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행복하지 않은 시기 [아루쿠마]

2020. 08. 22

by 잠긴 생각들

초조하고 망연자실하다는 너의 마음... 나한테도 정말 공감이 되는 글이었어. 요즘 내 일상은 뭐랄까 이런 게 원래 인생 노잼 시기였던가? 나 분명 카페 출근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면서 ‘다음에 다음에...’ 하고 미뤄 왔던 여러 가지 일을 시작해보고 많게든 적게든 나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잖아. 미뤄왔던 친구들과의 만남도 갖고 좋아서 시작한 일과 공부도 하고 있고.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면서 일상을 보내는데도 자꾸만 네 말처럼 딱 망연자실한 기분이 드는 거야.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진심이 아니라고 소리치는데도 사실 나 요즘 누구를 만나도 별로 크게 텐션이 올라가지를 않아. 자주 만나는 친구와 있을 때에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낼 때에도 분명 내가 신나거나 즐거워야 하는 상황인데, 자꾸만 멍해지고 처지게 되는 나를 발견하곤 해. 처음엔 ‘이 친구랑은 별로 안 친해서 혹은 오랜만에 만나서 그래.’, ‘이건 지금 일로 만난 경우라 그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 하지만 벌써 몇 주째 솔직히 말하면 누구와 있어도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 그러다 보니 모든 만남이 그 시간에 해내야만 하는 스케줄처럼 느껴지더라.

이제껏 이랬던 적이 별로 없어서 나 스스로도 당황스럽고 이상한 감정이 들어. 사람들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혼자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야. 아닌 척, 지금 이 순간이 충분히 즐거운 척 내가 나를 속이려고도 여러 번 노력해보지만. 유튜브나 웹툰으로 재밌는 콘텐츠를 찾으려고 목록을 내리다가도 막상 보려고 하면 왠지 모를 피곤함이 확 느껴지면서 저장만 누르고서 다시 찾아보지는 않아. 넷플릭스에서 찜해뒀던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태블릿을 가져와놓고도 도저히 볼 엄두가 안 나서 절대 재생 버튼은 누르지 않게 돼. 맛있는 요리를 먹을 때에도 ‘음 진짜 맛있다!’ 그뿐이고, 전에는 잘만 즐겨 가지던 나만의 힐링타임들도 찐으로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어떨 때는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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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려고 발버둥 치는 아루쿠마의 노력의 순간들


요즘 마음이 바쁘고 조급해서 찐 행복을 느낄 여유가 없어진 걸까? 다시 여유롭게 스케줄을 줄이고 있긴 한데, 그런다고 다시 나아지긴 하는 걸까? 내 인생에 이벤트가 없어진 이 기분이 무서워. 실제로 이벤트가 있는데도 내가 그걸 이벤트로 인식하지 못하고, 똑같고 지루한 순간의 반복이라고 느끼는 게 어색해. 그래서인지 요즘은 뭘 하려고 할 때 소재 고갈도 쉽게 온다? 뭔가 창작을 하려면 조그만 생각이라도 떠오를 때 바로바로 메모장을 켤 수밖에 없을 정도야. 나이가 들수록 이런 시기가 많아질까? 아니면 내가 내 감정적인 성격을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여기기 시작하면서 모든 감정에 둔해진 건가... 어쩌면 혼자 보낼 시간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어. 이럴 때 사람들은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는 걸까. 다시 심해진 코로나 19 때문에 지금의 나는 그럴 수도 없겠지.

방금 내가 예상해 본 원인들이 전부 틀릴 수도 전부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유가 뭐가 되었든 풍부한 감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던 원래의 나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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