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덜 지루하게 오래할 수 있는 방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나기'로 운을 뗄 것이다. 우리 센터는 6개월에 한 번씩 선생님들이 레인별로 로테이션 되는데, 2년 동안 두 센터밖에 안 다녔지만 만난 선생님들은 한 예닐곱 명 정도 된다. 승급되어 다른 레인에서 새 선생님을 만나기도 하고 기존 선생님이 부재할 때 대체 선생님 등 의외로 회원은 그대로인데 선생님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중 여성 수영 강사는 딱 두 분이었고 이마저 임시였던터라 문득 궁금해졌다. 회원들은 여성이 더 많아 보이는데, 어째서 수영 선생님은 거의 남성일까. 여성의 생리적 특성(월경 등)으로 덜 지원하는지 아니면 스포츠 센터에서 채용 성차별이 있는지 궁금하다. 애초에 적게 지원하는지 아니면 덜 뽑는 건지 말이다.
몇몇 여성 수영인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를 수집해보면, 수영강사는 차가운 물에 장시간 몸을 담그고 있는데, 성인 스포츠 센터는 대략 25도에서 30도 사이의 물 온도를 유지한다. 따라서 차가운 곳에 오래 하체를 담그면 여성 건강에 무리가 가는데 이를 꺼릴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나 같은 취미 수영인은 그래봤자 하루에 한 시간 남짓이지만, 수영 강사는 하루에 3시간만 해도 일주일이면 21시간, 4주면 84시간 동안 차가운 물속에 있어야 한다. 취미와 직업은 다르니 말만 들어도 확실히 쉽지는 않다.
또한 강사도 수업 전후로 샤워실에서 다른 회원들과 같이 샤워하며 자연히 신체를 노출하게 된다. 무언가를 가르치는 알몸을 노출하는 직업이 또 있으려나. 그래서 신체 노출이 꺼려지는 여성 수영인은 남성보다는 상대적으로 지원이 적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공공 스포츠 센터는 별도 칸막이 없이 모두 서로의 몸을 볼 수 있다 보니 더 그러할 것이다.
어린이 대상 수영장은 성인 수영센터보단 더 온도가 높은 온수를 쓰기에 여성 수영 강사들은 어린이 풀에 많이 지원하여 경쟁률도 있는 편이고 여성 강사는 이곳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몇 해 전, 여성 수영 선생님이 팔에 깁스를 하고 나타났다. 인대를 다쳤는데 당분간 물 밖에서 지도하고 치료를 받으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나도 발목을 다쳐 인대수술을 한 적이 있던 터라 선생님이 부디 쾌차하길 바랐다. 나의 경우 다리가 다쳤지만 코로나 이후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된 시점이었고 정기 미팅의 경우 화상으로 참여하는 등 어느정도 배려를 받으며 일상을 이어 나갔는데 팔에 부상 입은 선생님은 그 이후로 치료가 길어져 센터를 그만두어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수영 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겠지만 부상을 입으면 바로 일에 지장이 생기고 치료가 길어지면 생계에 어려움까지 겪을 수도 있다. 개인의 건강 악화도 문제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 같은 전염병은 더욱 더 일자리 유지에 치명적이다.
다른 운동에 비해 수영은 비교적 관절에 무리가 덜 가서 어르신들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수영 선생님들 중에 경험이 많고 연세가 많은 분은 잘 보이지 않는걸까. 이는 확실히 앞서 말한 건강 상의 이유도 작용하는데 - 차가운 물에 오래 있어야 하는 - 공단이나 센터 같은 곳에서도 경험이 많고 능력있는 사람을 채용해 그에 맞는 비용을 주기 보다 경험이 적고 젊은 사람을 채용하면 적은 돈을 주고서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확실하진 않지만 기관에서 "회원들도 다 젊은 사람을 좋아해요" 라고 말하는 지도 모른다.
내가 다니는 센터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시급제로 운영하는데 최저시급을 주는 보통의 아르바이트 보다는 높았지만, 체력이나 누군가를 가르칠 정도의 학력과 실력을 갖춘 이에게는 아무래도 높은 금액은 아닌 듯 하다.
하나의 공간이어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투숙객으로 호텔 서비스를 즐기며 여독을 풀지만 누군가에겐 그곳이 일터이듯, 취미를 즐기기 위해 찾는 수영장도 일터가 되면 다를 것이다.
내 수영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수영 강사는 내가 안 것, 미리 깨우친 것, 남들 보다 잘하는 것을 전하는 일이다. 보통 오래 그 기술을 연마한 장인일수록 더 대접하며 그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거나 서비스를 얻으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수영은 그렇지 않다. 경험과 능력에 마땅한 대우와 보상을 받는다면 분명 더 많은 이가 수영 지도자의 길을 선택할 것이고 더 많은 이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