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수영의 맛
전날 벗어둔 수영복이 다 마르기 전, 수영 가방을 주섬주섬 챙긴다. 주 5일 수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3일에 이틀을 더 등록하면서 너무 과한가? 혹시 이러다가 수영이 싫어지진 않을까 이런 생각을 조금 했다. 하지만 등록한다고 다 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지난주는 야근으로 월수금 수업을 한 번도 못 갔으나 주5일을 등록한 덕에 화목은 갈 수 있었다.
만약 내가 5일을 등록하지 않았다면 한 주를 통으로 쉬었다는 불안감과 무거워진 몸을 안고 다음 주에 죄인처럼 수영장을 찾을 텐데 그렇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수영은 하루를 빠지면 선생님이 알고 이틀을 빠지면 같은 레인의 회원이 알고 사흘을 빠지면 내 몸이 안다.
‘저 친구 지난주에 내리 안 나왔으니 실력이 후퇴했겠군’ 하고 다른 회원이 생각할 때쯤 “저 그래도 화목은 나왔습니다요” 하면서 내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면 회원들은 ‘저 친구 역시 한 주 빠져도 실력 어디 안가는 구만’ 하고 고객을 끄덕이는 상상을 하며 킥판을 낀다. 실은 제게 아무도 관심은 없습니다.
주5일 수영의 장점을 이어서 말해보면, 일단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몰라도 된다. 그저 수영가방에 새로운 수건을 넣고 문을 나서면 그만이다. 우리 센터는 주3일(월수금) 또는 주2일(화목) 각각 있어서 둘 중 하나만 등록했다면 오늘이 수영 가는 날인지 요일을 확인해야 하지만 그런 수고가 필요치 않다. 전설의 수영선수 펠프스가 물에 잔뜩 젖은 머리를 하곤 수달처럼 해맑게 “오늘이요? 무슨 요일인지 몰라요” 했던 건 그가 그만큼 수영을 열심히 했다기 보다 - 물론 그것도 맞다 - 그냥 주 7일 수영으로 요일을 알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 그게 그건가.
주5일 수영은 사람을 깨끗하게 만든다. 여름이야 원체 땀을 많이 흘리니 자주 씻을 수밖에 없지만, 자칫 게을러질 수 있는 겨울에도 수영장을 들어가기 전과 나올 때 몸을 벅벅 씻어야 하니 땀과 먼지가 쌓일 틈이 없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샤워하는 날이 주말밖에 없어서 집에서 씻고 머리를 말리는 행위가 좀 낯설게 느껴진다. 수도세도 아끼고 헤어드라이어 사용하는 전기세도 아끼고 좋지요(라고 하기엔 수영 회원비도 내긴 하네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수영시간대는 한 선생님이 레인을 지배하기 때문에 내가 월요일에 가도 화요일에도 가도 같은 선생님을 만난다. 선생님은 월요일 레슨을 화요일 회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지도하는데, 새 드릴을 접해서 당황하는 회원들 사이에서 어제 배운 것을 여유만만 자세로 복습하며 기본기를 다질 수 있다. 선생님은 레슨만 동일하게 가르치는 줄 알았는데 월요일에 말한 유머를 화요일에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월수금에서 보던 회원 중에서 화목에도 만나는 회원이 있다. 확실히 어느 순간 실력이 많이 향상된 것 같은 사람은 주5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다. 그 회원에게도 내가 그렇게 보일진 모르겠다. 학창시절에 ‘수학의 정석’이란 두꺼운 책으로 수학 공부할 때 늘 집합 부분만 까맣게 닳아 있었는데, 수영은 그런 게 티나지 않는다. 수영하다 뒤를 돌아봐도 내가 다닌 물길에 뭔가 표식이 남아 있을 리도 없고 매일 프로선수처럼 기록을 재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눈에 잘 보이진 않는다.
어느 날 수영을 마치고 샤워하려고 줄 서있는데 내 뒤에 선 중년 여성 회원이 내 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머 이 등에 근육 생긴 거 봐요. 너무 멋있다. 확실히 열심히 하니까 이렇게 생기네”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드러나는 것도 있나 보다.
오늘도 손에 밴 염소 냄새가 다 빠질 때쯤에 수영장에 간다. 그게 바로 주5일 수영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