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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 Mar 09. 2023

온유한 마음



2023. 2. 27     


어제 저녁, 큰애가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다. 

왜 우는지 물으니 자기도 모른다고 했다. 

하루 종일 별 일 없이 잘 지낸 뒤 

갑자기 엉엉 우니까 당황스러웠다.   

   

‘그래,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그럴 수도 있지, 

사람 감정이라는 게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거지, 

그래도 유아였을 때보단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덜 울고 있잖아.’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아이의 이유 없는 울음소리를 견디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았다.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하는 건 참 어렵다.     

 

성경이 알려주는 

사랑에 대한 첫 번째 정의는 

‘오래 참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절절하게 깨달았다. 

참고, 참고, 또 참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기다려주고, 침묵해주고, 수용해주는 게 

사랑이라는 것을.   

   

그래서 너무 어렵다. 자녀를 키우는 게 너무 어렵다. 

나에겐 사랑이 너무 없다. 

온전한 사랑이신 주님이 

내 속에 계시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감당 못했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무릎기도문으로 기도할 때 

마침 ‘가정의 평안’과 ‘온유함으로 가르치라’는 

기도제목을 주셨다. 

하나님은 어쩜 이렇게 

시기적절한 가르침을 주시는지...

     

실제 생활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꿈속에선 

아이들을 잡아먹듯 소리 지른다. 

미친 사람처럼 분노를 표출하는 내가 등장한다. 

때론 잠꼬대로 소리를 질러서

자고 있던 아이들을 깨운 적도 있다.   

  

아이들에게 참았던 노여움이

꿈속에선 제어가 안 되나보다.      


그런 꿈을 꾸고 나면 허탈하고 부끄러워진다. 

나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서이다.  

    

무릎기도문 책에서 아래의 말씀도 읽었다. 

“또한 진리를 거역하는 자들에게도 

온유한 마음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변화시켜 

진리를 따르도록 만드실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딤후 2:25)     

 

아이들을 향해 온유한 마음을 품고 싶다. 

겉으로만 온유한 척 하면서 

마음으로는 아이들을 미워하면 

그건 가식이다.  

    

속으론 화를 쌓으면서 

겉으로만 사랑하는 척 할 수 없다. 

결국 마음은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진심은 잠꼬대로 폭로되는 걸 넘어서 

내 표정, 뉘앙스 미묘한 태도로 

모두 드러날  것이다.  

    

아이들의 좋은 모습 뿐 아니라 

약한 모습 까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하나님 저를 계속 도와주셔야 합니다.

많이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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