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인 오마라는 『걷기의 세계』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는 걷기의 장점을 외면하는 위험천만한 삶을 살고 있다."
임플란트 수술 후 몸을 추스르느라 지난 4일을 꼬박 걷지 못했다. 집에서 쉴수록 몸과 마음은 곤죽이 됐다. 걷지 않기엔 너무 아까운 이 짧은 계절에 무려 4일의 결석이라니. 마음에 조바심이 일었다. 멍하게 머리를 비우며 걷는 그 해방이 고팠다.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 죄책감 없이 비효율적인 인간이 되는 시간, 온갖 아름다움이 범벅된 자연 속에 나를 노출하는 시간, 그 시간이 너무 필요했다.
위험천만한 4일을 보낸 뒤 5일째인 오늘 새벽, 미세한 두통과 여전히 불룩한 잇몸 그리고 운동화를 장착한 나는 밖으로 나갔다.
선뜩한 산책로의 잔디엔 며칠 새 누런색이 엷게 올라와 있었다. 이 수억만 개의 잔디 잎 하나하나에 황토색 물감을 일정한 농도로 칠해놓은 성실하고 야무진 예술가는 누구인가.
산책로엔 잔디 외에도 볼거리가 넘쳤다. 헐겁게 퍼진 폭신한 물안개들은 시원한 강 위를 유령처럼 기어 다녔다. 하늘엔 수만 덩어리의 양떼구름이 이집트를 탈출하는 거대한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무리 지어 촘촘하게 동쪽으로 이동했다. 천진난만한 노란색, 주황색 메리골드들은 아직 나오지도 않은 해를 향해 기대에 부푼 얼굴을 고정하고 있었다. 몇 번이나 나를 새치기하며 지나가는 공사다망한 찌르레기 무리들은 어찌나 매끄럽고 급하게 날아가는지, 마찰력이라곤 없는 투명한 미끄럼틀을 타는 듯했다.
아름답고 자극적인 산책을 응급 수혈했다. 9,612 번의 걸음 덕에 오늘의 나는 한결 온화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