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이 있다. 채식을 하든 육식을 하든, 성찬을 즐기든 소찬을 즐기든 각자의 취향이지만, 세상에 먹는 즐거움보다 더한 게 있을까 싶다.
기록에 의하면 신들의 식탁에는 암브로시아(음식)와 넥타(음료)가 올라왔다. 신찬을 섭취해서 그들이 불멸의 존재가 되었는지, 이미 신의 존재이므로 인간과 구별되는 다른 음식을 취했는지 그 선후는 확실하지 않다.
단지 신찬은 그 어원이 정의하듯, 불사, 불멸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고, 신화를 만들어낸 인간이 오랫동안 꿈꾸어온 불멸에의 의지와 소망이 담겨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신화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암브로시아를 찾기 위해 인간들은 필사적인 노력을 쉼 없이 기울여왔다. 진시황이 간절히 찾고자 했던 불로초에 관한 일화는 영생에 집착했던 절대권력의 허망한 욕망과 이후의 쓸쓸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중세시대의 연금술에 대한 가없는 집착과 헌신도 사실, 저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찾기 위한 과정과 다르지 않았다. 연금술사들이 찾고자 했던 것은 이른바 '현자의 돌'(philosoper's stone). 그 물질 (혹은 방법)은 모든 금속을 황금으로 만들 뿐 아니라 그 돌을 갖기만 하면 영생을 누릴 수 있다고 그들은 철석같이 믿었다.
구글에 의하면 니콜라스 플라멜 (Nicolas Flamel)이라는 중세의 프랑스 서적상이 생전에 스페인 여행 중 어느 유대인 연금술사로부터 이 '현자의 돌' (혹은 그 방법)을 건네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는 공식적으로 1418년에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그의 '사후' 200년이 지나 이 기록이 발견되었으므로 그는 아직도 어딘가에서 유유자적 신의 음식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많은 전문가들은 신찬의 주된 성분을 그리스 사람들 모든 세대가 즐겨 먹고 좋아하는 꿀이라고 유추한다. 그래서 암브로시아는 당과 제품, 넥타는 꿀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음료인 셈이다. 그 근거로 그들은 그리스인들에게 꿀은 예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온 이슬'로 여겨졌다는 기록을 제시하기도 한다.
신찬의 주성분이 무엇이든 간에 특이한 것은 그리스 신들은 이 고귀한 식재료를 음식 이외의 다양한 용도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를 유혹하기 위해 온 몸에 암브로시아를 발랐다. 제우스의 딸 카리테스의 삼미인 (三美人) 조차도 이 신찬을 페로몬의 기능을 하는 향유(香油)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신찬의 기능에 대한 다양한 자료에도 불구하고 그 맛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몇 번 먹으면 물리고 마는 인간의 변덕스러운 미각 취향에 비추어 볼 때, 누가 암브로시아의 레시피를 전해준다고 해도 사람의 혀를 오랫동안 충분히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신찬을 먹고 불멸의 존재가 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 가녀린 필멸의 인간에게 가장 좋은 음식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 휴가차 속초에 갔을 때 물곰탕 (곰치국)을 먹었는데, 첫 술을 뜨는 순간 '캬! 예술이네'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분명한 사실은 잘 먹지 못하면 연애도 못하고 돈도 못 벌고 당신이 그렇게 즐겨하는 술도 못 마시는 것이다.
삶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를 들어 좋아하는 디저트부터 먼저 먹을 수도 있다. 강성 채식주의자이므로 메인을 건너뛸 수도 있다. 무엇을 어떻게 먹든 간에 가급적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주 드시라. 비록 필멸의 존재이긴 하지만 먹는 게 남는다는 말, 잘 먹어야 잘 산다라는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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