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가 생겼다
(2019년 12월)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혹시 싶어 다시 보니
아가였다.
뱃속에 쌀알만 한 아가가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왜 내가 그리 기뻐하지 않는지를 물었다.
나는 기쁘다고 했다. 기다린 아이였다고 도 변명하듯 덧붙였다.
임신 7주, 내 몸속에 심장이 또 생겼다는데 아직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서 검진할 때마다 매번 믿을 수 없다.
앞으로 내 몸이 어떻게 변하는 건지
상상해보다가 그만둔다.
하지만 우울은 확연하게 커져간다.
호르몬 때문이라는 확실한 이유가 위안이 되진 않고
확실히 무기력하고도 우울하다.
걷거나 뛰기엔 무리고, 티비나 영화를 오래보기엔 지치고, 의미찾기나 여타 생산적인 일은 피한다.
고운 유리병에 담긴 시간을 하수구에 똘똘똘 흘려버린다. 나는 흘러내려가는 물줄기를 지켜본다. 굵어지지 않고 태연하게 흐르는 시간.
태교를 생각하기엔
나는 무력하고 어리석은 존재가 되었다
나는 오늘 잘 지내고 있는 건지, 괜찮은 건지
안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