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녹마]

2020. 06. 24

by 잠긴 생각들

요즘 골고루 먹으려고 노력하면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있는 너를 보면서, 나도 느끼는 바가 참 많아. 그래서 사실 일주일 전부터 나도 하루에 20분 정도씩 운동을 하고 있어.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운동한다고 설레발치기는 좀 그래서, '일주일이라도 하고 말하자' 했거든. 물론 식단은 너처럼 건강하게 챙기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각 잡고 스트레칭하지 못하더라도 꼭 자느라 뭉친 근육을 풀어보려고 노력하고, 낮 열두 시쯤에 이십 분씩 전신운동을 하고 있어. 네가 말했듯, 나도 예전과 운동 방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껴.


https://youtu.be/MG69sFM1UIw


이 운동 알고 있니? 아마 우리 또래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마일리 사이러스 다리 운동'.


중학생 때부터 스스로 '하체비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던 나는, 내 다리를 내려다보면서 항상 만족스럽지가 않았어. 그래서 반짝 다이어트를 할 때마다 이 영상을 틀어놓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했었지. 길어봤자 일주일?이었던 것 같아. 운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을 당시였지. 내 몸의 전체적인 밸런스와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몇 칼로리 이상으로는 먹으면 안 되고, 물은 얼마만큼 마셔야 하고- 그런 것들만 신경 썼어. 체중계 위에 올라가서 내려가지 않는 숫자들을 보면서 좌절하기도 했지. 내가 어떤 영상에서 봤는데 아침 일곱 시쯤에 재는 몸무게가 제일 정확하다고 해서, 한동안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체중계 위에 올라가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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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킬로그램. 정말 충격적인 몸무게지.


이때는 2018년도, 나는 휴학 중이었어. 더 이상 이렇게 '하체비만'으로 살 수 없다는 마음에 하루 종일 고구마 몇 개만 먹어가면서 지독하게 살을 뺐었지. 운동은 일절 안 했던 것으로 기억해. 내 키가 아무리 작다고 하더라도 저 몸무게는 말이 안 되는 거였어. 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 당시 내가 일기장에 '37킬로그램까지 빼자!'라고 적어놨더라고. 끔찍하다.


스무 살 이후로 나는 한 번도 내 몸에 만족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말라서 참 좋겠다. 나는 마르지 않아서 이것도, 저것도 다 못 먹는데...'라고 생각했어. 내 몸이 너무 원망스러웠지. 지방에 둘러싸여서 죽어가는 몸 같았어. 집에 있는 날엔 여러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어디 한 군데라도 울퉁불퉁 해 보이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심지어 핸드폰으로 영상까지 찍어봤어. 간신히 고른 옷을 입고 외출을 할 땐 쇼윈도에 비친 내 맨다리가 너무 징그러워서 후다닥 집으로 튀어올라가 긴치마나 긴 바지로 옷을 갈아입었어.


2019년쯤이었을까? 네가 다니는 요가원에 등록해서 요가를 시작하고,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산책하고, 무엇을 얼마만큼 먹어야 내 몸이 만족하는지를 잘 살펴보게 됐어. 그 이후로 나는 생각보다 몸이 유연하고, 하체가 비만인 게 아니라 상체가 부실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됐고, 배부르지 않게 소식할 때 내 속이 편하다는 걸 깨달았지. 과식을 할 때마다 나중에 내가 우울해지고 더부룩할 걸 생각하니까 더 이상 과식하지 않게 되더라. 지금은 무작정 스쾃를 하면서 '날씬하고 매끈한 다리!!!'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여섯 개들이 2리터 물통을 혼자서 가뿐히 옮길 수 있을 정도로 상체 힘을 기르자는 마음으로 팔 굽혀 펴기를 해. 처음에는 일생동안 한 번도 상체에 신경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에 도무지 어떻게 해야 팔이나 가슴 운동을 하는지 모르겠더라. 스스로 어이없으면서도 웃겼어. 그렇게 다이어트에 목매면서 살았으면서 어떻게 이런 것도 모르지, 하고.



물론 지금도 '마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났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어. 하지만 이제 내 몸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 바지가 안 맞으면 내 몸을 탓하기보다는 작은 바지를 탓하면서 '애초부터 넉넉한 바지를 사자'라고 마음먹게 됐어. 그리고 더 이상 체중계의 숫자에 목매지 않게 된 것도 나름 큰 변화겠지.




오늘 아침엔 엄마가 끓여놓고 간 미역국을 한 그릇 뚝딱 비웠어. 어떻게 하면 다이어트에 대한, 살에 대한 강박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누군가에게 말해주진 못하겠지만, 너랑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고통을 우린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적어도 가슴 깊이 공감하면서 옆에서 함께 벗어나자고 손 내밀 순 있겠지. 우리 '건강한 할머니'가 되기 위해서 꾸준히 운동하고, 무너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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