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건네는 세 가지 질문

반려인의 일기를 덮으며

by 중앙동 물방개

지인이 청첩장을 주며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는 몇 가지를 물어본다. 물론 이 질문은 나와 친분이 있고 서로 공감대가 형성된 이에게만 건넨다.


첫째, 결혼 상대의 부모를 만났을 때 어땠는지. 이때 상대의 부모가 이상하다고 말한 이는 아직까진 없다. 한 번 봐서 알 수 없는 게 사람이고 나조차도 결혼 전 그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어려웠다. 시부모의 성격보다 그분들이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하대하지 않았는지 내가 무언가를 하길 혹은 하지 말기를 당부했는지 봐야 한다. 잘 살라고 하면 괜찮지만, 남편의 아침밥을 꼭 챙겨주라거나 아이를 꼭 낳으라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둘째, 출산과 육아에 관해 상대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눴는가. 아이를 낳기로 했다면 출산 시점과 육아의 주체는 누구인지까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 한 우주를 탄생시키기로 했으면 우주 관리 플랜까지 수립하는 게 당연하다. 두 사람의 생각과 양가 부모와의 생각에 차이가 있을 시, 자기 부모 설득은 각자 해야 하는데 그 용기가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부모가 "너희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니 그걸 존중하겠다." 말해준다면 가장 좋다.


셋째, 결혼 후 부모의 집에 가는 문제다. 각자 혹은 함께 가는지, 함께 간다면 언제 가고 누구의 집에 먼저 가는지도 논의해 봐야 한다. 아이와 마찬가지로 둘이 어떤 결론을 내면 부모는 각자 설득해야 한다. 부모에게 설명할 때 상대의 탓으로 돌리거나 상대에게 해를 입히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적고 보니 두 사람보다도 양가 부모가 관여되면 고민되는 지점이 많아진다.


상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려고 할 때 그의 태도를 잘 살펴보는 게 좋다. 매번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만 할 수는 없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정해진 답이 없는 이슈도 피하지 않고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있을 때라야 추후 더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난관을 이겨낼 수 있다. 이 모든 질문의 과정을 거치고 딱 하나만 자문한다면 이것이다. '나는 이 사람과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함께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은 타인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와 결부된다. 계속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우린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그런 모습을 상상해 보는 일이 필요하다.



"흔히 이해와 양보가 사랑이고 결혼의 요체라고도 여기는 모양이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한 꺼풀만 벗겨보면 결국, 상대의 원치 않는 희생을 담보로 삼는 말이기도 하다. 그걸 사랑이라 부르는 게 가당키나 한가.

나는 단 한 번도 서로 비슷한 모습이 되어가는 걸 사랑이라고 여겨 본 적 없다. 그냥 그 사람 모습 그대로 갈 데까지 가보게 하고 그걸 응원하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다.


혼자는 약하고 우리는 강하다는 말로 가족애를 포장하는 것 역시 미심쩍긴 마찬가지다. 그 말도 결국 강한 혼자가 모이면 더 강한 우리가 된다는 논리 앞에 무기력하다. 요컨대 우리는 이해와 양보로 하나가 되는 것보다 스스로 강해져야 하고 그런 모습을 응원해야 한다. 부부라고 예외일 리 없다."

- 2017년 6월 12일 반려인의 일기





이전 09화통화를 좋아하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