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데리고 사는 건 왜 이렇게 손이 많이 갈까. 어제 대부분의 시간을 육체를 돌보는데 썼다.
우선 피곤을 풀어드리려고 늦잠을 잤다. 오전엔 치과에 가서 임플란트 수술 때 꿰맸던 잇몸의 실밥을 제거해 드렸다. 입술 왼쪽 끝이 갈라져서 연고도 바지런히 발라 드렸다. 허리가 불편하시다 하여 만보를 꽉 채워 걷게 해드렸다. 맛난 게 먹고 싶다 하시어 시장에서 장을 봐 콩나물 떡볶이를 대접해 드렸다. 생리 중이라 면 생리대도 깔끔하게 삶아 드렸다. 내성발톱 교정팁을 교체할 때가 되어 1시간 동안 낑낑대며 새 교정팁을 부착해 드렸다.
한눈 팔 새 없이 발톱까지 부양한 후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마음이 불끈 일어났다. 이놈의 몸뚱어리! 그러거나 말거나 옥체께서는 눈치라곤 없다. '발목을 주물러라, 머리도 아프다, 잇몸에 냉찜질을 해라' 라며 끊임없이 주문을 투척하신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이 몸과 종신계약 관계다. 다른 몸으로 갈아탈 수가 없다. 내일도 모레도 꼼짝없이 모셔야 한다.
그래도 손이 많이 가는 몸을 가진 덕분에 손을 놀려 이런 자조적인 글을 쓸 수 있으니 참으로 유쾌하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