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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 Mar 14. 2023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2023. 3. 8.     


예술인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에 대해

문의 할 게 있어서

해당 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 수는 적은데 문의자는 많나보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은 통화가 어렵습니다.’

‘나중에 다시 걸어 주십시오.’

라는 말이 계속 이어졌다.

15번의 시도 끝에 통화 할 수 있었다.   

  

상담원께서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궁금한 걸 잘 해결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하나님께 말을 걸면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멘트는 없다.

말하는 즉시 들으신다.

제발 당신에게 말 걸어주길 기다리신다.

당최 나 같은 게 뭐라고.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걸까...     


내가 아이들의 말을 들을 때 

느끼는 마음 상태에 비추어

하나님의 마음을 어슴프레 짐작해 본다.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하기 위해

 “엄마”라고 운을 뗄 때부터

나는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예상할 수 있다.   

  

장난을 치기 위해서 괜히 나를 부른 것인지,

심심하다는 투정을 하기 위해서인지,

뭔가 부탁을 하기 위해서인지,

궁금한 걸 물어보려는 것인지,

모처럼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려는 것인지,

“엄마” 두 글자에 담긴 뉘앙스만으로 

벌써 파악이 된다.  

   

그 어떤 톤으로 “엄마”를 호출하든

나는 반사적으로 “응, 왜?” 하며

아이들에게 고개를 돌린다.

아이의 말에 모든 세포가 집중된다.

그냥 그렇게 된다.   

  

아이들의 말은 귀찮지 않다.

기다려진다. 

나에게 말을 해주는 게 반갑고 고맙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행복하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 애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어서, 

도와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작고 작은 마음을 가진 나도

자식의 부름에 이렇게 응답하는데

크고 크신 하나님이

당신의 자녀들에게 

전폭적으로 귀를 기울이지 않으실 리가 없다.     


“여호와는 주를 부르는 모든 자들에게 

가까이 계시며, 

진실로 주를 부르는 자들에게 

가까이 계십니다.” 

(쉬운성경/ 시편 1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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