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Song

삶, 공명하는 음악

by NJ

어떤 음악은 평생을 같이 산다. 아침에 일어나 라디오를 켤 때, 우연히 들어간 술집에서, 거리를 걷다가, 문득 그 노래가 들려오면 우리는 꼼짝없이 그것을 배경으로 한 어떤 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스무 살에 실연을 했다. 지금은 사라진 종로1가 연다방 2층에서 여친은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다가 미안하다는 말을 내게 건넸다. 처음에는 그 의미를 몰라서 다소 어리둥절하다 나중에야 '아. 그래. 그렇구나' 혼자 중얼거렸다. 그때 들려온 음악이 엘튼 존의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당시 여친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음악을 듣는 순간 스무 살의 실연은 다시 재생된다. 다소 어두웠던 실내조명,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던 LP판들, 갈탄 난로 위의 양은 주전자는 조금 끓고 있었던가. 옆 테이블의 속살거리는 소리가 자주 끊어졌다가 이어졌다.

프로콜 해럼도 기억 속 화인이 선명하다. 입대를 며칠 앞두고 미친놈처럼 몰려다니며 폭음을 하곤 했다. 그날은 좀 심하게 마셨는지 깨어보니 내가 전혀 와본 적이 없는 낯선 동네의 지하 술집. 아마도 엉망으로 취해 소파에 누워 혼자 잠을 잔 듯하다. 순간 엷은 공포가 밀려왔고, 그때 A white shade of pale이 홀 안 가득히 밀려오기 시작했다. 내 몸은 그것으로 한순간 범람했고, 비로소 한 시절의 종말을 막연하게 예감했다.

군대에서의 짧은 삽화도 잊히지 않는다. 유모 상병, 이모 일병과 같이 의기투합, 부대를 이탈해서 인근 술집으로 진출했던 일. 술을 마시던 유모 상병이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를 나지막이 불렀고 어느 순간 울먹이더니 갑자기 통곡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의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와 술상에 뚝 떨어지는 순간, 이모 일병도 같이 통곡, 우리는 부둥켜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 그때부터 이선희의 저 노래는 우리들에게 청춘의 통곡이다.

엘튼 존의 자전 영화 로켓맨을 보는 것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의 노래 하나하나에 지난 시절, 후회와 회한, 머뭇거림과 부끄러움이 환등처럼 어른거린다. 친한 친구와의 갈등, 나의 옹졸함, 잘못된 선택, 결별, 재회 그리고 죄책감. 그 모든 위악과 자만. 그때 우리는 명륜동 '장미촌' 다방에서 'Goodbye yellow brick road'를 같이 들었던가?

세월이 지나 이모 일병은 먼저 가고, 장미촌 죽돌이, 죽순이 몇몇은 소식이 끊겼다. 그래도 같이 소리 내어 부르던 노래와 고개를 파묻고 들었던 음악들은 여전히
강령하여, 가끔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을 때 슬그머니
옛날의 안부를 묻곤 한다.

음악은 우리의 삶과도 같다. 진공 속에는 소리가 없다. 누군가와 무엇인가와 공명할 때 음악은 만들어지고 재생된다. 그 노래는 Your Song, 당신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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