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는 나무가 더 아름답다고 여겼다.
나무는 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온 몸의 잎파리를 조응하여 빛을 보여주고 바람이 부는 데로 춤을 추고 안온한 상태로 스스로를 그 자리에서 지켜내는 모습이니, 그 모습에 넋없이 매료되어 그림을 그려왔다.
너는 나의 첫번째 모델이 되었다.
세상에 태어나 등을 대고 눕는 것밖에 못하였을 때는 엄마의 손짓에도 푸딩처럼 흔들거렸다. 조그만 입가를 닦는 잠자리 날개같은 손수건에도 움찔거렸다. 아이는 순간마다 살아내고 있었다.
(2020년 아이 생후 두달에 써둔 일기)
보고싶어서,
새로운 화초를 집에 들이는 일을 설레여하는 이유는 화초가 앞으로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양이 어떻게 바뀌어갈지, 우리 집에 어떤 모양으로 자리잡아갈지, 이파리가 새로 돋아나는 빗깔과 오래된 잎새와의 조화와 꽃, 아 드디어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다면, 한해가 가고 두해가 쌓일 때마다 달라지는 풍채까지 더해져서
나와 화초는 같이 살아나가고 나에게 없던 경험이 되어나간다.
그건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이파리의 반짝임을 보는 순간들이거나, 금빛으로 흐르는 강아지의 털결을 눈으로 따라가다 잠이 드는 것과 같다.
규칙이 되지않는 몸짓, 살아있고 살아나는 들쭉거리는 모양을 보며 그 호흡을 함께 따라가는 순간들이 달콤하다.
그래서 나의 아기와 매일 달콤하다. 꿈틀거리고 곰살거리고 유야잉꽤잉빠야잉그르를빼앵컹드릉뿡꿀 하는 나의 아기가 설탕같이 꿀같이 달콤하다. 너는 우리의 가장 어리고 어여쁜 화초, 꽃, 나무가 되겠구나.
2020. 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