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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Apr 06. 2021

반란

반란자가 난을 일으킨 지 벌써 삼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 정보화 시대에 반란자는 컴퓨터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짧은 한 줄로 전쟁을 선포했다. <난 당신들과 같이 가지 않겠어요.> 하지만 전쟁의 이유는 지나치게 구닥다리였다. <시아버지 생신이라......> 그래서 국군 장교는 더 화가 났다.    



당신은 좀 더 세련되었어야 해. 자기표현의 시대에 거짓말이라니. 당신은 날 잘못 봤어. 난 당신이 좀 더 당당하길 원해. 당신은 좀 더 세련되었어야 해. 차라리 좀 더 당당했더라면 난 당신을 놓아줬을지도 몰라. 촌스러운 건 용납이 안 돼. 장교는 중얼거리며 총을 닦았다.      



당신이 매일 입는 옷처럼 그 이유 한 번 촌스럽군.      



반란군의 옷은 지나치게 촌스럽다. 반란군은 촌스러운 옷만 입는다. 보수적이다. 흰 칼라 달린 티와 검은 정장 바지. 말솜씨 또한 촌스럽다. 반란군의 스몰토크는 구십년 대에 머물러 있다. 끝없이 상대를 칭찬하거나 질문하는 것.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다. 이참에 본때를 보여줘야 할 것이었다.      



전쟁을 선포한 반란군은 매복을 선택했다. 꼭 나가야 할 때를 빼고는 자신의 공간에 붙어 있었다.       


난을 일으킨 지 삼일 째. 장교는 그 방에 쳐들어갔다. 손들어! 

인견 사러 같이 갈 거야, 안 갈 거야!      

안 갑니다! 반란군은 용기를 내어 외쳤다. 지금까지 어디서 숨어 있는지 모를 용기가 솟아  올랐다. 내가 당신 체면 세워주려고 가야 하는 거야?     



뭐라고? 할 말 다 했어?      

장교는 신중하게 총을 겨눴다. 반란자의 가슴을 과녁 삼아 총구를 겨누었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갑자기 총구를 반란자의 다리에 겨누고      



빵!      



총을 쐈다. 총은 반란군의 다리에 맞았다. 멎은 줄 알았던 가슴이 세차게 뛰고 있었다. 낯설었다. 장교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반란군은 헛간에 치워졌다. 곧 회유 작전이 펼쳐졌다.      



매우 노련하고 전쟁에 많이 참가한 노장이 투입되었다. 노장은 반란군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반란군에게 필요한 건 위로, 였다. 한 스푼의 위로. 난 당신이 왜 반란군이 되었는지 알아. 당신에게 인견은 필요가 없어. 당신의 집에는 좋은 게 많으니까. 당신의 남편은 삼숑맨이니까. 하지만 그래도 같이 가자. 우리는 당신이 필요해. 당신의 정갈한 감각으로 우리에게 좋은 걸 골라줘. 돌아와서 우리에게 합류해준다면 그동안에 있던 일은 없는 걸로 해 줄게.     



군의관이 들어와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며칠 뒤 반란군은 인견을 사러 가는 지하철에 앉아 있다. 한 줄로 죽 늘어앉아 있고 그녀는 끝자리에 앉아 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마치 이마에 무슨 도장이 찍혀 있는 것처럼. 그녀는 외롭다. 하지만 무슨 기억에 잠겨 있는지 가끔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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