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책은 가볍게 읽기에 정말 좋은 책이고, 김호연 작가님의 문장력이 좋아서 그런지 아주 강한 몰입력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독서는 하고 싶은데 부담 없이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그렇다고 이책이 아주 가벼운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 인물들의 에피소드마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지만 가볍지 않은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주인공 독고를 통해 그 해결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탄탄한 스토리 구성으로 책 한 부분도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를 전개하고, 쉬운 묘사와 감각적인 표현들로 읽기를 더 쉽게 만들어 준 작가의 문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치 프로 농구 선수가 가볍게 3점 슛을 성공시키는 것을 보는 느낌이랄까
특히 에피소드 중간 에일 맥주에 대해 묘사하는 장면에는 평소 술을 싫어하는 나도 에일맥주를 마셔보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불러 일으켰고, 그 날 저녁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음에도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해 편의점 핫바를 구매하게 만들었다.
(책 뒤편 감사의 글에서 수제 맥주 지식을 나눠 받아 작가는 감사의 말을 전하는데 작가님은 수제 맥주에 대해 찐한? 교육을 받았을거란 추측을 해본다)
이야기를 요약해서 소개 하자면 서울 청파동에 편의점을 운영하는 염여사가 우연한 기회로 독고라는 기억을 잃은 노숙자를 만나게 되어 그를 편의점 야간 알바로 고용하게 되고, 그와 관련해 염여사와 편의점과 연관된 인물들이 독고와 겪게 되는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풀어가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을 거치며 활약하는 독고씨의 이야기가 참 흥미롭게 다가온다. 마지막 부분에는 반전도 있는데, 다들 직접 읽어보시고 이야기에 흠뻑 젖어 들었으면 좋겠다.
불편한 편의점의 독고씨는 서울역 노숙자에 기억을 잃고 말을 더듬으나, 덩치도 크고 지혜로우며 인물들의 고민과 문제들을 척척 해결해주는 듬직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는데, 우리 주변에 우리 동네에 독고씨 같은 사람이 많았더라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코로나19 이후 더욱 타인의 영역에 개입하기를 꺼리고 이웃간의 긍정적인 소통보다는 부정적인 소통이 더 많아 지는 건 아닌가 생각이들었다.
서점에 방문하면 아직까지 불편한 편의점이 베스트 셀러 칸을 자리하고 있는데,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 주변, 우리 동네의 독고씨가 되어 위험에 빠진 이웃, 도움과 위로가 필요한 이웃들에게 힘을 주어 더욱 밝은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봤다.
책의 제목이 불편한 편의점인 이유도 독고씨가 작중 인물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관심있게 눈여겨 보고 타인의 영역에 적당하게 개입하는 것은 불편하지만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는 뜻을 내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음식적이나 가게 사장님들과 잠깐씩 스몰 토크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최근에 친해진 샐러드집 사장님과의 대화는 나를 더 가게로 가게끔 만들고, 그곳에서 나는 샐러드와 함께 타인의 관심과 그 관심으로부터 생겨난 안정감도 함께 얻어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미래에 정착하게 될 나의 동네의 편의점에도 독고씨처럼 나에게 관심가져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동네 미용실이나 철물점 등 중년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유도 그곳에 또 다른 독고씨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 극중 인물들은 가족들과 갈등을 주로 겪는데, 예전에 어디서 스쳐지나간 말 중에 ‘가깝지 않은 타인은 친절하게 대하고 예의를 갖추면서,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왜 그렇게 무례하고 소홀하게 대하는가’라는 내용의 말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가족들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예의를 갖추고 소중히 대했는데, 놀랍게도 그 전보다도 관계나 소통이 훨씬더 좋아졌고, 나는 그 말을 맹신하기로 했다.
현재까지도 가족관계, 연인관계, 지인관계가 좋은 이유가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극중 인물들도 위와 같은 이유로 가족들과 갈등을 겪고 위와 같은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는데,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도 가족 내지는 가까운 지인과 갈등을 겪고 있다면, 손님 대하듯이, 직장 상사를 대하듯이 가족들을 대해보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