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2)

강가의 나무를 왜 보고 있나

by 우주율


강가의 나무를 내가 왜

보고 있나



빛이 강하지 않은 흐린 날에 산책하는 편이 낫다.

색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너무 밝아서 날아가는 색을 아까워하지 않아도 되고

공기를 담고 담아 더 짙어진 색이 촉촉하게 발산한다.

수증기의 형태를 닮은 강가의 나무들은

흐린 날의 구름이 내려앉은 듯이 묵직하고도 가벼워 보인다.

곧 사라질 것 같은 손짓들이 춤춘다.



온몸에 털이 난 짐승처럼

바람 따라 움직거리고 빛을 반사하다가

부서지는 빛을 색으로 만들어내고

언뜻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가

구름이 지나가면 무표정이 되곤 한다.

말을 하려다 침묵이 되더니 검은 그림자로

숨어 들어간다.



강변 Riverside, Watercolor on canvas , 43x56cm, 2021.





몇 해 전 양평군으로 이사해 오면서 남한강을 가까이 두고 자주 산책할 수 있었다.

강변에 줄지어 늘어져 지내는 수양버들나무는 수량과 일조량이 풍부해야만 저렇게 만개한다.

양평의 양은, 버드나무 양이다. 나무 목에 볕 양이 붙어 생긴 이 글자처럼

피할 곳 없는 화살 같은 햇볕이 가득한 곳에서 버드나무가 자란다.

하늘이 크고 넓으니 나무는 사방으로 신나게 자라 뻗어나간다.

버드나무를 키워낼 수 있는 이곳에서

아이가 자라난다.






JuheeChung, RiversidePark,2021, Watercolor on canvas,101x9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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