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6. 08
저번에도 이번에도 늦은 답변을 쓰게 되어서 미안해. 핑계에 불과하지만 원래 이런 지각쟁이가 아닌데 유독 교환일기 쓰는 일에 지각하게 되네... 근무가 끝나면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부지런한 아루쿠마로 돌아올게. 혹시나 기다리신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한테도 이런 모습을 보여서 너무 죄송스럽고 부끄러워.
내가 너에게 보냈던 카톡 메시지 내용대로 어제는 종일 알 수 없는 피로와 온몸을 후끈거리게 만든 열 때문에 굉장히 고생했어. 요즘 내 몸이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차라리 이게 평소와 같이 심한 생리 전 증후군의 일종이라면 좋을 텐데 말이야. 어제 너랑 천을 따라 공원까지 걸어가서 아침 산책을 하고 흔들의자를 타면서 대화를 나눴잖아. 그때까지는 분명 괜찮았는데, 너와 헤어지고 걸어오는 길에 갑자기 머리가 핑 도는 거야. 너무 더워서 그런가. 공복에 너무 걸었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자꾸 몸 곳곳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더라. 머리는 어지럽고 팔다리는 힘이 갑작스럽게 풀리기도 하고...
오후가 되어 늦게나마 점심 식사를 한 후에는 남자 친구가 귀가 간지럽다고 해서 내 무릎에 얼굴을 누여서 귀를 파줬어. 그러다가 반대로 내가 남자 친구 무릎을 베고 누워있으려고 했는데,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 남자 친구는 저녁 약속이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말하곤 자리를 떴지만 나는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로 눈꺼풀이 무거웠어.
그래도 잠들어서 여러 가지 꿈을 꿨어. 내가 병원에 찾아가 의사 선생님 앞자리에 앉았는데, 열을 재보시더니 왜 이제야 왔냐고 몸이 불덩이라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내가 순간 놀라면서 ‘어떡하지? 코로나인가?’ 그다음 이어지는 생각은 ‘출근은?? 사장님께 뭐라고 하지...?’였어. 정말 많이 놀란 건지 그 꿈을 끝으로 잠에서 깨어났어. 선풍기 바람이 닿는 부위를 제외하고는 몸이 뜨겁고 후끈거렸어. 온몸이 뜨거우니까 진짜 열이 있는 건지 비교조차 쉽지 않아서 그나마 찬 부위를 몸 이곳저곳에 가져다 대니까 그제야 알겠더라고.
그러던 중 남자 친구가 집으로 돌아왔고 내 상태를 보더니 약을 먹여줬어. 약을 삼킨 후에도 걱정은 이어졌지. 내일 출근해도 되려나...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제발 다 나아있게 해 주세요... 다행히 눈을 뜨니까 어젯밤보다 몸이 많이 가벼워졌어. 주말 내내 심했던 눈가 아토피도 색이 옅어졌고. 지금은 무사히 출근해서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지만 역시 몸이 아파서 혹은 아플까 봐 하게 되는 걱정들은 억울하면서도 서러워.
잘 생각해보니까 몸이 아팠던 건 토요일에 무리하게 다녀온 등산과 ‘땀범벅이니 뭐 어때’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았던 것 때문인 듯해. 물론 이제 곧 시작될 생리도 영향을 줬겠지. 아무리 그래도 말이야, 나 벌써 그렇게 늙은 걸까? 원래도 건강한 몸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이런 사소한 일에도 쉽게 몸이 아프다는 사실에 놀라곤 해. 최근에는 어릴 때도 겪어보지 못한 아토피에 걸려서 음식도 가려먹게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예전에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보면서 늙음을 간접 체험해보기도 했는데 실제로 느끼는 늙음은 고작 24살의 나이에도 무섭기만 해.
얼마 전 내 지인의 어머니가 말기 암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 어제는 우연히 한 tv 프로그램 예고를 보고 있는데 남자 친구가 “저분 말기 암에 걸리셨대.”라고 하더라.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희박한 병에 걸린 분들의 소식을 두 번이나 들으니까 기분이 이상했어. 우리는 평소에 마치 죽음이 없기라도 한 것처럼 살아가잖아. 하지만 내 주변 가까이에도 사실은 죽음을 코앞에 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남 일 같지가 않아. 나의 부모님, 나의 친구, 나의 애인이 죽음에 이른다면 어떨지 상상조차 너무 힘겨워.
하지만 우리는 조금씩 건강을 잃고 조금씩 늙고 조금씩 죽음에 가까워지겠지? 그래도 그 조금을 늦출 수 있는 한 늦출 수 있다면 좋겠다. 최근에 내가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 앞에 수식어를 하나 더 붙이고 싶어. 건강하고 자유로운 할머니.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던 내가 할머니 나이쯤 되었을 땐 나름 내 인생에서는 평균 이상의 건강한 할머니로 나이 드는 거야. 어제처럼 픽 쓰러지지 않도록 적당히 운동하면서 잘 가려먹어서(강제 비건 수준) 아토피도 빨리 나을 거고, 매일 비타민c와 비타민d도 챙겨 먹을 거야. 나는 너도 건강하고 자유로운 할머니 모임으로 묶어낼 생각이니 빨리 운동 시작하길 바라 녹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