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연연하는 마음 [녹마]

2020. 08. 19

by 잠긴 생각들

저번 주에 네가 업로드한 교환일기를 애인이랑 같이 읽었어. 마침 애인이 옆에 있길래 내가 소리 내서 읽어줬지. 솔직히 저번 주에 교환일기를 쓰면서, 좀 쉬엄쉬엄 했으면 좋겠다는 내 글을 읽고 네가 기분 나빠 하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들긴 했거든. 그래서 「처음 그 마음처럼」을 읽고 괜한 걱정이 아니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쉬엄쉬엄'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요즘 초조하기도 하고, 망연자실하기도 해.


대체 뭐 때문에 초조하고 무엇에 망연자실해하는 거여······?라고 의아해하겠지? 우리가 함께 하는 모든 것들에서 그런 기분을 느껴. 우리의 팟캐스트, 교환일기, 여담.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이것들을 하면서 초조해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이겠지만, 사실 내가 생각한 만큼 실적을 내지 못할 때마다 절망스럽다고 해야 하나. 모두 내가 하고 싶어서, 즐거우려고 시작한 것인데 말이야.


우리는 작년 봄부터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지. 벌써 일 년도 훌쩍 넘었어. 나는 라디오를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서 처음엔 생판 모르는 남이 떠드는 것을 듣고 있는 것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어느새 길을 걷거나 버스를 타고 있는 중에 이어폰을 귀에 꽂고 혼자 낄낄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어. 그러다가 "우리도 한 번 해볼래?" 이 한 마디로 모든 것들이 시작됐지. 일은 착착 진행됐고 가끔 일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우린 특별히 스트레스받아 하진 않았던 것 같아. 그냥 그 모든 시행착오들도 과정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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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


소소하게나마 유지됐던 두 자릿수 재생수가 도무지 10을 넘기지 못할 때, 구독자수가 늘어나긴커녕 줄어들 때, 일주일마다 고심해서 쓴 교환일기를 아무도 봐주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 무언가 잘못 돼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지더라. 잘못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야. 분명 우리만의 기록용이었고 자기만족을 위해서 시작한 것이었는데, 어느샌가 쓸데없는 욕심이 생겼나 봐. 내 창작물이 영 시원찮은 숫자를 옆에 달고 있는 걸 보자면 조금 속상해. 그리고 오를 듯 말 듯 오르지 않는 그 작은 숫자란 게 또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끊임없이 확인하게 돼.


사람들의 반응 따윈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즐기고 있음에 집중하자고 다짐해봐. 교환일기를 쓸 때만큼은 정말 내 마음속에 담고 있는 생각을 꺼내보자. 너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생각해보자. 그런 의미에서 다음 주에 있을 팟캐스트 녹음은 더 이상 '해야 돼서'가 아니라 '재밌으니까', '좋아하니까' 하는 녹음이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결과가 나쁘면 어때. 어찌 됐든 나에겐 이 시절의 기록이 여러 개 생기는 거잖아. 일기는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쓰지 않으면서, 이런 것들엔 왜 이리 욕심을 부리는지.


쉬엄쉬엄 하자. 네 말대로, 처음 그 마음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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