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돌아오는 설렘 [아루쿠마]

by 잠긴 생각들

이제는 확실히 해 뜨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어. 게다가 아침이면 잔뜩 흐린 날도 많아졌지. 나는 여느 겨울처럼 몸을 일으키기 버거워하는 겨울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어. 이제 겨울이 왔구나, 진짜 겨울이구나 싶어. 동시에 드디어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온다는 실감. 기독교도 아니고 크리스마스에 누가 태어났건 간에 별로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나는 인간들이 만들어 온 크리스마스의 문화, 크리스마스의 노래, 장식, 반짝거리는 모든 것이 좋아. 여름의 화창한 날씨를 좋아하는 나라고 해도, 겨울 중에 가장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크리스마스가 너무 좋다. 지금보다 한참 어릴 때도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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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던 시기쯤인가. 모든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커플의 날으로 지정하고, 스스로 슬퍼하기를 자처하는 솔로들이 늘어났던 것 같아. 그 이후로 어딜 가서든 내가 크리스마스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런데 나는 솔로야~ 그때까지 애인이 생길까?” 이런 식의 대답이 따라왔던 것 같아. 나는 그저 크리스마스가 좋을 뿐인데.

어릴 때부터 늘 11월 말 혹은 12월 초부터 휴대폰 크리스마스 배경화면을 이것저것 긁어모아 저장해 두고, 매일같이 바꿔가면서 사진 속 반짝이는 트리와 전구, 쌓여있는 선물들을 보며 즐겁게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기다렸어. 그리고 기대하던 크리스마스가 오면 또래 친구들처럼 친구들과 시내에 놀러 나가거나 남자 친구를 만나는 게 아니라, 혼자 집에서 좋아하는 간식을 먹으면서 주니어 네이버 게임을 하다가 애니메이션을 보다가를 반복했어. ‘크리스마스=커플’이라는 공식이 단단하게 자리 잡은 사람에게는 처량해 보일지 몰라도, 내가 기억하는 어린 날의 내 크리스마스는 즐거웠고, 지금 다시 그 모습을 떠올리니 귀엽기도 해. 왠지 그때를 떠올리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이틀 전에 인생에서 처음 쳐보는 (그래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토익 시험을 치고, 여담의 여담 영상 촬영을 하고, 과제 때문‪에 여담 짱언니를 인터뷰한 후에 보람찬 하루를 보낸 것에 감사하며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그날 밤은 여유를 가지고 싶어서 남자 친구와 음식을 시켜먹고 함께 시트콤 드라마를 보며 깔깔댔어. 마침 분위기가 너무 연말스러워서, 오늘 드디어 집에 있는 트리 마크라메의 전구를 켜야겠다!라고 생각했어. 봄, 여름, 가을 동안 집의 포근함을 더해주던 마크라메의 불을 켜니까 전구 하나로 완전히 집안 분위기가 달라졌어. 블루투스 스피커로 캐럴을 틀어 놓고 이불에 누워 흥얼거리니까 정말 행복하더라. 내가 너무 행복해하니까 남자 친구가 몰래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나에게 보여주기도 했어.

여전한 수업과 과제, 다가올 기말고사 시험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라는 설렘이 끼어들어주니 행복하다. 오늘은 파이와 토익 시험을 친 기념으로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어. 나 영화관에서 본 마지막 영화가 겨울왕국2거든? 그래서 너무 설레. 이제 지하철을 타고 파이를 만나러 나서야겠어.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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