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의 나무를 왜 보고 있나
강가의 나무를 내가 왜
보고 있나
빛이 강하지 않은 흐린 날에 산책하는 편이 낫다.
색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너무 밝아서 날아가는 색을 아까워하지 않아도 되고
공기를 담고 담아 더 짙어진 색이 촉촉하게 발산한다.
수증기의 형태를 닮은 강가의 나무들은
흐린 날의 구름이 내려앉은 듯이 묵직하고도 가벼워 보인다.
곧 사라질 것 같은 손짓들이 춤춘다.
온몸에 털이 난 짐승처럼
바람 따라 움직거리고 빛을 반사하다가
부서지는 빛을 색으로 만들어내고
언뜻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가
구름이 지나가면 무표정이 되곤 한다.
말을 하려다 침묵이 되더니 검은 그림자로
숨어 들어간다.
몇 해 전 양평군으로 이사해 오면서 남한강을 가까이 두고 자주 산책할 수 있었다.
강변에 줄지어 늘어져 지내는 수양버들나무는 수량과 일조량이 풍부해야만 저렇게 만개한다.
양평의 양은, 버드나무 양이다. 나무 목에 볕 양이 붙어 생긴 이 글자처럼
피할 곳 없는 화살 같은 햇볕이 가득한 곳에서 버드나무가 자란다.
하늘이 크고 넓으니 나무는 사방으로 신나게 자라 뻗어나간다.
버드나무를 키워낼 수 있는 이곳에서
아이가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