은 별로 욕심이 나지 않는다. 발 밑에서 큰 파도가 부서져도 좋다. 지금껏 너무 많이 가졌다. 잃어도 좋다.”

 정세랑 <피프티피플> ‘이호’ 챕터 중 


욕심이 나지 않은 채 살아본적이 별로 없다. 

정세랑이라는 작가를 사랑하게 된 소설은 피프티피플이었는데, 여러 가지 삶의 형태가 아주 짧은 순간이 주어졌는데도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이 사람에겐 저런 면이 저 사람에게는 저런 면이 나에게 많이 닿기도 하고 닿을 수 없기도 하여 좋았다. 특히 이호라는 할아버지 캐릭터의 마음은 내가 영영 가닿을 수 없는 어떤 것 같았다. 하지만 보기에 좋았고 가끔은 들여다 보기만 해도 좋은 것들이 일상을 풍성하게 한다. 저런 마음으로 나이가 들어간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문장을 오래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최근 오래 기억에 남았던 문장들 



“사랑하는 딸, 너는 네가 되렴. 너는 분명히 아주 강하고 당당하고 용감한 사람이 될 거고 엄마는 온 힘을 다해 그걸 응원해줄 거란다. 하지만 엄마는 네가 약한 여자를, 너만큼 당당하지 못한 여자를,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여자를, 겁이 많고 감정이 풍부해서 자주 우는 여자를,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를, 결점이 많고 가끔씩 잘못된 선택을 하는 여자를, 그저 평범한 여자를, 그런 이유들로 인해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네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도 나는 너를 변함없이 사랑할 거란다”

윤이형 <붕대감기> 중


“음…제가 말을 잘하는게 아닐까요?”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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