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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Apr 06. 2021

첫 눈

-넣으면 안 돼?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며 그가 말했다. 

-넣고 싶어. 

그녀는 등을 돌려 누웠다. 그는 체념한 듯 천장을 보며 페니스를 만졌다. 

-나도 차 살까. 

갑자기 그녀는 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그는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를 가끔 집에 데려다주는 회사 사람을. 

-돈 있어?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그녀가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여 있었다. 싫었다. 

-취업도 못한 사람이 차 타령이야?     


대답 대신 가쁜 숨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그의 손을 보았다. 페니스를 잡고 흔드는 손놀림이 거칠고 재빨랐다. 난 이런 속도로 흔드는 건 불가능한데, 그녀는 생각했다. 묘한 소외감이 느껴졌다. 그 때 그의 정액이 그녀의 얼굴로 튀었다.      


그녀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뜻밖의 사태에 큰 웃음을 터뜨리고는 화장실로 갔다. 그가 나오자마자 그녀는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뺨에 묻은 정액을 닦았다. 십년이나 늙어보였다. 이제 서른이었다. 그가 그녀의 뺨을 처음 매만진 후로 삼년이 지났다. 그와 헤어지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어느새 잠에 들어 있다. 그의 곁에 누워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여자는 머리 위로 팔을 올렸다. 그의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었다. 잠결에 그가 그녀를 안았다. 그가 규칙적으로 내쉬는 숨소리를 듣자 놀랍게도 점차 잠이 왔다.      


눈을 뜨자 세상이 고요하게 느껴졌다. 


-첫눈이야. 

얽히고설킨 손과 발이 당황스러웠다. 빼야 할지 엉거주춤하는 사이에 그가 그녀에게 키스를 해왔다. 차가 막혀서 늦는다고 해야지. 그녀는 생각했다. 


-십분만 있자. 

그녀는 그의 가슴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의 진동을 느꼈다.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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